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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왕실이 사랑한 228년 전통 흰 소바 … 메밀 20%만 남기고 껍질 깎아 만들죠

호리이 요시노리가 메밀의 80% 이상을 깎아 뽑은 흰색 면을 들어보였다. [사진 웨스틴조선호텔]

호리이 요시노리가 메밀의 80% 이상을 깎아 뽑은 흰색 면을 들어보였다. [사진 웨스틴조선호텔]

일본엔 오랜 시간 명성을 이어온 소바집이 많다. 1789년 도쿄 아자부주반(麻布十番)에 문을 연 ‘사라시나 호리이(更科堀井)’도 그 중 하나다. 최근 웨스틴조선호텔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사라시나 소바집의 9대손 호리이 요시노리(堀井良教·56) 셰프를 만났다.
 
그는 흰 소바 얘기부터 꺼냈다.
 
사라시나 소바는 거무튀튀한 다른 메밀면과 달리 눈처럼 하얗다. 메밀을 10~20%만 남기고 껍질을 모두 깎아냈기 때문이다.
 
사라시나가 소바를 새하얗게 만들기 시작한 건 1870년대 무렵이다. 호리이 셰프는 “이때부터 메밀의 20%만 남기고 다 깎아 새하얀 소바가 됐다”며 “당시 소바 한그릇 가격은 15엔 정도였는데 사라시나 소바는 이보다 7배 비싼 100엔에 팔아도 고급 소바라며 다들 좋아했다”고 말했다.
 
사라시나는 1870년대부터 왕실에도 소바를 보냈고, 이는 1989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 때까지 이어졌다.
 
왕실에 납품한 소바 명가인데도 사라시나 소바 가게는 1920년대 문을 닫아야 했다. 본업을 망각한 7대손 때문이다. 호리이 셰프는 “가문 어른인 7대손이 소바는 뒷전이고 카메라 같은 고급 취미 생활에 빠졌다”며 “당시 원숭이만 100마리를 키웠다고 들었다”고 했다.
 
지역 명문 소바 가게를 지킨 건 아자부주반 주민들이다. 후원금을 모아 사라시나 살리기에 나섰고, 지역 공동체가 맡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공동체에 속해있던 호리이 셰프의 아버지(8대손)가 85년 독립해 인근에 새로 식당을 하나 더 열었다.
 
그는 이때부터 합류했다. 당시 대학 졸업을 앞둔 그에게 아버지가 “네가 함께 하지 않는다면 나도 그만두겠다”고 부탁 아닌 ‘협박’을 해 결국 가업을 잇기로 했다.
 
비록 아버지 뜻에 따라 시작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주방에 있던 기계를 만지다 사고로 오른손 검지 손가락 한 마디를 잃기도 했다. 그는 가문에서 이어져 내려온 조리법대로 당일 만든 면만 판매한다. 호리이 셰프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걸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건강을 생각해 설탕은 줄였다”고 설명했다.
 
아자부주반 식당은 한국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손님의 10%가 한국인일 정도다. 그는 한 가지 당부를 했다. “면발을 쯔유에 살짝만 찍으라”는 것이다. 그는 “쯔유가 짜다며 물을 섞기도 하는데 면발을 살짝만 찍어야 소바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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