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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처음 것이 좋은 것이여 … ‘ 브랜드 DNA’ 속속 선뵈다

진화하는 복고 열풍

로고 키우고 히스토리 담아
1020·3050세대 동시 공략
‘헤리티지 마케팅’으로 진화



최근 인기를 끄는 1980년대 테니스룩. 세련미를 더하고 로고를 크게 키웠다.

최근 인기를 끄는 1980년대 테니스룩. 세련미를 더하고 로고를 크게 키웠다.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일차원적인 복고 트렌드가 한풀 꺾였다. 대신 브랜드의 전통과 역사를 알리며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일명 ‘헤리티지(heritage·유산) 마케팅’이다. 똑같이 과거를 얘기하지만 방법이 다르다. 브랜드 전성기 시절의 로고를 크게 키워 강조하고, 당시 인기 있었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업그레이드한다. 한층 깊이가 더해진 복고 열풍을 짚어본다. 
 
지난 17일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찾았다. 평일인데도 많은 관람객이 입구에 길게 줄을 늘어서 그 열기를 가늠케 했다. 전시장은 루이비통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1000여 가지 ‘여행’ 테마의 물품으로 가득했다. 상류층 여행객의 짐을 싸주는 패커(packer)였던 루이비통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인류의 주요 교통수단이 선박·기차에서 비행기로 바뀌는 동안 이 브랜드의 여행 트렁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볼 수 있었다. 행사장을 찾은 김성자(48·서울 사당동)씨는 “단순히 ‘명품 가방’ 회사로 알았는데 이 브랜드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흥미로운 브랜드 스토리를 들려주며 어필하는 방법이 있다.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광고를 하거나, 그때 인기를 끌었던 디자인을 다시 내놓기도 한다. 한 대형 광고회사 관계자는 “처음 복고 열풍이 불 땐 그 시절을 겪은 자만 추억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면 요즘의 복고는 1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과거를 그리워하는 3050세대와 새로움에 환호하는 1020세대를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고 짚었다.
 
추억 자극하는 광고·디자인
 
휠라의 빅 로고 티셔츠.

휠라의 빅 로고 티셔츠.

유행에 가장 민감한 패션업계에선 ‘빅 로고’ 시대가 열렸다. 최근까지 유행하던 자연스러운 스타일인 놈코어, 로고리스(로고 없는 디자인) 트렌드가 지고 눈에 띄는 강렬한 로고의 상품이 인기를 끈다.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 휠라는 올해 헤리티지 라인의 상품으로 빅 로고 티셔츠와 발목까지 오는 하이톱 슈즈를 선보였다. 1990년대 유행을 재현한 복고풍 테니스화는 약 8개월 만에 40만 족이 팔려 나갔다. 리복은 지난해 하반기 80년대 스타일의 ‘클럽C’ 테니스화를 출시해 올 상반기에만 12만 족을 팔았다. 클럽C의 인기에 힘입어 이달 초엔 같은 모델에 지퍼를 단 신상품을 새로 내놨다. 리복의 박성희 이사는 “브랜드마다 로고를 감추고 가리던 시기가 있었지만 요즘은 로고를 단순화하고 부각시키는 게 트렌드”라면서 “로고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90년대 전성기를 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90년대 대표 ‘학교 가방’ 이스트팩은 당시 유행하던 윗부분이 둥근 백팩인 ‘DNA 백’을 매년 조금씩 바꿔 출시하고 있다. 올해는 강렬한 동물 문양의 자수에 빨간 지구본 모양의 로고를 블랙 컬러로 바꿔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상품을 내놨다. 이스트팩 백국일 이사는 “요즘 유행하는 각진 스퀘어백과 더불어 어깨에 메면 자연스럽게 축 처지는 예전의 DNA백을 계속 내놓고 있다”며 “둥근 백팩의 원조 브랜드로 정통성에 대한 자부심과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발란스의 빈티지 코트화.

뉴발란스의 빈티지 코트화.

 
원조 제품에 세련미 입혀
 
1950~90년대 선보인 칠성사이다의 패키지 변천사.

1950~90년대 선보인 칠성사이다의 패키지 변천사.

디자인의 다양성에 한계가 있는 식음료 분야에서는 역사가 긴 전통 브랜드를 중심으로 초창기, 혹은 전성기 제품의 로고와 패키지를 내세운 상품이 다양하게 출시됐다. 칠성사이다는 최근 창립 67주년을 맞아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선보였던 다섯 개의 캔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한 빈티지 패키지를 한정 판매했다. 칠성사이다 관계자는 “67년 전 탄산음료가 대중화되기 전엔 사이다가 고급 음료였다”며 “예전 패키지를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와 역사를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회사의 초기 히트 상품을 다시 부각시키는 경우도 있다. 56년 처음 등장해 각 가정의 주방에 조미료 시대를 열었던 ㈜대상의 미원은 최근 MSG 논란의 누명을 벗은 뒤 ‘감칠맛 미원’에서 건강을 강조한 ‘발효 미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돌 스타 김희철이 모델로 나선 ‘픽 미원’이라는 광고는 조회수 200만 뷰를 기록하고 커버(유명 영상을 일반인이 따라 하는) 영상이 올라오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미원의 박철홍 차장은 “예전의 고객층과 더불어 젊은 층에게도 어필하려는 브랜드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초창기 자사 제품을 재현하거나 현대적 감각을 더한 브랜슨 선풍기와 드롱기의 아이코나 주전자,그리고 콜맨의 쿨러 .

초창기 자사 제품을 재현하거나 현대적 감각을 더한 브랜슨 선풍기와 드롱기의 아이코나 주전자,그리고 콜맨의 쿨러 .

생활가전·아웃도어 브랜드는 제품의 원형을 살리면서 세련된 빈티지 디자인을 더하는 방식으로 복고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116년 전통의 아웃도어 브랜드 콜맨은 최근 몇 년간 연초마다 빈티지 용품을 한정 출시했다. 50~7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자사의 텐트와 랜턴, 쿨러를 당시 모습과 컬러 그대로 재현했다. 빛바랜 핑크색과 파란색 등을 테마 컬러로 삼고 제품 출시 ‘60주년’ 마크를 다는 등 빈티지 제품을 통해 브랜드의 오랜 역사를 강조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최근 스마트기기 충전용 USB 포트가 달린 복고 스타일의 전자레인지를 출시하고 이달 초부터 미국·중국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건국대 소비자학 전공 이승신 교수는 “첨단 과학기술과 물질의 풍요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익숙한 물건과 문화를 통해 잠시 뒤를 돌아보고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며 “최근의 복고 트렌드와 관련해 원형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최신 유행을 더한 제품들이 당분간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글=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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