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캐디는 캐디, 매킬로이는 ‘감독’을 원치 않았다

 지난달 23일 디 오픈에 출전한 매킬로이(오른쪽)와 캐디 피츠제럴드. 매킬로이는 호통을 친 피츠제럴드를 31일 해고했다. [사우스포트 AFP=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디 오픈에 출전한 매킬로이(오른쪽)와 캐디 피츠제럴드. 매킬로이는 호통을 친 피츠제럴드를 31일 해고했다. [사우스포트 AFP=연합뉴스]

“물 앞까지 거리는?”
 
“그린까지 235야드, 핀까지 12야드를 더해 총 247야드요.”
 
1980년 초 PGA 투어 AT&T 프로암 경기 도중 톰 왓슨(68)과 캐디 브루스 에드워즈가 나눈 대화다. 왓슨은 파 5홀에서 안전하게 레이업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캐디는 핀까지 거리를 불러줬다.
 
왓슨은 “잘 못 들었나? 나는 물까지 거리를 물었잖아”라고 말했다. 그러나 캐디는 “알고 있어요. 그러나 여기서 3번 우드를 치면 그린에 올릴 수 있단 말이에요”라고 대꾸했다. 화가 난 왓슨은 “물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다시 물었다. 캐디는 그 거리를 불러주기는 했다. 그러나 3번 우드와 6번 아이언을 꺼내 땅에 내동댕이쳐 버렸다. 많은 관중 앞에서 캐디인 에드워즈는 왓슨을 물이 무서워 도망가려는 겁쟁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회사 사원이 사장에게 “일 똑바로 하라”고 소리를 지르며 의자를 던져버린 것과 진배없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9년 동안 함께 한 캐디 J.P. 피츠제럴드를 지난 31일 해고했다. 선수와 캐디가 갈라서는 건 투어의 일상이다. 그래도 시점은 놀랍다. 매킬로이는 열흘 전 그 캐디에게 감사를 표했다. 디 오픈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다. 매킬로이는 첫 5개 홀에서 보기 4개를 하며 무너지는 중이었는데 캐디인 피츠제럴드는 ‘F’ 로 시작하는 욕설을 섞어 “너 뭐하는 짓이냐. 너는 (위대한) 로리 매킬로이야”라고 말했다. 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 알렉스 퍼거슨이 선수들을 다그치는 분위기 비슷했다.
 
이후 흐름이 달라졌다. 매킬로이는 너끈히 컷통과를 했고 우승 경쟁도 했다. 매킬로이는 “캐디의 조언이 나를 도왔다. 그래서 아주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랬던 매킬로이가 열흘 만에,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앞두고 캐디를 해고했다. 매킬로이는 2014년 테니스 스타 캐롤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와 청첩장까지 인쇄해 놓은 상태에서 갑자기 파혼했다. 그 때만큼 놀랍다.
 
매킬로이는 의리가 있었다. 피츠제럴드는 정상급 선수의 캐디 치고는 실수가 잦다는 평가를 받았다. 캐디가 무능하기 때문에 매킬로이가 손해 본다는 얘기는 여러 번 나왔다. 매킬로이는 그럴 때 마다 캐디를 두둔했다.
 
디 오픈에서 매킬로이가 무너지는 동안 캐디는 자신의 직업을 걸고 쓴소리를 했다. 결과도 좋았고 감사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해고였다. 캐디의 능력 등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캐디로선 보스에게 호통을 친 대회가 마지막 대회가 됐다.
 
다시 톰 왓슨의 얘기다. 캐디 에드워즈는 “경기 내내 부진하던 왓슨의 가슴을 뛰게 할 뭔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왓슨은 캐디의 말에 따라 3번 우드로 쳤다. 깨끗이 물을 넘겼지만 버디는 잡지 못했다. 그래도 에드워즈를 해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에드워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년간 함께했다. 그리고 그를 자신의 가슴에 묻었다.
 
왓슨이 나이가 들어 성적이 부진할 때 당시 잘 나가던 그레그 노먼(호주)이 캐디 에드워즈를 스카우트하려 했다. 왓슨은 “최고 캐디는 최고 선수와 함께 있어야 빛을 발한다”면서 보내줬다. 그러나 에드워즈는 노먼과 불화가 생겼고, 왓슨은 다시 그를 받아줬다. 얼마 후 에드워즈는 루게릭병에 걸렸다. 그러자 왓슨이 갑자기 멋진 샷을 날리기 시작했다. 캐디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에드워즈는 2004년 마스터스 기간 세상을 떠났다. 왓슨은 눈물을 흘리면서 샷을 했고, 관련 자선재단을 세웠다. 최경주(47)와 8년간 함께 한 앤디 프로저의 우정도 따뜻했다.
 
선수들은 캐디의 기본은 ‘3UP’ 이라고 한다. ‘Show up, Keep up, Shut up’이다. 늦지 않게 제 시간에 나타나, 가방 들고 조용히, 부지런히 잘 따라다니라는 말이다. 매킬로이의 캐디는 자신의 역할이 그 이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매킬로이는 캐디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선수-캐디는 고용주-피고용인 관계다. 마크 캘커베키아(미국)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가장 먼저 교체를 고려하는 대상은 퍼터가 아니라 캐디”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왓슨 같은, 최경주 같은 가슴 넓은 선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