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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열심히 해도 살기 힘든 한국, 경제 내비로 추적해 봤더니 …

한국 경제,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30년 넘게 고도 성장한 한국 경제
외환위기 이후 서비스업 중심 재편
생산성 증가 느려 저성장에 갇히고
인력공급 넘쳐 저임금·불평등 심화

김태일 지음, 코난북스
 
‘시민 경제 교과서’ ‘한국 경제의 내비게이션’을 자처하는 책이다. 과대 선전 문구 아닐까 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책의 정체성에 상당히 근접한 표현이다. 책은 한국과 세계 경제 흐름의 핵심을 큰 그림으로 짚으면서 왜 저성장과 양극화, 불안정한 삶과 허덕이는 생활이 우리 사회의 ‘기본값’이 됐는지, 그 본질을 파헤쳤다.
 
저자는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정책학을 공부한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다. 그는 “대체 왜 열심히 사는데도 힘든지, 그 이유라도 똑바로 알자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의 찬찬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내수·소득 주도 성장론, 기본 소득, 경제 민주화, 복지정책 등 한국 사회의 첨예한 논쟁거리를 해석할 수 있는 생각의 틀이 생긴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떤 경로를 따라가야 할지 그 답을 분명하게 제시하진 못하지만, 책 제목대로 ‘재탐색’할 능력은 키워주는 셈이다.
 
1960년대부터 30년 넘게 거의 매년 7∼10%씩 고도 성장해온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들어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다. 이는 외환위기 전후로 우리 경제구조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서비스업 중심의 탈산업사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가 경제구조 변화의 ‘원인’인 것은 아니다. 단지 변화를 앞당긴 ‘촉매제’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임금 불평등이 심하다. 사진은 15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요구 집회를 하는 민주노총 회원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임금 불평등이 심하다. 사진은 15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요구 집회를 하는 민주노총 회원들. [연합뉴스]

이러한 경제구조 변화가 저성장·불평등을 심화시키게된 연유는 이렇다. 우선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은 생산성 증가가 느리다. “효자동 이발사의 바리깡이 수동에서 전동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에 몇 명이나 더 깎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또 탈산업사회에선 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에 미치지 못한다. 왜냐. 우선 서비스업 인력에 대한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 옮겨간 인력과 일하려는 기혼 여성의 증가로 서비스업 인력 공급이 늘었다. 자연히 노동의 가격, 즉 임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정치적 요인’도 가세했다. “핵심은 자본 세력이 커지고 노동 세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노동 세력이 약해진 데는 노동조합 약화가 결정적이다. 서비스업은 다종다양하고 소규모 사업장이 많아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188쪽)
 
책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불평등 문제도 깊이있게 다뤘다. 미국의 대기업 CEO와 일반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354배(2012년 통계)다. 1970년대 30배, 90년대 60배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대기업 CEO 급여를 공개해 과거 통계는 없다. 2013년엔 109배 격차가 났다. 이렇게 ‘보상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커진 것은 기술진보(특히 정보화)와 세계화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결과의 불평등’이 결국엔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꼬집었다. “오늘 사후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내일 경기의 사전적인 조건이 된다”는 앤토니 앳킨슨의 말을 인용하면서다.
 
미국과 한국의 불평등이 다른 양상이라고 짚어낸 대목도 흥미롭다. 미국은 극소수의 상위층이 전체 부의 많은 부분을 가져가서 문제라면, 한국은 많은 하위 계층이 너무 적게 가져가기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 그 답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독자로서 답답한 부분이긴 하지만, 단선적인 답을 제시했더라면 오히려 신뢰도가 떨어졌을지 모른다. 다만, 목적지로 삼아야할 방향은 분명하다. 바로 ▶개방 ▶공정한 경쟁 ▶개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구조를 구현하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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