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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세리 언니 요술 통했나, 한국 여자 약속의 땅 실베니아

“한국 선수들이 약속의 땅에서 우승을 노린다.”
 

박세리 처음엔 ‘내게 안 맞는 곳’
98년 US오픈 제패 직후 초청 출전
61타 기록 세우며 우승 뒤 5승 거둬

마라톤 클래식 우승 김인경까지
한국 선수 19차례 대회서 11승

7월이 되면 이런 보도가 나오곤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할 때 마다 큰 뉴스가 됐던 10여 년 전 얘기다. 그 약속의 땅은 미국 오하이 주 톨리도 인근 실베니아에 있는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장이다. 이 곳에서 열린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에서 한국 선수들은 유난히 좋은 성적을 냈다. 박세리(40)는 5번, 그의 라이벌 김미현(40)도 한 번 우승했다. 톱 10에도 유난히 한국 선수가 많았다.
 
대회 이름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2013년부터는 마라톤 클래식이 됐다. 그러나 코스는 그대로고, 아직도 한국 선수에겐 약속의 땅이다.
 
왼쪽부터 박세리, 김미현, 이은정, 김인경.

왼쪽부터 박세리, 김미현, 이은정, 김인경.

24일 김인경(29·한화)의 우승으로 지난 19번 대회에서 한국 챔피언이 11번 나왔다. 박세리가, 또 한국 선수들이 가장 많이 우승한 LPGA 대회다. 어떤 선수들에겐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최운정(27·볼빅)은 2015년 이 대회에서 LPGA투어 157경기 만에 첫 우승컵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처음부터 약속의 땅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20년 전인 1997년 박세리는 이 대회에 나갔다. 당시 LPGA 회원이 아니었다. 투어 진출이라는 꿈만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간 상태였다. LPGA 몇 개 대회에 특별 초청을 부탁했는데 제이미 파가 허락을 해줬다. 박세리의 첫 LPGA 투어 초청 대회였다. 가는 길부터 가시밭길이었다. 박세리는 “훈련 경비가 오지 않아 플로리다에서 대회장까지 자동차로 가야 했다. 태어나서 처음 장거리 여행이었고 18시간이 걸렸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고 기억했다.
 
코스도 별로였다. 하일랜드 메도스는 1925년 생긴 오래된 코스다. 전장이 짧고 페어웨이가 좁다. 장타를 치는 박세리는 “나에게 잘 맞는 코스는 아니었다”라고 했다. 박세리에겐 일종의 황무지였다.
 
이듬해 박세리는 LPGA 투어 회원이 됐고 US오픈에서 우승했다. 그 바로 다음 대회가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이었다. 박세리는 이 대회를 포기하려 했다. 코스가 맞지 않고 피곤했기 때문이다. 박세리는 US오픈에서 월요일까지 LPGA 투어 사상 가장 긴 20홀 연장전을 치렀다.
 
그런데 제이미 파 대회 주최 측은 박세리를 위해 골프장 회원의 자가용 비행기를 US오픈 대회장까지 보냈다. 박세리는 난생 처음 가족과 함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오대호를 건넜다. 공항 활주로까지 고급 승용차들이 나와 박세리를 영접했다.
 
박세리는 첫날 이븐파 71타로 중위권에 그쳤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박세리는 “이왕 경기에 나갔으니 당연히 우승을 노렸다”고 말했다. 2라운드부터 몸이 풀렸다. 그날 10언더파 61타를 쳤다. 박세리는 여세를 몰아 각종 대회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9타 차로 압승했다.
 
박세리가 만약 제이미 파에 나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의 결실은 조금 덜 했을 것이다. 박세리는 통산 25승 중 20%를 이 대회에서 거뒀다. 그 5승이 박세리의 명예의 전당 입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세리가 ‘약속의 땅’에서 세운 한 라운드 최소타(61타), 대회 최소타(23언더파 261타)는 당시 LPGA 최소타 기록이었으며 박세리의 개인 최저타 기록이다.
 
LPGA 투어에서 10년을 뛴 양영아 중국 여자 골프 대표팀 감독은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장에 갈 때면 ‘이번에도 세리 언니가 우승할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나를 위한 대회”라고 했다. 그 정도로 박세리에게 중요한 대회였다.
 
그 약속의 땅은 원래 아무런 약속을 해주지 않았다. 박세리가 고단함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실을 얻어냈을 뿐이다. ‘약속의 땅’이라는 별칭 덕에 후배들도 조금은 마음 편히 경기하는 듯하다. 박세리는 “후배들이 그 곳에서 잘 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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