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신규 채용 보류·무인기계 도입·셀프서비스…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몰려 온다

대기업그룹의 계열사인 경남 소재 A사는 지난 17일 오후 예정에 없던 긴급 임원회의를 열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총 인건비 관리’를 주제로 3시간 넘게 회의가 진행됐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이 회사 인사담당 임원은 “결국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보류하자는 결정을 내렸다”며 “연말에 경영 사정을 봐서 구조조정 여부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업들, "고용 축소하고 서비스 질 낮추는 것 외에 답 안 보여"
'사람 손' 필요한 제조·서비스업 타격 커
"예고된 부작용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함께 마련돼야"

임직원이 1000여 명에 달하는 이 회사가 구조조정까지 고민하는 것은 ‘최저 임금 상승에 따른 연쇄 작용’ 때문이다. 현재 이 회사는 생산직 신입사원에게 최저임금(월 136만원) 수준인 기본급에 상여금·수당을 더해 연봉 4000만원을 지급한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내년에 월 157만원으로 오르면 신입사원 급여가 2~3년차 사원보다 많아져 연쇄적으로 급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1인당 평균 연봉이 470만원씩 올라 추가 인건비만 연간 47억원”이라며 “겨우 적자를 면하는 현 경영 상황으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현재보다 16.4% 올린 7530원으로 확정하자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10인 미만)은 물론 중견기업·대기업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최저임금에 따른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업종 특성상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작업이 많아 고용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건비 인상에 따른 부담도 크다는 의미다. 예컨대 편의점 점포의 경우 인건비 부담이 전체 매출(매출이익)의 25% 수준이지만 제조업체는 35% 수준이다.  
 
경기도 부천 오정산업단지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제조하는 M업체는 직원이 8명(관리직 2명+생산직 6명)이다. 현재 월 평균 매출(9500만원)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3%(3200만원)다. 내년에는 이게 40%가 넘어간다.  
 
호텔이나 리조트도 ‘사람 손’이 필요한 대표적인 업종이다. 안내데스크, 객실 청소 등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작업이 많고 자동화가 어렵다. 휴가철이라 사람이 몰리는 여름·겨울 성수기에 아르바이트생을 대거 채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B리조트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000억원에 못 미치지만 1000명(아르바이트 포함) 이상을 고용했다.
 
결국 최저임금에 따른 비용 상승은 고용 축소, 제품 또는 서비스료 인상, 자동화시스템 도입 확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7개 매장을 운영하는 숯불구이전문점인 강강술래는 서비스 축소를 고심하고 있다. 현재 테이블마다 담당 직원이 배정되고 직원이 고기를 구워준다. 최종만 강강술래 사장은 “최저 임금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메울 방법이 마땅치 않아 서비스 범위를 축소하는 걸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외식업체의 무인결제 시스템 도입이 빨라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쌀국수전문점에서 도임한 무인결제 시스템. [사진 나도사장님]

최저임금이 오르자 외식업체의 무인결제 시스템 도입이 빨라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쌀국수전문점에서 도임한 무인결제 시스템. [사진 나도사장님]

‘사람 대신 기계 일꾼’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6개 매장을 보유한 M 베이커리업체는 현재 직원이 100여 명이다. 하반기에만 3개 가량의 새 매장을 열 계획이지만 추가 채용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동화 기기를 추가로 도입한다. 대개 매장 1곳당 제빵사 등 평균 10여 명이 근무했지만 반죽 기계 등을 늘려 인력을 최소한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 정모 대표는 “맛 유지를 위해 빵 반죽부터 전 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했지만 인건비 부담을 경감할 딱히 좋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셀프 주유소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18일 한국주유소협회에는 셀프주유소 전환시 비용 지원에 관한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일반주유소를 셀프주유소로 바꾸려면 1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인건비 부담보다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현재 전국 주유소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5만 여 명이다. 셀프주유소가 10%만 들어도 5000명 이상 일자리를 잃게 된다.
 
무인계산대 도입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대형 프랜차이즈는 무인결제 시스템이 활성화했다. 롯데리아는 전체 점포(1352개)의 42%에 무인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맥도날드도 전체 매장(440개)의 43%에서 손님이 직접 결제를 한다. 무인단말기업체인 씨아이테크는 15일 최저 임금 발표 후 이틀 만에 주가 17.6% 뛰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인건비 부담은 빠른 무인화를 초래해 손님이 직접 계산하고 직접 음식 가져다 먹고 직접 주유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황현정(56)씨는 “대형마트 캐셔는 주부들 사이에서, 주유소 아르바이트는 퇴직자들 사이에서 특별한 기술 없이 할 수 있는 비교적 편한 일자리였는데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고용 감소는 이미 예고된 부작용인 만큼 근로장려 세제 강화, 인력 전환 정책 등 일자리를 잃은 이들을 위한 산업 재배치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