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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못 세운 서울 특수학교 ­… 주민편의시설로 ‘님비’ 뚫나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사는 주부 이은자(46)씨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난다. 딸 안지현(19)양의 등교 준비를 위해서다. 발달장애 1급인 안양은 구로구에 있는 특수학교(장애인학교)에 다닌다. 강서구에는 특수학교가 단 한 곳뿐인 데다 그나마 정원이 이미 초과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구로구의 특수학교까지 가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씨는 “특수학교가 워낙 적으니 학생도 부모도 모두 고통”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특수학교 부족으로 장애학생과 가정의 어려움이 크지만 이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특수학교가 들어올 경우 다른 편의시설 유치가 어렵고,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가 크기 때문이다. 서울에선 2002년 종로구 경운학교 이후 15년 동안 단 한 곳의 특수학교도 문을 열지 못했다. 서울 강서구의 옛 공진초등학교(마곡지구 이전) 자리에 들어설 예정인 ‘서진학교’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발달장애 학생 142명을 교육할 시설로 서울시교육청이 2013년 말부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최근 취임 3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장애인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난관을 거치더라도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립한방병원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사업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 시교육청이 새로운 방안을 내놓고 주민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학교 전체 부지 약 1만1000㎡ 가운데 운동장(5000㎡)과 기존 초교 건물 1개 동을 특수학교로 활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도서관·북카페 등 각종 주민 편의시설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30일 이러한 내용으로 설계 공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수학교와 인근 주민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서진학교 설립을 위해 지난 6일 예정됐던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도 주민들 항의로 무산됐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손동호 위원장은 “주민과 토론을 먼저 한 후 학교 설립을 진행해야 하는데 몰래 준비해 놓고, 나중에 토론을 하자는 건 전형적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대위 관계자는 “강서구는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이 태어난 곳(가양동)으로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에서도 한방병원을 짓기에 적합하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은 오는 9월 5일 강서구 주민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다시 열 계획이다.
 
서진학교 외에도 주민 반대로 어려움을 겪는 곳은 또 있다. 서초구 옛 언남초 부지에 지체장애 학생 136명이 다닐 수 있는 ‘나래학교’, 중랑구엔 ‘동진학교(인원 미정)’ 설립을 추진 중이지만 지난달 열린 나래학교 주민설명회 역시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동진학교는 5년이 지나도록 부지도 정하지 못했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특수학교가 29곳에 불과하다. 특히 양천·금천·영등포·용산·성동·동대문·중랑·중구 등 8개 구에는 한 곳도 없어 이곳의 학생은 매일 10~15㎞를 통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청과 주민 모두 1997년 강남구에 개교한 밀알학교의 사례를 참고하라”고 조언한다. 밀알학교도 개교 전엔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 시위 등 ‘님비(NIMBY)현상’에 몸살을 겪었다. 하지만 개교 후 학교 측이 체육관·카페·빵집·공연장 등을 주민에게 공개하면서 ‘동네 사랑방’으로 변모했다.
 
강경숙 원광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는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를 격려하고 독립할 수 있도록 교육하지 않으면 결국 훨씬 큰 사회적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며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프로그램 확충을 통해 특수학교를 ‘선호 시설’로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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