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적인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발표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시위대가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2612c09b-3b57-48e9-bb35-ab97c88480d5.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적인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발표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시위대가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트럼프의 '성전환자 군복무 금지' 발표에
성전환 여성 제니퍼 심스 대위, NYT 기고
"성전환 2년이 8년 군생활 중 가장 생산적
개인 정체성 허용하는 게 팀워크에도 도움"
트럼프 기습발표, 합참의장도 몰랐던 듯
인권단체 반발…각종 소송전 휘말릴 수도
심스 대위는 우선 지난해 6월 30일을 되돌아 봤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군내 트랜스젠더 복무 금지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주체할 수 없는 행복의 눈물이 흘렀다. 평생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다. 20년 간 내가 누구인지를 두고 싸웠고 7년 간 정체성을 숨겨야 했다. 하지만 그날 비로소 자유를 느꼈다.”
심스 대위는 개인 이야기임을 전제하면서도 다른 트랜스젠더 군인들과 공감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자신의 성 전환과 군 복무 과정을 풀어갔다.
그는 성장기에 자신이 사내아이란 걸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인터넷 같은 것이 발달되지 않은 시절이라 ‘트랜스젠더’라는 말도 못 들어봤다고 했다. 여느 남자애들처럼 스포츠를 즐기고 더 빠르고 강하게 되려고 노력했다. 군인 집안 출신이라 자신도 군인이 되고 싶다 생각했고 애틀란타대학에서 학사장교(ROTC)를 선택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신하게 된 것은 ROTC 입대 1년 후인 2010년 무렵이다. 미군 내 트랜스젠더 복무가 공식 허용되기 전이었다.
“선택은 단순하면서 복잡했다. 나라를 위할 것이냐 나를 위할 것이냐. 더 이상 남성적인 체하고 싶지 않았지만 전쟁에 휘말린 조국의 부름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심스는 2011년 소위로 임관해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갔다. 이후 4년 간 인도네시아·독일 등을 옮겨다녔지만 마음의 병은 심해져갔다. “거짓말을 하고 산다는 것, 더구나 아무에게도 내 감정을 말할 수 없다는 게 나를 피폐하게 했다.”
2015년 7월 변화가 시작됐다. 미 국방부가 트랜스젠더 복무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심스는 먼저 가족에게 커밍아웃(성 정체성을 알림)했다. 순조롭지 않았지만 더 이상 혼자만의 비밀은 아니었다. 군내에선 계속 숨기기로 했다. 관련 방침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대배치·승진 등에 불이익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마침내 2016년 카터 국방장관의 발표로 모든 게 확실해지자 그는 의료상담부터 받았다. 성전환 치료가 시작됐다. 지난 4월 그는 달라진 정체성으로 부대에 복귀했다. “어떤 이들은 (나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내무생활이나 훈련 등 조직 내에선 아무 문제가 없었다.”
심스 대위는 “만약 전역하게 되면 민간인으로 살아갈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내 경험상 트랜스젠더 복무 허용은 군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일갈했다. “성전환 후 지난 2년이 (ROTC 포함) 8년의 군생활에서 가장 생산적이었다. 군은 각 개인에게 정체성을 허용함으로써 팀워크와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강화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를 트위터로 발표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샌프란시스코 광장에 모여 있다.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28/3df7ec77-8005-4c91-bf86-3e1a153df590.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를 트위터로 발표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샌프란시스코 광장에 모여 있다.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일각에선 이번 안이 본격 추진되기 전에 폐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연방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처럼 이 같은 방침의 합법성 여부를 따지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전체 미군 130만 명 가운데 트랜스젠더 현역은 2500∼7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