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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학폭 때 그 아이 없었다" ··· 숭의초 학생들 증언 무시한 교육청

서울시교육청 이민종 감사관(왼쪽) 등 특정감사팀 관계자들이 12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안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 이민종 감사관(왼쪽) 등 특정감사팀 관계자들이 12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안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면서 여러 학생들로부터 "대기업 회장 손자 A군이 폭력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들었지만 감사결과에서는 제외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교육청, 지난달 22일 숭의초 학생 8명 집단상담
학폭 당시 같은방 학생 중 피해학생 뺀 전원 참석

"나하고 밖에서 놀았다" "가해학생은 누구 누구"등
대기업 회장 손자 폭력가담 안했다는 증언 이어져

하지만 12일 교육청 감사 결과 발표에서 모두 빠져
숭의초 "이미 답을 다 정해놓고 한 감사 아니냐" 반발
교육청 "A군 가담여부 밝히는 게 감사 목적 아니다"

앞서 시교육청은 사건 당시 A군이 폭력이 발생한 숙소 안이 아닌 밖에 나와 있었다는 수련원 지도사의 증언도 감사결과 발표에서 뺐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이 편향적으로 증언이나 증인을 취사선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숭의초 학교폭력 집단상담 조사' 녹취록에 따르면, 시교육청 감사팀은 숭의초에 대한 현장감사를 진행하던 지난달 22일 3학년생 8명을 한자리에 모아 1시간 30분 동안 집단상담을 실시했다. 참가 학생들은 학폭 발생 당시 같은 방을 사용한 9명 가운데 학교에 나오지 않은 피해학생 B군을 제외한 전원이다.    
 
현장에는 시교육청 소속 전문삼담교사와 인권조사관, 감사팀 직원 2명, 숭의초 소속 상담교사가 참석했다. 집단상담 조사는 주로 시교육청 전문상담교사가 진행했다.
 
그는 수련회 숙소에서 B군이 이불에 깔려 폭행당한 사건의 정황을 상세히 물었다. 폭력 사건은 방 안에서 발생했고, B군과 가해학생들 외에 짐을 정리하던 다른 학생들이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    
 
학생들은 "(B가 이불에 깔려 있는 줄) 모르니까 잠깐 이불 위에 올라타기도 하고 툭툭치기도 했다""이불 더미인 줄 알고.. 매트리스도 있었다" "약간 울음소리가 들렸다" 등의 얘기를 했다. 또 어떤 학생은 "B가 이불에 깔리는 것부터 선생님이 들어온 것 까지 봤다"며 당시 상황을 소상히 설명했지만 언급한 가해학생 중에 A군은 없었다. 당시 바로 옆 방의 여교사 숙소에 있던 담임교사는 B군이 울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급히 달려왔다. 
 
A군과 관련해서는 "A랑 밖에서 놀다가 들어와서 A는 화장실 가고 나는 그 앞에서 과자를 먹고 있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날 집단상담 조사 분위기는 상당히 시끌벅적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시교육청 상담교사가 학생들에게 “한꺼번에 얘기하니까 들리지 않는다”“잠깐만 집중하자” “다른 학생 말할 때는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고 여러 차례 주의를 줬다.하지만 학생들은 “발가벗고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거나 “너 엉덩이에 몽고반점 보였다” 등 질문과 상관없는 얘기도 몇차례 꺼냈다.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지역 수련원의 숙소 입구. 시교육청이 진행한 학생들의 집단상담 과정에서 "사건 당시 A군은 숙소 현관 옆 나무 벤치 근처에서 나와 줄다리기를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는 본지가 인터뷰한 수련원 지도사가 "A군은 (학폭 당시) 숙소 밖에 있었다"고 밝힌 내용과 일치한다. [사진 숭의초 제공]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지역 수련원의 숙소 입구. 시교육청이 진행한 학생들의 집단상담 과정에서 "사건 당시 A군은 숙소 현관 옆 나무 벤치 근처에서 나와 줄다리기를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는 본지가 인터뷰한 수련원 지도사가 "A군은 (학폭 당시) 숙소 밖에 있었다"고 밝힌 내용과 일치한다. [사진 숭의초 제공]

숭의초 수련회가 진행된 경기도지역 수련원 내부. 화장실은 현관을 열면 바로 왼쪽에 있다. 피해학생이 이불에 덮인 채 맞았다고 알려진 장소는 방 안쪽이다. 시교육청이 진행한 집단상담에 따르면, 폭행이 있던 시각 A군은 현관 밖에서 놀다가 입구 바로 옆 화장실에 들렀고 나오자마자 담임 교사에게 바로 벌을 받았다. [사진 숭의초 제공]

숭의초 수련회가 진행된 경기도지역 수련원 내부. 화장실은 현관을 열면 바로 왼쪽에 있다. 피해학생이 이불에 덮인 채 맞았다고 알려진 장소는 방 안쪽이다. 시교육청이 진행한 집단상담에 따르면, 폭행이 있던 시각 A군은 현관 밖에서 놀다가 입구 바로 옆 화장실에 들렀고 나오자마자 담임 교사에게 바로 벌을 받았다. [사진 숭의초 제공]

시교육청 상담교사가 1시간 가량 이어진 상담을 마치고 학생들을 돌려보내려 하자 이번에는 감시팀 관계자가 직접 나섰다. 그는 가해학생과 A군 등 4명을 교실로 돌려보내고 목격자 4명만 남도록 했다. 이 관계자는 "8명 모두가 너무 시끄러워서 얘기가 안된다. 조용히 좀 얘기해보자"고 말했다. 이후 30분 가량 추가 상담이 이어졌다.  
 
그는 학폭 발생 당시 A군과 숙소 밖에서 놀았다고 진술한 C군에게 “A군과 강사 선생님(수련원 지도사)이랑 얘기했다는 데 그때 어디쯤 있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C군은 “현관 앞 벤치에서 보조 선생님(수련원 지도사)이랑 있었다. 거기 줄이 있어서 A와 줄다리를 했다"고 답했다.
 
C군은 또 "A가 화장실 같이 가자고해서 방에 들어갔다. A는 화장실 들어가고 나는 그 앞에서 과자먹으면서 기다렸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선생님이 오셔서) 우리는 벌을 서고 있었고, A는 화장실에서 나온 뒤 같이 벌을 섰다"고 말했다. 당시 담임교사는 B군을 포함해 9명 전원을 잠시 동안 무릎꿇게 했던 것으로 시교육청 감사결과 확인됐다. 
  
이처럼 모두 1시간 30분 가량 이어진 집단상담에서 A군이 학교폭력에 가담했다는 증언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현장에 없었다는 증언만 일관되게 나왔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지난 12일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발표 당시, 집단상담을 실시했다는 사실만 밝혔을 뿐 정작 이러한 증언들은 모두 제외했다. 대신 “담임교사가 피해학생 등 방안에 있던 전체 학생을 무릎꿇게 하고 손을 들라며 벌을 줬다. 학교측이 피해학생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부분만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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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초 관계자는 “담임교사가 받은 초기진술서나 수련원 지도사 증언,그리고 시교육청의 집단상담조사까지 모두 일관되게 'A군은 폭력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나오는데 교육청이 왜 감사결과에 반영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A가 폭력에 가담했고 학교가 이를 무마 은폐하려했다'는 답을 미리 정해놓고 감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학교폭력 전문인 홍승민 변호사도 “통상 감사기관은 감사자료를 취사선택할 권한이 있다"면서도 "시교육청이 직접 진행한 집단상담 결과를 왜 감사에 반영하지 않았는지는 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A군이 가해자인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진행한 게 아니다"라며 "감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밝히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어 감사 결과 발표 때 언급하지 않은 정황도 일부 있다”고 밝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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