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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션 그래픽] 글로벌 리더십 외면한 트럼프…이제 대세는 新 브로맨스

최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프랑스ㆍ일본 등 쟁쟁한 국가의 정상들이 모인 이 자리에 예년과 달리 묘한 기류가 흘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펼치며 각종 이슈에서 사사건건 다른 나라 정상들과 불협화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등장 이후 그간 국제 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선 “G20 이후 세계 패권국의 자리가 뒤바뀔 수 있다”(가디언)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은 주요국 정상들이 다자간 협력을 추구하기보다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국가 정상과 연대하고 우정을 과시하는 일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남성이다 보니 세계 무대에서 ‘브로맨스’(bromanceㆍ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합친 신조어로 남자들끼리의 친밀한 관계를 뜻함)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쓰이고 있다.  
 
최근 떠오른 신(新) 브로맨스의 대표 주자는 단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잘 지낸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되는 이들의 우정 이면에는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가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실 올 초 ‘브로맨스’로 주목받은 이들은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이었다. 대표적인 스트롱맨으로 꼽히는 둘은 서로 공개적인 칭찬을 주고받으며 장밋빛 무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지난해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다는 ‘러시아 스캔들’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며 상황은 급변했다.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G20 정상회의 당시 트럼프가 푸틴과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 등이 보도되며 트럼프는 더 이상 푸틴과의 우정을 강조하기 힘들어졌다. 북한ㆍ시리아 문제 등 이견을 좁히기 힘든 사안도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미국과 러시아가 점점 멀어지는 사이, 오히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나갔다. 이달 초 모스크바를 찾은 시진핑은 푸틴을 “친구”라고 부르며 “러시아는 내가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이며, 당신과 나는 외국 정상 중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했다. 두 정상 간 회담은 올 들어 세 번째. 이 자리에서 중국은 100억 달러(약 11조 2000억원)에 이르는 대러 투자계획을 밝혔다.
 
두 나라는 북한 문제에서도 손을 잡았다. 러시아는 중국의 쌍중단(雙中斷ㆍ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것) 방침 지지를 천명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 철회에도 중국과 한목소리를 냈다. 러시아가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기술 지원을 했을 거라는 의혹도 보도됐다. 이런 가운데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 도발에 대한 규탄이 포함되지 못했다. 두 나라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G20 이후 중국판 트위터라 할 수 있는 웨이보에선 푸틴에 대한 비판 글이 삭제되고 있다. “외국 정상과 관련해 검열 특권이 부여된 것은 최근 두 나라 간 우호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파이낸셜타임스)란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과 푸틴이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있는 건, 그만큼 서로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광범위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중국의 자본과 지지가 절실하다. 대북 제재와 관련해 미국의 거센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러시아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두 정상의 공조는 패권 경쟁에서 트럼프의 미국을 공동으로 견제하는 측면도 있다. 
둘은 통치 스타일도 비슷하다. 시진핑과 푸틴 모두 자국 내에서 반체제 인사들을 철저히 탄압하며 철권통치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브로맨스가 언제까지 뜨거울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라선, 중국 훈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북-중-러 삼각지대’에서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일대일로’를 추진중인 중국은 북한을 통해야만 동해로 나갈 수 있고, 러시아는 1년 내내 얼지 않는 항구가 필요하기에 북한에 눈독을 들인다. 북한을 사이에 두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사이란 얘기다. 두 정상 간 브로맨스의 변화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일대 반전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월 미ㆍ일 정상회담 이후 꾸준한 하모니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 소유의 호화 리조트 마라라고에 아베 총리 부부를 초대했고 함께 골프도 쳤다. 일단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마음먹은 후에는 상대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베푸는 트럼프의 사업가적 기질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두 정상은 특히 대북 제재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G20 정상회의에서는 미ㆍ일과 중ㆍ러가 한반도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양상이 펼쳐졌다.  
 
중국ㆍ독일 등 다른 강대국과 사사건건 부딪히며 ‘마이웨이’를 걷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아베 총리와는 큰 잡음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데는, 아베가 발휘하는 고도의 정치술도 한몫 하고 있다는 것이 언론의 분석이다.
 
아베는 정부 자금까지 동원해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히며 ‘선물보따리’를 안기는 한편,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트럼프와 통화ㆍ단독 회담 등을 통해 그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 기간 미ㆍ일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도 “대통령 일정상 힘들 것 같다”는 미국을 일본이 밀어붙인 결과였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우군이 절실한 트럼프에겐 이런 아베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두 정상은 자국 내 정치적 입지 또한 비슷하다.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로, 아베는 ‘사학 스캔들’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지지율도 곤두박질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트럼프와 아베도 무역 문제에서는 갈등을 빚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을 주창하지만, 아베는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다. 
이 갈등은, 일본이 지난 6일 유럽연합(EU)과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합의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협정이 진행되면 세계 무역의 37%를 차지하는 거대한 자유무역 경제권이 탄생하고, 최대 피해국으로는 미국이 꼽힌다.  
 
지난 1월 트럼프가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한 데 대한 아베의 반격으로도 읽힌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미ㆍ일 간 밀월에 미묘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인도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꽤 재미있다.  
두 나라는 서로 적국은 아니었지만 결코 ‘친구’라 할 수는 없는 사이였다. 인도는 이슬람교인이 1억 명이 넘고 무슬림 국가들과 두터운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인도에게 중동 내 다른 국가들과 대립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부담스런 존재였다. 1948년 이스라엘 정부가 수립된 이후 40여 년이 지난 1992년에야 두 국가가 수교를 맺은 까닭이다.  
 
그러다 최근 양국은 빠른 속도로 다가서고 있다. 인도가 급격히 성장하며 경제적으로 협력할 일이 많아진 것이 촉매가 됐다. 현재 인도는 이스라엘제 무기의 최대 수입국일 뿐 아니라 여러 기술도 수입하고 있다. 중동에서 고립돼있고, EU에도 팔레스타인 문제로 미운 털이 박혀있는 이스라엘에 인도처럼 큰 시장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지난 5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인도 수반으로서는 최초로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성대히 그를 맞았다. “우리는 70년 가까이 당신을 기다려왔다” “(두 나라의 관계는) 천국이 맺어준 결혼이다”는 낯간지러운 말까지 건네며 거의 모든 일정에 그와 동행했다. 서로 “내 친구”라 부르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미국 대통령과 교황에게 보이는 환대와 비슷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두 정상은 수자원ㆍ농업ㆍ우주 기술 등의 분야에서 주요한 협약을 맺고, 무역 규모도 향후 5년 간 현재의 5배로 늘리기로 했다. 약 4000만 달러(약 463억 원) 규모의 연구 개발 기금도 공동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가장 빛난 순간은 이스라엘 북부의 올가 해변을 찾았을 때다. 네타냐후는 바닷물 담수화 협력 사업과 관련해 담수화 장비를 모디에게 직접 소개하며, 바닷물로 만든 담수를 나눠마셨다. 함께 맨발로 해변을 걷는 모습도 연출해 전 세계에 공개했다.  
 
이런 두 나라도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서는 입장이 다르다.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인도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편에 서있던 나라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할리우드 배우 같은 외모와 품격있는 스타일로 자국 내에서 인기가 높을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한 인사다.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만 39세라는 젊은 나이, 24살 연상 부인과의 러브 스토리 등으로 화제가 됐다. 의석이 ‘0석’이던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를 거대 정당으로 만든 것도 마크롱의 힘이다. 지난달 치러진 총선에서 앙마르슈와 민주운동당은 전체 577석 중 과반을 훨씬 넘는 350석을 얻는 압도적 승리를 일궈냈다.
 
두 사람의 진취적인 행보도 닮은꼴이다. 마크롱은 취임 후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다. 대선 기간 내내 강조해온 성평등 정책의 시작인 셈이다. 트뤼도 또한 지난 2015년 내각을 꾸리며 그 절반을 여성으로 채운 바 있다. 남성 장관 15명, 여성 장관 15명으로 구성된 내각은 캐나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장관들의 연령대와 배경, 출신 지역 또한 다양해 주목 받았다.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는 두 정상은 ‘비슷한 스타일’로 친분을 맺었다. 지난 5월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난 두 정상은 함께 산책을 하며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둘은 서로 “친구”라고 불렀다. 마크롱은 트뤼도와 산책한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트뤼도를 태그해 “프랑스와 캐나다 간 새로운 우정이 돋아났다”고 썼다. CNN 등이 “새로운 브로맨스가 탄생했다”고 보도한 이유다. 
 
두 정상은 지구온난화 대처, 자유무역 수호 등 글로벌 이슈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그렇다면 이런 브로맨스에 버금가는 ‘워맨스’(여자들의 우정)는 없을까.
딱히 눈에 띄는 조합은 없다. 세계 여성 지도자의 수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과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더욱 위축된 모양새다.  
 
자연히 강대국인 독일과 영국을 각각 이끌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테리사 메이 총리에 이목이 쏠리지만, 두 정상의 관계를 워맨스라고 표현하긴 어렵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통합을 주장하며 실질적인 유럽 대륙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영국과 EU의 이혼 협상을 앞두고 서로 수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두 정상이 ‘워맨스’를 연출하긴 쉽지 않다.  
 
특히 메이 총리는 거듭된 테러와 국내 정치 혼란으로 조기 총선에서 패하며 정치적 입지마저 약화한 상태다.   
 
글=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그래픽=고한솔(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학과 )ㆍ신도희(서울여자대학교 콘텐츠디자인학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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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