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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취향] '우연'은 여행의 가장 좋은 친구

국내 몇 안 되는 패션잡지의 '남자 편집장', 그중 유독 패션감각 좋고 박학다식하기로 손꼽힌 사람. 지금은 칼럼니스트와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동헌(43)씨 얘기다. 그는 일간지 스포츠투데이와 남성 패션지 에스콰이어를 거쳐 또 다른 남성지 레옹의 편집장을 지냈다. "20년 넘게 '남자의 놀 거리'를 찾아 다닌다"고 말하는 그는 잡지사에 시절부터 하는 일이 참 많았다. 스스로를 “자동차 광”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동차에 푹 빠져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그 남자의 자동차』같은 책을 쓰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여러 의류 브랜드와 협업해 옷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그의 삶을 채우는 여러 놀 거리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여행이다. 매년 15번 이상을 출장이나 휴가를 떠난다고 하니 이쯤되면 베테랑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100번이 넘는 자동차 관련 여행 중 '인생 여행'으로 꼽는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여행. 차를 타고 달리다 서서 석양을 바라보며 들이키는 맥주 한 잔의 맛이 일품이었다고.

100번이 넘는 자동차 관련 여행 중 '인생 여행'으로 꼽는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여행. 차를 타고 달리다 서서 석양을 바라보며 들이키는 맥주 한 잔의 맛이 일품이었다고.

여행을 많이 다녔다.

잡지 에디터 출신 방송인 신동헌씨
1년에 15번 이상 해외여행 하는 베테랑 여행가
"우연히 만나는 장소·사람·음식이 진정한 여행"
치밀한 계획보다 뭘할지만 정해

말 그대로 오대양 육대주를 다 갔다. 한 해 절반 이상을 해외에 있을 때도 있는데 아무리 바빠도 짬을 내 꼭 개인적인 여행을 떠난다. 
나미비아에서 7박8일동안 BMW를 타고 사막과 초원을 달렸다. 

나미비아에서 7박8일동안 BMW를 타고 사막과 초원을 달렸다.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를 꼽는다면.
몇 해 전 자동차를 타고 여행했던 남아프리카의 나미비아다. BMW가 운영하는 여행 프로그램으로, 일반인도 갈 수 있다. 자동차로 7박8일간 아프리카 사막과 초원을 달리는 기분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누릴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특히 사파리용 트럭을 타고 달리다 사막 중간에 내려서 바로 테이블을 세팅하고 먹었던 저녁식사가 기억에 남는다. 사막에서 해 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음식을 먹는 것도 독특했지만 식사 자리 바로 200m 앞에서 사자가 다른 동물을 뜯어먹고 있는 걸 본 직후라 더 기분이 묘했다. 내가 안전을 걱정하자 가이드는 “동물을 이미 먹고 있으니 배가 불러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말하더라. 옳고 그름을 떠나 그저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미비아 여행에서 묵은 숙소. 뚫려 있는 창 바로 앞에 동물들이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나미비아 여행에서 묵은 숙소. 뚫려 있는 창 바로 앞에 동물들이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자동차 매니어로 알려져 있는데, 여행할 때 늘 자동차를 사용하나.

꼭 그렇진 않다. 여행지에 따라 교통수단이 달라진다. 자동차는 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서유럽 갈 때만 사용한다. 독일에선 속도 무제한인 아우토반을 달려보기 위해,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도시를 이동할 때 그 풍경을 운전자의 시선으로 오롯이 즐기기 위해 자동차를 탄다.  
  
외국에서 자동차 여행을 할 때의 노하우가 있다면.
반드시 고성능 세단을 렌트하라고 권하고 싶다. 적어도 3000cc이상. 우리보다 속도를 높게 올려도 되는 도로가 많아 묵직하게 달릴 수 있는 세단이 안전하고 운전하는 맛도 좋다. 특히 서유럽은 교통법규가 우리와 비슷해 운전이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단, 가장 빠른 차가 상위 차선을 차지한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빠른 속도 순으로 1차선-2차선-3차선을 달리는 식이다. 그래서 추월할 때도 속도를 내는 왼쪽으로 차선을 바꿔 추월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오른쪽 차선을 이용해 추월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와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
  
다른 교통수단은 언제 이용하나.
그 나라 현지인이 주로 사용하는 교통수단을 선택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특히좁은 골목에 숨은 볼거리가 많은 유럽에서는 자유 일정이 있다면 무조건 스쿠터를 이용한다. 휴양지인 발리에서도 스쿠터를 탄다. 스쿠터를 타면 현지인의 눈높이로 볼 수 있어 그곳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스쿠터를 타고 다니면 그곳 사람들도 '다른 관광객과 달리 우리 삶 속에 들어오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해 더 친절하게 대해준다. 
2007년 프랑스 파리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신동헌 씨 부부는 스쿠터를 타고 도심을 돌아 다녔다.

2007년 프랑스 파리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신동헌 씨 부부는 스쿠터를 타고 도심을 돌아 다녔다.

스쿠터 여행의 특별한 추억이 있나.
2007년 신혼여행을 떠난 프랑스 파리에서 스쿠터 여행을 했다. 스쿠터 한 대를 빌려 아내와 앞뒤로 타고 다녔다. 사실 난 이미 파리를 여러 차례 가봤던 터라 큰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아내와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파리는 그전에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다녔던 파리와는 아주 다르게 다가왔다. 스쿠터도 일부러 프랑스 브랜드 푸조 것으로 빌렸다. 모든 여정이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에펠탑을 마주했을 때다. 샹제리제 거리와 콩코드 광장을 지나 좁은 골목을 스쿠터로 달달거리며 달리던 중, 큼직한 건물을 끼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순간 에펠탑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버스나 차를 타고 다닐 때는 그리 커보이지 않았던 에펠탑이 어머아마하게 커 보였다. 마침 그때가 오후 9시라 에펠탑에 반짝이는 조명이 들어왔고 내 뒤에 있던 아내가 내지른 작은 탄성이 귀속말처럼 들렸다. 로맨틱, 그 자체였다. 난 지금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미 여러 번 질리게 본 에펠탑이었지만 아내와 함께 스쿠터 타고 찾은 에펠탑은 전엔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을 선사했다.   

이미 여러 번 질리게 본 에펠탑이었지만 아내와 함께 스쿠터 타고 찾은 에펠탑은 전엔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을 선사했다.   

여행 계획은 어떻게 세우나.

여행의 테마를 정한다. '맛집 투어' '스쿠터 타고 숨은 명소 찾기' 같은 식이다. 그 외에는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지 않는다. 미리 정하는 건 첫번째 목적지와 숙소 정도. 나는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장소나 사람, 음식을 좋아한다. ‘우연’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여행이란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하는 건데 기존의 지식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 그대로 움직이는 건 나의 여행 철학과 맞지 않는다.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우연이 나를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고 또 실제로 그렇게 많은 좋은 곳과 사람들을 만났다. 
2017년 7월 일본 교토에 가서 찍은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 매장. 오래된 일본 가옥을 개조해 만들었다. 바로 앞에는 비슷한 느낌의 에르메스 매장이 마주 보고 있다. 

2017년 7월 일본 교토에 가서 찍은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 매장. 오래된 일본 가옥을 개조해 만들었다. 바로 앞에는 비슷한 느낌의 에르메스 매장이 마주 보고 있다. 

가장 최근 다녀온 여행지는.

2017년 7월에 일본 교토에 다녀왔다. 자동차 관련 출장을 간 것인데 일을 끝내고 따로 며칠 시간을 내 여행했다. 교토는 ‘동양의 파리’라고 부를 정도로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문화재와 오래된 건물, 정원, 골목을 간직한 곳이다. ‘교토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맥도날드 간판도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다는 선명한 빨간색이 아닌 갈색으로 단다. 주변 건물과의 조화를 위해서다. 그곳에 교토 스타일의 에르메스와 라이카 카메라 매장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꼭 보고 싶어 다녀왔다. 참, 그곳에서도 ‘우연의 여행’으로 얻은 게 있다. 아침에 숙소를 나와 편의점에 도시락을 사러 가고 있었는데 생선 굽는 냄새가 솔솔 났다. 냄새에 이끌려 간 곳은 서울이라면 아마 가지 않았을 허름한 식당이었다. 반신반의하며 문을 여는 순간, 활짝 웃으며 나를 맞이하는 노부부의 얼굴에 마음이 푸근해져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그날 나는 내 인생 최고의 생선구이를 먹었다. 
신동헌 씨가 교토에서 묵었던 여인숙. 전설적인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묵었던 곳인데, 정작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신동헌 씨가 교토에서 묵었던 여인숙. 전설적인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묵었던 곳인데, 정작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교토 여인숙 안. 옛 일본 가정집의 모습 그대로다. 신씨는 "한쪽 옆에 새로 단 에어컨이 있었는데 오래된 방의 모습을 해칠까봐 낡은 나무 덮개를 만들어 씌워 놓은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고 했다. 

교토 여인숙 안. 옛 일본 가정집의 모습 그대로다. 신씨는 "한쪽 옆에 새로 단 에어컨이 있었는데 오래된 방의 모습을 해칠까봐 낡은 나무 덮개를 만들어 씌워 놓은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고 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 곳에 사는 사람처럼 보고 자고 먹는 것. 그래서 평소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보며 그 나라를 느끼는 게 취미다. 호텔보다는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나 집을 빌려 묵는다. 이번 교토 여행에서도 일본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묵었다는 오래된 여인숙에 묵었다. 흔히 우리가 료칸(여관)이라고 부는 숙소보다 좀더 허름한 곳이다. 
어딜 가든 꼭 가지고 가는 라이카 카메라. 

어딜 가든 꼭 가지고 가는 라이카 카메라. 

여행에 꼭 챙겨가는 물건이 있는지.  
라이카 카메라를 꼭 챙긴다. 라이카 M모델을 가지고 가는데 여기저기 내 눈길이 닿는 곳을 찍는다. 아련하다고 해야할까 이 카메라만이 낼 수 있는 맛이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장점이 있는데 친구를 쉽게 사귀게 해준다는 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같은 카메라를 가진 사람이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다가와 ‘나도 그 카메라를 쓴다’며 말을 걸어와 쉽게 친구가 된다는 얘기다. 난 결코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다. 그런데도 카메라를 매개체로 마음을 열었더니 친구가 생긴다. 한번은 뉴욕에서 거리를 지나가는 오토바이 사진을 찍고 있을 때였다. 사진에 찍힌 한 스페인 남자가 다가오기에 자기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는 줄 알았더니 자기도 같은 카메라를 쓴다며 반가워했고 한참을 서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는 결국 친구가 됐다. 얼마 후 내가 스페인에 갔을 때 다시 만나니 얼마나 반갑던지. 교토에서도 마찬가지로 카메라 이야기를 하며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교토에서 만난 친구 중 두 명은 지금 서울에 여행 와 있다. 휴대폰(아이폰7플러스)도 당연히 챙겨 가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용 사진과 라이브 방송을 하기에 이것만큼 좋은 게 없다. 특히 이 기종에 있는 ‘인물사진 모드’는 아웃포커스(촬영 대상 외에는 흐리게 보이는 효과)를 해줘 인물뿐 아니라 음식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 
교토 여행에서 친구가 된 사람들. 이 중 두 명은 지금 서울에 와 있다. 

교토 여행에서 친구가 된 사람들. 이 중 두 명은 지금 서울에 와 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신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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