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허술한 장부에 수천 억 사기 당한 은행

관세청은 메이플세미컨덕터의 4000억원대 무역범죄 혐의를 적발했다. [사진 메이플세미컨덕터]

관세청은 메이플세미컨덕터의 4000억원대 무역범죄 혐의를 적발했다. [사진 메이플세미컨덕터]

국내 대형 시중은행은 물론 내로라하는 기관투자가들이 한 중소기업의 사기 행각에 깜빡 속았다. 관세청 조사로 구속이 이뤄졌지만, 이미 이 회사가 저지른 무역범죄(부당대출·밀수출·해외 불법 예금·허위 수출 등) 규모만 4000억원에 달한다. 18일 관세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반도체 제조업체 메이플세미컨덕터 얘기다.
 

반도체 중기 메이플세미컨덕터
수출·수입 ‘뺑뺑이 거래’로 돈 빼내
상장 차익 노린 기관투자자도 피해

이 회사는 0.5달러짜리 불량 웨이퍼(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실리콘 기판)의 가격을 250~800달러로 부풀려 중국 기업 3곳에 팔고, 국내의 또 다른 업체가 이 제품을 수입해주는 방식의 '뺑뺑이' 거래로 허위 매출을 일으켰다. 거래처로부터 받을 외상대금(매출채권)을 담보로 국내 은행권에서 빌린 부당대출금만 1370억원에 달했다.
김철수 관세청 서울세관 과장은 "과거 모뉴엘은 본인이 수출업자이면서도 수입업자 노릇을 했지만, 메이플세미컨덕터는 중국 현지업체, 국내 제3의 수입업자와 공모했다"며 "모뉴엘 사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메이플세미컨덕터의 허위 매출 정황은 이 회사가 직접 공시한 회계장부를 조금만 분석해도 금세 드러난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1년 말 153억8900만원에서 2016년 말 714억200만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이와 동시에 창고에 쌓아 놓은 재고자산도 같은 기간 19억원에서 99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회계 전문가들은 "제품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도 창고에 재고품이 급증하는 상황은 흔치 않다"고 지적한다.
 
또 반도체 웨이퍼를 외상으로 팔고 난 뒤 실제 현금이 들어오는 데 걸리는 기간, 즉 매출채권 회전 기간(360X매출채권 잔액/매출액)도 들쭉날쭉하다. 2015년에는 67일 만에 매출채권이 현금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불과 1년 뒤인 2016년에는 이 기간이 144일로 늘어난다. 통상 수출업체들의 매출채권 결제가 30~60일 안에 이뤄지는 것으로 미뤄보면 제품을 외상으로 팔고 5개월이나 지나서야 현금이 들어오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2013년 모뉴엘의 매출채권 회전 기간도 137일에 달했다.
 
최근 6년 연속 당기순이익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실제 이 회사가 벌어 들인 현금인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2016년엔 19억4800만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79억원 가량 빠져나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메이플세미컨덕터는 마치 이익을 많이 내는 것처럼 손익계산서를 꾸몄지만, 실제로는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빈털터리 회사"라며 "전형적인 분식회계용 재무제표"라고 지적했다.
 
관세청 조사로 이 회사의 주식시장 상장 절차엔 제동이 걸렸지만, 상장 차익을 노리고 투자한 기관투자자들과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시중은행들은 수천억원대 피해를 입게 됐다. 2016년 말 기준 메이플세미컨덕터에는 기술신용보증기금·한국증권금융·IBK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들과 신한캐피탈·미래에셋대우증권 등 기관 투자자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반도체 업황이 좋고 코스닥 상장까지 추진했던 회사이다보니 기관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의심없이 투자에 나선 모양새"라며 "투자의 첫 순서는 재무제표를 꼼꼼히 분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