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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뉴욕의 ‘고향열차’

심재우뉴욕특파원

심재우뉴욕특파원

흔히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고, ‘기회의 땅’이라고 한다. 창고에서 창업한 젊은이가 ‘대박’을 터뜨리기도 하고, 힙합이나 스포츠에 능한 흑인이 벼락부자의 반열에 오른다. 그만큼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이를 잡아채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뉴욕의 한인사회만 봐도 그렇다. 아이비(IVY)리그 사립대학을 나와 백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인들이 언론매체 등을 통해 많이 부각돼 있지만 그 반대로 미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이들도 적지 않다. 기회를 잡기는커녕 실패하지 않는 게 당면 과제일 수 있다.
 
지난 4월 고국으로 돌아온 미국 영주권자 송모씨 또한 그런 경우다. 한국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1996년 뉴욕 땅을 밟은 이후 닥치는 대로 일만 했다. 6년 전부터 만성신부전증이 오면서 직장을 잃고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다. 60대 중반이 돼 “홀로 외로운 여기보다는 낫지 않겠나”라며 한국행을 결심했지만 항공권을 구입할 돈이 수중에 없었다. 한국 비영리재단인 재외한인구조단 등의 도움으로 고국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었다.
 
외환위기 당시 도피성 이민을 온 이씨는 한때 잘나가던 요리사였다. 그러나 도박에 빠져 직업을 잃고 전재산을 탕진한 것도 모자라 담석증과 뇌졸중이 겹치면서 왼쪽 반신이 마비됐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까스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한국을 떠나기 전에 지은 죄가 있어 공항에서 체포됐다. 가족도 찾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신장투석을 제대로 못 받았다. 이씨는 지난 5월 초 귀국한 지 9일 만에 쓸쓸히 눈을 감았다.
 
노숙자 보호소인 뉴욕 나눔의집 박성원 목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노숙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외한인구조단의 항공비 지원 여력도 거의 바닥난 상태여서 나눔의집 한 달 렌트비 5000달러(약 570만원)를 포함한 노숙자 지원비를 오롯이 한인사회의 온정에 기대고 있다.
 
일부 불법체류자는 추방을 당해서라도 고국 땅을 밟아보려고 이민국에 자수하기도 한다. 그러나 추방당하기 전 6개월을 교도소에서 지내는 동안 말할 수 없는 수모를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항공권을 포기하고 나눔의집에 무작정 머무르는 한인도 꽤 있다.
 
뉴욕 나눔의집에 기거하는 70대 시각장애인에게 한국으로 가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웃으면서 답했다. “돌아가 봐야 반겨줄 사람이 있어야지. 여기서 지내다 조용히 갈 거야.”
 
한인들이 글로벌 시대를 맞아 광활한 시장으로 뛰어나가고 있지만 이에 따른 명과 암은 분명히 존재하게 마련이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뉴욕에서 들리는 ‘고향열차’가 구슬프기 그지없다.
 
심재우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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