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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스크린 2027개 독점 민망 … 이참에 한도 정했으면”

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난 류승완 감독.

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난 류승완 감독.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26일 개봉 전후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불거진 것을 시작으로 일방적 애국심을 자극하는 ‘국뽕’ 영화, 역사를 왜곡하는 ‘친일’ 영화라는 극단적 반응까지 나온다. 1일 류승완 감독을 만나 여러 논란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흥행은 순항 중이다. 개봉 첫날 역대 최고 기록인 97만 명이, 6일간 450만 명이 관람해 올해 첫 1000만 영화 탄생 가능성도 점쳐진다.
 
①스크린을 독식한다?
 
‘군함도’는 홍보·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제작비가 220억원이다. 관람객 수로 환산하면 700만 명은 봐야 손익분기점이다. 이 영화의 투자, 배급은 CJ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그래서 같은 계열 극장 CGV가 스크린을 몰아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스크린 점유율은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한 영화가 2000개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된 건 사상 처음이다. 현재 전국의 스크린 수는 2758개. ‘군함도’는 개봉일 기준으로 교차상영을 포함하면 5481개로 늘어난 스크린 중 최대 2027개를 차지했다.
 
류승완 감독은 “배급 및 상영은 감독이나 제작사가 직접 관여하는 부분은 아니다”며 “다만 제가 만든 영화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게 민망하고 송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스크린 수 제한에는 지지 의견을 내놨다. “저조차도 동네 영화관에 가서 제가 보고 싶은 영화가 상영하지 않으면 짜증 나는데 정책적으로 리밋을 정해 이 불필요한 논쟁을 끝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크린 독과점은 영화계의 오랜 이슈다. 지난해 당시 도종환, 안철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②역사를 왜곡했다?
 
영화 ‘군함도’의 배경은 1945년 일본 미쓰비시 소유의 하시마 탄광이다. 조선에서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이 지하 1000m 깊이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군함도’의 배경은 1945년 일본 미쓰비시 소유의 하시마 탄광이다. 조선에서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이 지하 1000m 깊이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징용된 조선인들이 미쓰비시(三菱) 광업 소유의 하시마(端島) 탄광에 끌려가 일하다 탈출하는 줄거리다. 탈출극 자체는 실제했던 일은 아니지만 탄광 내 디테일을 비롯, 역사 고증에 크고 작은 이견이 나온다. 역사작가 심용환씨는 페이스북에 “선대금 형식으로 징용자들에게 이동 경비를 부담하게 하는 것부터 젖은 다다미장을 들면서 화내는 모습까지 우리 영화에 처음 나온 강제 징용의 실상을 비교적 잘 고증했다”는 의견을 올렸다. 반면 박유하 세종대 일문과 교수는 “마구잡이로 끌어가는 경우는 (있었을 수 있으나) 예외적인 일”, “위안부와 남성 징용은 동원 루트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류 감독은 “‘왜곡’이라는 것은 사실 아닌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만든 창작물이라고 분명히 밝혔고 인물과 사건 모두 그 시대적 배경이 아니었으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만약 영화적 흥분을 노렸다면 전투 장면에서 기관총을 쐈을 것”이라며 “역사·군사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당시 섬에 있던 무기와 인력으로만 꾸몄다”고 설명했다. 또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고생한 사람들을 영화 속에서라도 집으로 보내고 싶었다”며 “영화를 다시 만들어도 그 선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③국뽕인가 친일인가
 
순회 공연 제안에 속아서 하시마로 건너온 악단장 이강옥(황정민 분)과 딸 소희(김수안 분).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순회 공연 제안에 속아서 하시마로 건너온 악단장 이강옥(황정민 분)과 딸 소희(김수안 분).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군함도’는 개봉 전까지 ‘국뽕’ 영화일 거란 예상이 많았다. 애국심을 고취하는 민족주의가 흥행 코드로 깔려 있을 거란 짐작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고는 일본인보다 악랄하게 그려진 친일파 조선인들 때문에 ‘친일’ 영화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류 감독은 “친일적 행보를 보인 인물들이 극 중 어떤 최후를 맞는지 봐달라”며 “친일에 대한 척결 의지가 너무나 명백한데 부분을 확대 해석해 마치 그것이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인 것처럼 말하는 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욱일승천기를 찢는 등 항일 장면도 여러 번 등장한다.
 
그는 “우리가 이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군함도가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일본은 조선인 강제 징용 사실을 어디에도 기재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과거 아닌 현재진행형 문제란 것이다. 2013년부터 이 영화를 구상하기 시작한 그는 “돈을 벌고자 했으면 바로 ‘베테랑2’를 하지 왜 이 가시밭길에 발을 디뎠겠느냐”며 “결국 끝까지 완성해 개봉한 것만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역사를 환기하는 ‘군함도’ 효과는 해외에도 나타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달 26일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닌 창작 영화”라며 “징용공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고 말한 반면 일본 문화심의회는 지난달 31일 3년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보로 추천하던 사도(佐渡) 광산을 최종 후보에서 제외했다. 류 감독은 “일본에서 내 발언을 짜깁기해 보도하거나 강제 징용한 광산을 스스로 포기하고 다른 곳을 등재 신청하는 걸 보면 그만큼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한령 이후 한국 문화 콘텐트에 소극적이던 중국에서도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지난달 28일 아침 뉴스에 ‘항일 대작’이라고 극찬하며 다섯 꼭지에 걸쳐 심층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군함도에서 저지른 죄악을 공개하라”고 논평을 내는 등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네스코 및 주불 외교관 대상 특별시사회가 열렸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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