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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연료 없이 날아다니는 세상을 꿈꾸다

14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에어로센’을 시연하고 있는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

14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에어로센’을 시연하고 있는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

“땅에 발을 디딘 채로 공중을 떠돌아다니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죠. 지구는 거대한 우주선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인간이 그 우주선의 유일한 승객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서 개인전…
설치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

얼핏 수수께끼처럼 들리는 이 말은,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미술가 겸 건축가 토마스 사라세노(Tomas Saraceno·44)의 예술세계를 잘 함축하고 있다. 14일 전남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대규모 개인전 ‘행성 그 사이의 우리’(7월 15일~2018년 3월 25일)를 위해 내한한 그에게 “왜 공중에 뜨는 작품을 주로 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이 작가는 허공에 뜬 가변적 모듈로 된 주거공간 ‘클라우드 시티(Cloud Cities)’ 연작으로, 그리고 열기구 비슷하지만 화석연료 없이 오로지 공기와 태양열로 떠오르고 이동하는 ‘에어로센(Aerocene)’ 프로젝트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오프닝 전에 ‘에어로센’을 시연해 보였다. 검은 비닐과 투명 비닐을 이어 붙인 커다란 포대자루에 공기를 넣은 후 입구를 죄고 10분쯤 지나자, 햇볕에 공기가 데워지며 에어로센이 둥실 떠올랐다.  
 
“낮에는 햇볕을 받아 높이 떠오르고 밤에는 지표면 가까이 내려가 남은 열로 계속 떠있습니다. 그렇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바람을 타고 독일에서 폴란드까지도 갔었어요. 좀 더 크면 사람을 태울 수도 있겠죠. 화석 연료를 이용한 비행기 같은 교통수단은 A에서 B지점까지 직선이나 포물선 궤도로 움직이지만, 에어로센은 물결 궤도를 그리며 천천히 나아간다는 것이 다릅니다. 그게 바로 지속가능성이죠.”  
 
에어로센은 공유경제의 개념도 내포하고 있다. 그는 “도서관에서 누구나 빌릴 수 있으나 한 사람이 독점할 수 없는 책처럼” 에어로센 제작 방법을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재료도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공중에 뜨게 하는 메커니즘을 고안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가 미국 MIT대 과학자들과 협업한 이유다. 그리고 다른 과학기관과도 협업하며 설치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 주거와 이동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스승이 속한 1960년대 영국의 전위적 건축가 단체 ‘아키그램’과 20세기 초 러시아의 유토피아 건축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그의 ‘클라우드 시티’는 28년 러시아 건축가 크루티코프가 발표한 하늘에 둥둥 뜬 캡슐 도시 ‘플라잉 시티’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사라세노가 그들과 다른 것은, 미술사학자 정연심 교수의 지적대로, “유토피아적 청사진에 머무르는 선배들과 달리 과학적인 협업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천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말대로 ‘거의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quasi feasible utopia)’를 추구했다. 또 다른 차이는 다른 종(種)과의 소통과 공존, 나아가 우주 속에서 그들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는 점이다.  
사라세노의 거대한 설치 ‘행성 그 사이의 우리’가 설치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1관.

사라세노의 거대한 설치 ‘행성 그 사이의 우리’가 설치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1관.

 
이번 개인전은 그의 작품 세계를 압축해 보여준다. 에어로센을 변형한 거대한 구체 아홉 개가 거대한 암실로 변한 복합 1관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모습은 우주의 장관을 연상시킨다. 그 사이를 걸어다니는 것은 “땅에 발을 디딘 채로 공중을 떠돌아다니는” 느낌이다. 전시장 한구석에는 우주 먼지로부터 비롯된 일상 먼지의 움직임이 특수 장치에 의해 실시간 이미지 프로젝션과 사운드로 변환된다. 또 먼지의 움직임으로 생성된 저음파는 살아있는 거미의 거미집으로 전달되고, 거미가 반응하며 만든 미세한 진동이 다시 사운드로 전환된다. 이렇게 인간은 우주와 거미와 연결된다.  
 
김성원 예술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사라세노의 의도대로 ‘우주망(cosmic web)의 일부’가 되며, 미술·생물학·천문학·실험음악·건축의 유기적이고 시적인 통섭을 통해 신비로운 우주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광주 글 문소영 기자·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symoon@joongang.co.kr    
사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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