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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훈의 시시각각] ‘박근혜 재판’과 TV 중계의 조건

고대훈 논설위원

고대훈 논설위원

재판의 TV 생중계에 대한 양승태 대법원장의 집념은 강하다. 그는 2012년 2월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건의 재판은 전 과정을 TV 중계해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했다. “국민이 재판 실상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 영화를 보고서 법원을 비판한다”는 게 그의 인식이었다. 당시는 한 전직 교수의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이 흥행몰이를 하던 때였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요”라는 영화 속 대사가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것이다. 이듬해 3월부터 대법원의 상고심(3심) 중 일부에서 생중계를 허용하고 있다.
 

망신주기식 여론재판 안 되려면
공개 기준 정립 등 공론화 거쳐야

요즘 양 대법원장은 1·2심 재판의 생중계에 매달려 있다. 판사 3명 중 2명(67.8%)은 주요 사건의 1·2심 재판 과정을 중계하는 걸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그제 대법관 회의를 열고 결론을 내려다 실패했다. 인권과 중계 허용 범위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25일 다시 회의를 열어 매듭지을 예정이다. 합의만 되면 대법원 규칙을 손질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갈 태세다.
 
원론적으론 ‘한국판 OJ 심슨 재판’이 재연될 수도 있다. 심슨 재판은 1994년 6월부터 1년4개월에 걸쳐 미국인의 눈과 귀를 TV화면에 끌어 모으며 ‘세기의 쇼’를 펼쳤다. 미국프로풋볼(NFL) 최고 스타였던 심슨이 백인 전처와 그의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열풍을 일으킨 데는 TV 생중계를 허용한 재판부의 결정이 컸다. 1·2심 재판 중계가 허용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씨의 재판에 적용될 공산이 크다. 대법원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왜 하필 지금인가.
“국정 농단 사건 이후 국민적 관심이 높은 재판의 경우 TV 중계의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올 초 공청회와 판사 설문조사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시기적으로 오해의 소지는 있을 수 있다.”
 
심슨 재판처럼 실시간 중계되는가.
“재판 과정, 결심, 선고 등 어느 단계까지 공개할지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 재판 과정 전체가 중계되는 방향은 아닌 것으로 안다. 피고인의 초상권과 사생활 보호를 고려해 망신주기식 재판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은 박근혜 얼굴을 TV에 노출시키겠다는 것 아닌가.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 등의 장치가 마련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1번이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다. 그 내용으로는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철저한 공소 유지’가 강조됐다. ‘철저한 공소 유지’란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라는 뜻이다. 공소 유지의 책임이 있는 검찰에 대한 압박이자, 법원에 대해 ‘딴생각 말라’는 경고로 들릴 수도 있다. 카메라라는 게 묘하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대중의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사법 포퓰리즘이 판칠 수 있다.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으로 흘러 동정론과 처벌론이 대립하며 갈등과 분열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1·2심의 생중계 여부는 대법원장과 몇몇이 밀실에 모여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박근혜 재판’에만 쓰고 버릴 제도가 아니다. 중계 기준이 되는 ‘사회적 주요 사건’을 어떻게 정립할지, 재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지, 중계 방송사의 선정과 편집에 따른 왜곡과 상업화는 어떻게 막을지 등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다. 임기(올 9월 말)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양 대법원장이 서두른다는 느낌이다. 이거야말로 공론화가 필요하다. 1·2·3심 재판에 TV 생중계를 도입한 최초의 대법원장이란 명예에 연연하는 건 아닌지 조금 우려된다.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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