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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자살예방, 국가의 의무를 수행하라

송인한연세대 교수·사회참여센터장

송인한연세대 교수·사회참여센터장

새 정부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선포하며 100대 국정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우리 사회 주요 문제에 대해 중요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정부 시책의 우선과제가 무엇인지를 볼 수 있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 집행하는 상황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 최우선 과제
전담부서 만들어 구체적 의지 보여주었으면

모든 과제가 다 중요하고 절실하지만 자살 예방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 관심을 가지며 국정계획을 살펴보았습니다. 지난 1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사실상 전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 연간 약 1만4000명이 자살로 사망하고, 그 주위의 많은 가족과 주변인들이 자살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통계집계상 약 15만 명 이상의 자살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6·25전쟁 동안 전사한 한국군 13만7899명을 넘어서는 숫자입니다. 그야말로 국가적 비상상태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새 정부는 과연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1997년 외환위기 직후부터 급격하게 증가한 자살률에도 불구하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형민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정부들의 주요 국정과제 중 자살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새 정부의 태도가 더 궁금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고려할 때 주요 과제로 다뤄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주 목록에서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44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예방 중심 건강관리 지원’ 항목 아래 내용 중 하나로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확산’이라는 한 줄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넓게 본다면 자살 예방과 간접적으로 연관된 다른 내용들도 있겠으나, 첨부 문건을 제외하고 총 9만9589자에 이르는 국정과제 내용 중 불과 13자의 비중. 지난 정부들에서는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던 데 비한다면 이마저도 큰 발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국민 생명에 대한 무게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에 대해 아쉬움을 숨길 수 없습니다.
 
자살문제 해결의 책임이 전적으로 정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는 자살 예방을 위한 모든 노력을 주도적으로 조직화해야 합니다. 그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정부의 책임입니다. 행정안전부에는 자전거정책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전거 인구가 1300만 명이니 자전거, 중요합니다. 결코 폄하하거나 희화화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20년째 심각한 문제인 자살 예방에 대해서는 중앙부처에 전담부서조차 없습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에 단지 2명의 담당자가 악전고투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마저도 자살 문제만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신건강 관련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첫 출발은 자살문제 전담부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살문제 해결의 정부 의지를 선포하며 자살과 관련 있는 모든 부서, 예를 들면 보건복지부는 물론 교육부(학생자살), 국방부(군대자살), 경찰청과 소방청(위기대응)을 비롯한 관련 부처를 조직화하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부는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책임성 있는 노력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구체적인 조직개편과 예산 투입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심각한 자살문제를 경험했던 일본의 경우 후생노동성의 자살 예방 1년 예산은 약 7500억원에 이르며 자살 전담부서를 필요에 따라 내각과 후생노동성 아래 두며 탄력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올해 자살 예방 예산은 99억원입니다.
 
이 땅 위에서 매일 평균 37명의 자살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상상태를 ‘가만히’ 지켜볼 것입니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던 정권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여전히 귓가에 생생히 울립니다. 국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정부를 다시 경험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습니다. ‘삶’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기대합니다.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참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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