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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서 아이 함께 돌봐주니 부모·아이·주민 모두 '엄지척'

과천시 원문동의 마을돌봄나눔터에서 전담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학습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과천시]

과천시 원문동의 마을돌봄나눔터에서 전담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학습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과천시]

 
 2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원문동의 한 아파트 단지.

과천 마을돌봄나눔터, 맞벌이 가정 위해 지난해 설립
오후 7시까지 놀이·식사·학습 지도 등 '돌봄'
지역주민 교사, 자원 봉사 학부모 등 마을이 주체

아이 "여기가 친구보다 좋아" 부모 "마음 놓인다"
인근 주민, 처음엔 반대 이젠 공과금도 내줘
노원구, 제주도 등 일부 지자체 '공동 돌봄' 시행중

정부, 전국 10곳 골라 '다함께 돌봄' 시범사업
"아이들 책임져 저출산 해소 기여, 전국에 확산"
"돌봄 사각지대 축소에 주민 자발적 참여 중요"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 입구에 붙어있는 '마을돌봄나눔터' 이름표 뒤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아파트 주민을 위한 문화강좌 공간이었던 센터 1층 일부가 지난해부터 방과 후에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생을 위한 돌봄 장소로 탈바꿈했다. 
과천시 원문동 마을돌봄나눔터 입구. 백수진 기자

과천시 원문동 마을돌봄나눔터 입구. 백수진 기자

 나눔터 내부는 아이들이 충분히 뛰어놀 수 있을 만큼 탁 트여있었다. 이날 진행된 놀이 프로그램 주제는 '전래놀이'.
 
 8살, 9살짜리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 하에 1시간 동안 제기를 발로 차거나 머리 위에 올린 채 떨어뜨리지 않으려 애쓰며 놀았다. 이모(8)양은 "여기서 친구들이랑 게임 하는 게 제일 재밌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나눔터에선 놀이만 하지 않는다. 과천시는 평일 오후 7시까지 문을 열면서 아이들에게 밥과 간식을 주고, 독서 교실·학습 지도 등도 진행한다. 이를 위해 전담교사, 보조교사, 각 프로그램별 교사 등을 채용했다. 자발적인 학부모들의 봉사 활동도 힘을 보탠다. 일반적인 보육 시설·학원·학교와 달리 '지역 공동체'가 운영 주체인 것이다.
과천시 원문동 마을돌봄나눔터에서 아이들이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과천시]

과천시 원문동 마을돌봄나눔터에서 아이들이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과천시]

  부모들이 늦게 퇴근하는 아이들에겐 이곳이 방과 후 찾아가는 '제2의 집'과 마찬가지다. 학원이나 집으로 갔다가도 자연스레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부모가 올 때까지 홀로 있거나 PC방, 학원을 전전했을 아이들이 오가는 '허브'이자 아이들의 안전을 챙겨주는 'CCTV' 역할인 셈이다.
 
 돌봄의 질을 위해서 이용 정원은 초등학교 1·2학년 30명으로 제한된다. 본인 부담금은 월 5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맞벌이 가정 사이에서 인기가 좋아 대기자가 항상 10여명씩 밀려있다.
 
 아이와 학부모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안전하고 맘 편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인 데다 교육·건강까지 세심하게 챙겨주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단순히 아이를 맡겨두는 곳이 아니라 마을 여러분의 노력으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 가족이 이사가지 않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됐다"며 고마움을 담은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과천 마을돌봄나눔터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가 고마움을 표하면서 나눔터에 보낸 편지. 편지 내용을 편지지 형태의 이미지로 재구성했다.[사진 보건복지부]

과천 마을돌봄나눔터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가 고마움을 표하면서 나눔터에 보낸 편지. 편지 내용을 편지지 형태의 이미지로 재구성했다.[사진 보건복지부]

  퇴근 후 딸 연우(9)양을 데리러 온 조지만(47)씨는 "맞벌이라서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던 차에 나눔터가 생긴 걸 보고 바로 신청했다"며 "하교·하원 시간의 공백이 맞벌이 부모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특히 방학에는 동네 안에 있고 이웃이 함께 돌보는 나눔터가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정모(8)군은 "친구들이 놀자고 불러도 여기가 더 재밌어서 안 가요. 책도 많아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과천시 원문동 마을돌봄나눔터에 비치된 아동도서들. 기부를 받은 책도 있지만 인근에 있는 도서관에서 분기별로 대여를 하는 등 아이들이 최대한 다양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백수진 기자

과천시 원문동 마을돌봄나눔터에 비치된 아동도서들. 기부를 받은 책도 있지만 인근에 있는 도서관에서 분기별로 대여를 하는 등 아이들이 최대한 다양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백수진 기자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블럭, 보드게임 등 다양한 장난감이 비치되어 있다. 특히 보드게임은 사회성 발달에 효과가 있어 프로그램 시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백수진 기자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블럭, 보드게임 등 다양한 장난감이 비치되어 있다. 특히 보드게임은 사회성 발달에 효과가 있어 프로그램 시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백수진 기자 

  이곳 직원들과 인근 주민들도 만족하긴 마찬가지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과천시민이다. 특히 보육·교직 등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이나 경력 단절 여성을 우선 채용해 이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 처음에 "시끄럽다"며 반대 의사가 많았던 주민들도 늘어나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미소짓고 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조현주(42) 전담교사는 "회사를 다니다가 아이를 낳으면서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는데 교직 자격증이 있어 여기 일자리를 얻었다"며 "일터가 가까이 있어서 나도 좋고, 학부모들도 교사들이 이웃이다보니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성영주 과천시 여성복지팀장은 "비싼 단지 내 공간을 무료로 내주는 게 쉽지 않아서 초반에 주민을 설득하는데만 6개월이 걸렸다"며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많아서 좋다며 나눔터에서 나오는 공과금까지 주민들이 대신 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부모와 아이, 주민이 모두 '윈윈'하는 돌봄 지자체는 과천외에도 몇곳이 더 있다. 서울 노원구와 경기 의왕시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제주도에선 지난해부터 부모들의 품앗이 육아를 도와주는 '수눌음 육아나눔터'를 늘려가고 있다. 다들 호응도 좋다.
 
 노원구가 운영하는 '독서돌봄마을학교'는 각 센터마다 10명 넘게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눌음 육아나눔터는 올해 25곳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제주도의 한 수눌음 육아나눔터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제주도]

제주도의 한 수눌음 육아나눔터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제주도]

  앞으로는 중앙 정부도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온 종일 맡아주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보건복지부·행정자치부는 27일 '다함께 돌봄' 시범사업을 올 하반기부터 전국 10개 시·군·구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공무원 관사를 활용한 과천의 '마을돌봄나눔터', 보건소를 활용한 경남 함양군의 '꾸러기들의 건강놀이터' 등 지자체별로 유형도 다양하다. 정호원 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장은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사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려는 지자체가 많았다. 뒤늦게 정보를 접한 곳도 꽤 있어서 다음번에는 시범사업 참여 대상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정된 지자체들은 시설 리모델링비, 인건비 등을 지원받아 12세 이하 아동을 위한 야간·휴일 돌봄, 자체 돌봄 프로그램 등을 맡게 된다. 주민센터나 도서관, 마을회관 등의 빈 공간을 활용해 아이들을 돌보는 데 경력단절 보육교사, 지역주민협의체, 자원봉사자, 노인 등과 함께 한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운영중인 독서돌봄마을학교. '주민자율운영시설'이라는 점이 입구에 명시돼있다. [사진 노원구]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운영중인 독서돌봄마을학교. '주민자율운영시설'이라는 점이 입구에 명시돼있다. [사진 노원구]

  정부는 이를 통해 개인의 몫이었던 방과 후 돌봄을 지역사회로 확장시켜 저출산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초등학교에서 이뤄지는 돌봄교실을 제외하면 사실상 아이들을 마땅히 맡길 곳이 없어 자기 돈을 들여 '등·하교 도우미'나 '베이비시터'를 쓰는 상황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향후 시범사업 모니터링을 거쳐 전국으로 사업을 확산시킨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다함께 돌봄' 시범사업을 시작할 전국 지자체 10곳. 지역별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자료 보건복지부]

올 하반기부터 '다함께 돌봄' 시범사업을 시작할 전국 지자체 10곳. 지역별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자료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돌봄 체계, 저출산 대안 될까
  정호원 과장은 "지역별로 특화된 돌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충분히 지원하려고 한다"며 "저출산 해소를 위해선 돌봄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전국의 마을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사업이 성공하려면 정부·지자체뿐 아니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정종훈·백수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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