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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보호, 몰카 예방 … 스마트폰으로 여는 입법의 문

“아기를 한 명 기르는 워킹맘인 저는 최근에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사했는데, 1년 만근하지 않은 임직원은 연차가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현실과 맞닥뜨렸습니다.”
 

시민입법 플랫폼 ‘국회톡톡’ 성과
지지하는 사람 1000명 넘으면
관련 상임위 의원에 제안 전달
신입사원 연차 법안 등 국회 발의

시작은 워킹맘 A씨의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현행법은 입사 첫해 유급휴가를 사용하면 이듬해 연차휴가 15일에서 첫해 사용한 날만큼 빼도록 돼 있다. A씨는 신입사원의 유급휴가를 2년간 15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제60조 3항의 수정을 건의했다.
 
“입사 후 2~3개월에 한 번 연차를 썼는데, 다른 팀은 쓰지도 못하는 거라며 부장님이 생색을 냈다”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1832명이 A씨의 제안에 지지 버튼을 눌렀다. 지난해에 생긴 시민입법 플랫폼 ‘국회톡톡’에서 벌어진 작은 변화였다.
 
어린이 병원비를 국가가 지원하자는 시민 제안 법안은 1000명이 넘게 지지했다. [국회톡톡 사이트]

어린이 병원비를 국가가 지원하자는 시민 제안 법안은 1000명이 넘게 지지했다. [국회톡톡 사이트]

국회톡톡 운영진은 지지자 1000명을 넘기면 관련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에게 제안을 전달한다는 방침에 따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에게 연락했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 의원은 지난 1월 입사 1년 차에 12일, 2년 차에는 15일의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5년 여름, 국내 한 워터파크 여성 샤워실에 몰카를 설치해 찍은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됐다. 지난 4월에는 걸그룹 팬 사인회에서 안경 몰카를 쓰고 사인을 받으러 온 남성 팬이 현장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디지털 성폭력 아웃(DSO)’이라는 단체는 몰카 구매자에 대한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몰카를 소지하는 것을 불법으로 만들어 달라고 국회톡톡에 제안했다. 글이 올라온 지 2시간 반 만에 참여자가 1000명이 넘었다. 입법 참여를 제안받은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몰카예방법’을 대표 발의했다. 진 의원이 발의한 안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 1회 이상 공중화장실 등에서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동수(29)씨는 지난해 ‘청년정치크루’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 3월 ‘취업준비생 보호법’을 국회톡톡에 제안했다. 채용 과정에서 실무 평가를 빌미로 영업 행위를 강요하지 못하게 하고 채용 시 연봉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과 송옥주 민주당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들의 다음 타깃은 예비군 동원훈련이다. 이씨는 “대학생은 1년에 하루, 해외 거주자는 면제받는 동원훈련을 일반인이나 고졸 취업자는 5일 정도 받는다. 동원훈련 일수를 줄이면서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훈련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톡톡은 정치 스타트업 ‘와글’과 온라인 개발자 조합 ‘빠띠’‘싱크탱크’‘더미래연구소’가 만든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서 시민이 작성한 제안은 수정 없이 그대로 공개된다. 와글의 오진아 매니저는 “지난겨울 촛불시위로 평범한 시민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먹고사는 일이 바쁜데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볼 때마다 광장으로 몰려가 촛불을 들 수는 없다는 생각에 시민입법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회톡톡은 오는 9월 정기국회 때 자신들에 의해 발의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제안자들과 함께 국회 회의 영상을 지켜보고 상임위 회의록도 공람할 계획이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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