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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여름 휴가 농촌이냐 어촌이냐 … 김영록·김영춘 장관 유치 경쟁

‘쉬어야 경제 산다’는 문 대통령 휴가 정치
“연차 휴가를 다 쓰겠다”는 대통령의 공언처럼 문재인 정부에선 휴가 문화도 달라질까.

국무회의서 ‘농어촌휴가’ 제안
관광지화 등 지역경제 활성화 도움
해당 부처, 지자체 어디로 가나 촉각

대선 후보 때부터 휴가에 관심
“안 쓰는 연차 다 쓰면 20조 경제효과”
여름휴가 12일 이상 의무화 등 공약

윗사람 눈치 보기 문화 바뀌나
안 가려던 이 총리 6일간 쉬기로
공무원 희망하면 최장 10일 보장

역대 대통령들의 휴가는
YS, 청남대 휴가 뒤 금융실명제
DJ·노무현, 국가적 위기로 취소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김수현 사회수석의 ‘휴가 중도 복귀’가 화제였다. 24일부터 휴가를 떠났던 김 수석은 이튿날인 25일 국무회의에 이어 이날 회의에도 참석했다. 김 수석 담당인 ‘원전’ 안건이 논의돼서다. 김 수석이 “휴가 연기했다”고 하자 주변에서 “한번 내면 끝이지” “일정 체크하지 못한 본인 책임”이라는 농담이 흘러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엔 휴가 중 일하는 걸 자랑처럼 여겼을지 몰라도 김 수석은 외려 핀잔을 당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장관이 대통령에게 “휴가 가시죠”라며 독촉하는 풍경도 연출됐다.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웃으며 “대통령이 휴가를 가셔야지 장관들도 휴가를 가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일하고 계시는데 장관들이 휴가 갈 수 있나요?”라고 말을 꺼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저는 이미 휴가를 가겠다고 천명했다”며 “대략 일정이 8월 중으로 그렇게 (잡혔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하루 연차를 내고 경남 양산 사저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견 마루를 쓰다듬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5월 하루 연차를 내고 경남 양산 사저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견 마루를 쓰다듬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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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휴가를 처음 꺼낸 건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으로 가는 전용기 안이었다. 스탠딩 기자간담회를 연 문 대통령이 “연차 휴가를 다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나도 연차 휴가를 모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장관도 그렇게 하고, 공무원들도 연차 휴가를 다 사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독려해 달라”고 거듭 말했다.
 
문 대통령의 ‘휴가 다짐’이 주목받는 건 과거 대통령의 짧은 휴가 탓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짧게는 3일, 길면 7일 휴가를 갔다. 그것도 1년에 한 번 여름휴가였다.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한 대통령은 없었다. 근면·성실을 최우선 덕목으로 여기는 데다 “국가 원수가 자리를 비우면 되느냐”는 사회 분위기도 가세했기 때문이다. 휴가 취소도 적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8년, 경제외환위기(IMF) 수습을 위해 휴가를 가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으로 휴가를 취소했다.
 
경남 거제 저도의 해군 휴양소를 찾은 2013년의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해변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썼다. [중앙포토]

경남 거제 저도의 해군 휴양소를 찾은 2013년의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해변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썼다. [중앙포토]

‘관저 휴가’도 흔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사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등을 이유로 관저에서 휴가를 대신했다. 행여 휴가를 떠나도 ‘정국 구상’으로 분류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93년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서 첫 여름휴가를 보낸 뒤 금융실명제를 전격 발표하면서 ‘청남대 구상’이란 용어가 생겨난 게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도 경남 양산 사저를 방문하고 난 뒤의 ‘양산 구상’이 화제가 되곤 했다.
 
문 대통령에게는 올해 말까지 20일의 연차 휴가가 남아 있다. 대통령의 연차 휴가 일수는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19대 국회의원 등 공무원으로 재직한 기간이 6년이 넘어 21일의 연차 휴가가 발생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13일째인 지난 5월 22일 하루짜리 연차를 내고 양산 사저를 다녀왔기에 이제 20일이 남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5일짜리 여름휴가로 가면 15일이 남고, 9~12월에 매달 4일가량 휴가를 써야 올해 연차 휴가를 소진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문 대통령의 휴가 다짐을 지키려면 9월부터는 매주 하루씩은 쉬어야 한다는 뜻이다.
 
경남 거제 저도의 해군 휴양소를 찾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중앙포토]

경남 거제 저도의 해군 휴양소를 찾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중앙포토]

대통령의 공언만으로도 공직사회가 바뀌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가공무원 1인당 연가 부여일수(20.4일) 중 사용 일수는 평균 10.3일(50.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윗사람이 휴가를 가야 아랫사람이 휴가를 떠나는 ‘눈치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 휴가는 제도가 아니라 문화”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각 수석실과 비서관실에 이번 여름휴가 때 최소 5일 이상의 연차 휴가를 소진해 달라고 공지해 놓았다. 전병헌 정무수석과 박수현 대변인 등이 문 대통령과 같은 기간에 떠날 예정이며, 임종석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면 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마음을 바꿔 다음달 9일부터 14일까지 여름휴가를 다녀오기로 했다. 이 총리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에서 일하면 세종에서는 쉬는 셈이고, 세종에서 집무를 보면 서울에서는 휴가 중”이라며 사실상 휴가를 가지 않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전남지사 시절 휴가를 떠났다가 하루 만에 업무에 복귀했던 일화도 있다. 그러다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이 총리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농어촌 등 국내 관광지를 찾도록 알리고,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가도록 공직사회가 솔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연차 사용 독려 발언(7월 11일)이 있은 뒤였다. 인사혁신처도 공무원 여름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희망자의 경우 최장 10일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2003년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서 자전거를 타는 노무현 대통령. [중앙포토]

2003년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서 자전거를 타는 노무현 대통령. [중앙포토]

일각에선 휴가 독려가 내수증진·고용확대와 연관돼 있다고도 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휴가가 경제 및 고용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기도 했다. 대선 직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노동자들은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330시간, 독일보다 740시간 더 많은 2113시간을 일했지만 법정 유급 휴가 15일 중 6일만 쉬는 등 가장 적게 쉬었다”며 “사용하지 않았던 연차휴가 5∼6일을 모두 쓰면 20조원에 이르는 경제 파급 효과가 생기고 고용창출 효과도 38만 명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의뢰로 조사해 지난 16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근로자가 연차 휴가를 100% 사용할 경우 소비는 16조7719억원, 고용은 21만8115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휴가 12일 이상 의무화, 연차 유급 휴가 확대 (15일 → 20일)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2001년 청남대에서 오리 모이를 주는 김대중 대통령 내외. [중앙포토]

2001년 청남대에서 오리 모이를 주는 김대중 대통령 내외. [중앙포토]

반면에 각 지자체는 “대통령이 어디로 휴가를 떠나는가”에 주목한다. 대통령 휴가지로 알려지면 관광 코스가 돼 지역경제 부흥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찾았던 경남 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저도’로 유명한 경남 거제 등이 특히 촉각을 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농어촌 여름휴가 캠페인’을 제안한 만큼 전혀 생소한 지역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지금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는데 이번 여름은 해외여행 대신에 국내에서, 그리고 우리 농어촌에서 여름휴가를 보내자는 대국민 캠페인을 한번 벌여 보자”고 말했다. 그러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촌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하는가 하면,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수부가 추진하는 해양관광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으니 여름휴가나 여행은 되도록 어촌으로 와 달라”고 강조하며 부처 간 휴가 유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창원(행정학) 한성대 교수는 “대통령의 휴가는 이제 단순한 가십이 아닌 통치 철학마저 담을 수 있게 됐다. ‘일과 휴식의 병행’이 현대인의 화두이기 때문”이라며 “리더의 휴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문 대통령이 선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 BOX] 전두환이 만든 청남대 YS·DJ도 자주 사용
역대 대통령도 ‘7말 8초’에 여름휴가를 떠났다. 인기 있는 휴양지는 청남대(충북 청주)였다. 청남대는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지어졌다. 83년 ‘봄을 맞이한다’는 뜻에서 ‘영춘재(迎春齋)’로 개관했다가 86년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靑南臺)’로 이름이 바뀌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은 5년 임기(93~97년) 내내 청남대를 찾았다. 조깅 마니아로 알려진 김 전 대통령은 청남대 산책로를 좋아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세 차례나 갔다. 반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약에 따라 2003년 청남대를 충북도에 반환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여름휴가지로 군 휴양소를 택했다. 경호상 이유가 가장 컸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대전시 유성에 있는 육군휴양소에서 권양숙 여사 등과 휴가를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경남 진해 해군 공관을 거쳐 해군 관할 휴양소가 있는 ‘저도(猪島)’에서 김윤옥 여사와 딸·사위·손자들과 휴가를 지냈다. 저도는 1972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에서 청해대(靑海臺)로 이름 붙이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 저도를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저도의 관할권이 거제시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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