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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키다리들 한방 먹였네, 165㎝ 김선빈 어퍼컷 타법

작은 키 탓에 불리한 스트라이크존 적용을 적극적인 타격으로 극복한 ‘작은 거인’ 김선빈. 올 시즌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작은 키 탓에 불리한 스트라이크존 적용을 적극적인 타격으로 극복한 ‘작은 거인’ 김선빈. 올 시즌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선빈(28·KIA)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홈플레이트 앞으로 바짝 다가선다. 어떤 땐 포수의 앉은키와 비슷할 정도다. 키 1m65㎝의 ‘작은 거인’ 김선빈이 타격 1위(0.378)를 달리고 있다. 이대호(35·롯데)·최형우(34·KIA) 등 ‘거인’들에게 가끔 1위를 내줘도 이내 되찾아온다.
 
작은 선수는 보통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타격하는데, 김선빈은 몸을 최대한 움츠린다. 작은 키와 그런 낮은 자세로 강타를 펑펑 날린다. 지난 25일 광주 SK전 9회 말 2사에 터진 동점 투런홈런이 김선빈의 달라진 타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박흥식 KIA 타격코치는 “김선빈은 공을 맞히는 능력을 타고났다. 유격수로서 타율 0.290 정도 치는 괜찮은 선수”라며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재능에 노력과 전략을 더 해 이젠 톱클래스 타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선빈은 신체적 약점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2008년 KIA에 입단한 김선빈은 뛰어난 수비로 주목받았다. 타석에서는 ‘잘 밀어치는 타자’ 내지 ‘공을 잘 맞히는 타자’ 정도로 인식됐다. 그럭저럭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였다. 그랬던 김선빈의 야구는 2015년 상무 야구단 입대 후 달라졌다. 2군 리그인 상무에선 단기 성적과 관계없이 다양한 타격 폼을 실험할 수 있다. 지난해 송미지(26)씨와 결혼한 것도 전환점이었다. 김선빈은 “1군에서 팬들 응원을 받으며 야구 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깨달았다. 또 가장이 되면서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올 시즌 김선빈의 연봉은 8000만원이다. 주요 부문 1위 중 억대 연봉이 아닌 건 김선빈뿐이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박흥식 코치는 김선빈에게 하체 강화를 강조했다. 상체를 세운 채 공을 툭툭 때리는, 전형적인 슬랩히터(slap hitter·세게 때리지 않고 박수치듯 공을 맞히는 타자)였던 그가 180도 바뀐 계기다. 다리를 쭉 벌려서 치기, 점프했다가 치기 등 이색훈련도 했다. 박 코치는 “(김선빈이) 다리가 아파 며칠간 제대로 걷지 못했다. 그렇게 기초를 다진 뒤 하체·골반 강화운동을 꾸준히 시켰다”고 말했다. 하체 근력과 골반 회전력이 더해지면 장타를 날릴 수 있다.
 

프로야구 선수 614명 중 두 번째로 키가 작은 김선빈이 ‘거인 타법’을 선택한 건 홈런을 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박 코치는 “과거 김선빈의 타구는 대부분 1루수와 2루수 사이,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로 향했다. 극단적으로 밀어치니까 수비수들이 오른쪽으로 이동해 안타성 타구도 잡아냈다. 수비 시프트를 뚫으려면 타구 속도가 빨라야 하고, 타구를 왼쪽으로도 보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빈이 홈런을 가장 많이 친 시즌은 2012년(126경기 5홈런). 올해는 94경기에서 홈런 3개,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다. 대신 예전 같으면 잡혔을 타구가 수비수 사이를 통과하는 경우가 늘었다. 2012년 장타율(0.367)에 비해 올해 장타율(0.491)이 크게 증가한 이유다. 약점이 모두 보완된 건 아니다. 하체를 고정하면 무게중심이 낮아져 상체를 숙이게 된다. 투구는 잘 보이지만 공에 맞을 가능성이 높다. 김선빈은 검투사 헬멧(C-flap)을 착용하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진짜 문제는 스트라이크존이다. 스트라이크존 상한선은 타자 어깨와 벨트의 중간이다. 이론적으로는 타자 키와 연동한다지만, 심판 대부분은 키에 맞춰 상한선을 설정하지 않는다. 김선빈은 “높은 직구도 어렵지만 커브는 내 키보다 위에서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시즌 초 김선빈은 어깨 높이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 심판에게 항의했다. 메이저리그 타격왕 호세 알투베(27·휴스턴·타율 0.367)가 겪었던 상황이다. 키 1m67.6㎝의 알투베는 수년 간의 시행착오 끝에 높은 공도 잘 때리는 배드볼 히터(bad ball-hitter)가 됐다.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을 인정하고 높은 공도 쳐내야 한다”는 박 코치 조언에 김선빈도 마음을 다잡았다. 이젠 “안 되면 점프해서 치면 된다”고 농담까지 한다. 김선빈의 야구는 하루하루 ‘점프’ 하고 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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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