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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간 만에 뒤바뀐 사드 배치의 운명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의 운명이 15시간 30분 만에 바뀌었다.
 
정부는 지난 28일 오전 10시 30분 공식 발표를 통해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를 배치할 경북 성주 골프장의 예정부지 70만여㎡ 전체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기간은 10~15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안에 사드의 최종 배치는 무산됐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북한이 이날 오후 11시 41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미사일 발사 1시간 20분 뒤인 29일 오전 1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긴급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사드 잔여 발사대 배치를 비롯해 한ㆍ미 연합방위 강화 및 신뢰성 있는 억제력 확보 방안을 확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 발사대 2기는 현장에 임시 배치된 상황에서 국내에 반입돼 있는 나머지 4기도 추가로 배치해 6기로 구성되는 사드 1개 포대를 완성하라는 지시였다. NSC 회의가 1시간 진행된 만큼 국방부 발표 뒤 15시간 30분 만에 ‘연내 배치 무산’에서 사실상의 ‘조속한 배치’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번복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청와대는 그러면서도 ‘최종 배치’가 아닌 ‘임시 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돼야 할 시점이지만 북한이 ICBM급에 해당하는 도발을 감행함에 따라서 4기에 대해서도 임시적으로 추가 배치가 진행될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는 그대로 진행하면서 평가가 끝나는 시점에 최종 배치 여부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시 배치 뒤 환경영향평가 결과 ‘부적격’으로 판정되면 사드 발사대를 철수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선 “그때 가봐야 안다”고 했다. 하지만 사드 1개 포대를 모두 배치하고 난 뒤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이유로 철수시키는 건 한ㆍ미 동맹의 관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란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그동안 사드 배치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과 적법성이 중요하다는 태도를 취해 왔다. 지난 5월 30일 “매우 충격적”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4기 ‘보고 누락’ 사건을 쟁점화하고, 성주 예정부지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일반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란 점을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드 배치가 번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고,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ㆍ하원 지도부를 만나 “혹시라도 저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절차를 갖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며 “전 정부의 합의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절차적 정당성을 말하다가 사드를 배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 정도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긴박하고 매우 중요한 국면으로 본 것”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은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유지하면서도 지금 벌어지는 상황도 긴급 대응할 필요성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긴박하고 매우 중요한 국면’으로 판단한 이유와 관련해선 “만약에 이번 미사일이 ICBM으로 밝혀질 경우에는 ‘레드라인(redlineㆍ한계선)’ 임계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베를린 구상’을 내놓은 데 이어 남북 군사회담,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등을 잇따라 제안하며 대북 유화책을 써온 문재인 정부로선 북한이 평화 노력에 화답하는 대신 군사적 도발을 거듭하자 사드 배치를 지연시킬 명분을 다소 잃은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지 않으면서도 연내 배치는 무산시키는 전략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려던 정부 계획이 하루도 안 돼 실행이 불가능해지면서 더 강해질 중국의 반발을 달래는 과제가 남게 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드 관련) 우리의 조치 상황에 대해 중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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