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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2) 아빠 첩의 조카에게 집을 빼앗기게 생겼어요

기자
배인구 사진 배인구
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몇 주 전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상속을 못 받게 된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는 정반대입니다. 아버지는 제가 어릴 적부터 두 집 살림을 하셨어요. 엄마는 저 하나 어렵게 가지셨고 그 전이나 그 다음에 가졌던 자식들은 모두 유산이 됐습니다. 여섯 살로 기억이 되는데 예쁜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 드나들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첩이라고 뒤에서 수군거렸고 저는 '작은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아빠 사망 후 살던 집 첩에게 명의 이전
첩 사망하자 생면부지 첩의 조카가 상속

작은 엄마는 아버지의 소원대로 아들 하나를 낳았고,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도 참석했습니다. 엄마와 작은 엄마는 그럭저럭 잘 지내는 것 같았고, 엄마가 제게 작은 엄마를 흉보는 일도 없었습니다. 엄마는 제가 결혼하기 직전에 돌아가셨어요. 작은 엄마가 잔치 음식을 비롯한 혼수와 예단을 챙겨주셨고, 식장에도 엄마 자리에 앉으셨어요.  
 
자연스럽게 작은 엄마가 제 엄마가 됐습니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도 살뜰하게 봐주셨고, 살림하는 법도 작은 엄마로부터 배웠습니다. 호칭은 여전히 작은 엄마였지만 저도 자식을 키우면서 작은 엄마에게 더욱 애틋한 정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10년 전쯤 아버지와 동생이 종가댁에 다녀오면서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고, 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한 달 동안 치료를 받다가 결국 모두 사망했습니다. 당시 동생은 미혼이어서 남은 가족은 저와 작은 엄마뿐이었습니다. 어떻게 장례를 치렀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사시던 집은 당연히 작은 엄마가 계속 사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아버지가 작은 엄마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하였을 것입니다. 10년 동안 작은 엄마가 아플 때 당연히 제가 병원에 모시고 갔고, 생활비가 부족한 눈치가 보이면 적은 돈이지만 슬그머니 놓고 왔습니다. 물론 작은 엄마는 김장김치며 간장, 된장 등 여느 집에서 엄마가 딸에게 해주는 것을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보통의 모녀처럼 지냈습니다. 모녀, 그런데 그것은 제 생각뿐이었나 봅니다.  
 
지난 달 작은 엄마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당연히 작은 엄마가 사시던 집을 상속 받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상속인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가족관계증명서에 제 부모는 아버지와 돌아가신 친엄마로 돼 있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 집을 모두 작은 엄마가 상속받도록 했는지 후회가 됩니다. 
 
작은 엄마 장례를 치르며 보니 작은 엄마도 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물론 남편과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먼저 보냈고, 형제라고는 언니 한 명이 있었는데 이미 돌아가셨더군요. 그 언니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저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어요. 작은 엄마 장례식에 본인이 조카로서 상주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러라고 했어요. 
 
그런데 장례식 후에 본인이 유일한 상속인이니 작은 엄마가 살던 집에 대해 상속절차를 밟겠다고 하는데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그 집은 아버지와 엄마가 마련한 것이었고, 나중에는 작은 엄마 것이 되었어요. 당연히 제가 상속받을 줄 알았는데, 저는 상속인이 아니라서 아무런 법적 권리가 없다고 합니다. 정말 그러한가요?
 
 

[제작 조민아]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사례자의 작은 엄마가 생전에 사례자께 집을 주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하셨다거나 생전에 사례자께 증여하셨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전혀 그런 준비가 없었군요. 유언이 없으면 법정 상속인들에게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이 이뤄지게 됩니다. 사례자와 작은 엄마는 친족이 아니라서 법이 인정하는 상속인이 아닙니다. 
 
따라서 안타깝지만 사례자가 상속을 받을 수는 없답니다. 만약 사례자의 작은 엄마에게 법정상속인이 없다면 그때는 사례자께서 피상속인과 특별한 연고가 있는 연고자로서 상속재산을 분여해 달라고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는 있습니다.
 
제가 가정법원에 근무할 때 작은 할머니(할아버지의 사실상 부인)가 사시던 집을 분여해 달라는 사실상 손자의 신청을 재판한 적이 있습니다. 그 사건 당시 작은 할머니에게 법정상속인이 존재하지 않아 국유로 귀속되는 절차가 예정됐었죠. 
 
그런데 그 분이 사실상 손자와 작은 할머니라는 특별한 연고관계가 존재하고, 상속재산인 집이 할아버지가 증여한 재산이라는 점, 손자 되는 분이 작은 할머니를 실제로 부양한 점 등이 모두 소명돼 그 집을 분여하는 결정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재판 절차는 무척 복잡하지만 특별한 연고자에 대해 형평에 맞도록 법이 인정하는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례자께서 집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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