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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78㎝ 허리 61㎝가 표준? 여성들 마네킹에 뿔났다

여성환경연대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26일 서울 명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는 마네킹”이라며 여성의 건강권과 몸 다양성 보장을 외쳤다. [연합뉴스]

여성환경연대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26일 서울 명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는 마네킹”이라며 여성의 건강권과 몸 다양성 보장을 외쳤다. [연합뉴스]

서울 명동역 앞에서 26일 한 여성단체 회원이 마네킹의 단면을 통과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얼굴은 마네킹의 목에 닿았고 폭이 좁아 다리 하나를 내놓는 것도 힘겨워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여성환경연대 등 7개 여성단체 회원들은 “여성의 건강권과 몸 다양성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엄격한 잣대, ‘마네킹 몸매’를 칭송하는 사회적 압력, 표준 사이즈만 취급하는 의류 브랜드가 문제다. 여성들이 자신을 긍정하며 건강하고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손에는 ‘2XL 입을 사람 나야 나!’ ‘다양한 몸, 다양한 사이즈’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2015년 실시한 7차 인체치수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20~39세 여성의 평균 신체 사이즈는 키 1m60㎝, 가슴둘레 86㎝, 허리둘레 74㎝다. 반면 보통 마네킹의 사이즈는 키 1m78㎝, 가슴둘레 81㎝, 허리둘레 61㎝(24인치)다. 마네킹 판매업자 유모(44)씨는 “보통 공장에서 찍어내는데 제작틀이 가슴 81㎝, 허리 61㎝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우리 사회가 일상과 노동환경에서 몸매 압박, 외모 품평, 자기 몸에 대한 불만족과 혐오를 만든다”며 “이는 여성의 건강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여성에게 길고 마른 몸을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여성의 인권·노동권·건강권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달 초 31개 의류 브랜드의 5개 품목(반팔·블라우스·바지·치마·원피스)에 속한 제품 13종에 대해 ‘사이즈 다양성’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총 7개의 사이즈(XXS·XS·S·M·L·XL·XXL) 중 S·M·L이나 XS·S·M 등 세 가지만 갖춘 브랜드가 31개 중 23개(74%)였다. 그중 국내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71%였다. 경진주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실태조사를 통해 외모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의류 브랜드가 제멋대로 정한 ‘표준 체형’ 이외의 신체를 가진 이는 삶의 필수품인 의복을 구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아영 불꽃페미액션 집행위원은 “사람을 본떠 마네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네킹을 본떠 사람을 만드는 게 한국 사회다. 사람이 옷에 몸을 맞추는 비인간적 행태가 지속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윤소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도 “자기 관리라는 이름으로 외모 차별이 합리화되고 있다. 외모에 대한 인식을 고치는 일이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2014년 10월 뉴질랜드의 한 여성 의류업체가 갈비뼈 윤곽이 드러나는 마네킹을 세웠다. 그러자 마네킹을 찍은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졌고 마네킹 철거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이 벌어졌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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