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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소년시절은 회복이 안 돼”…바티칸 이어 독일 가톨릭도 잇딴 성범죄

독일 남부 레겐스부르크 돔슈파첸 성가대 학교의 소년 성가대원들. 이번 성범죄 사건과는 무관한 이들이다. [위키피디아 캡처] 

독일 남부 레겐스부르크 돔슈파첸 성가대 학교의 소년 성가대원들. 이번 성범죄 사건과는 무관한 이들이다. [위키피디아 캡처] 

“1년 이상 젊은 사제에게 성폭력을 당했어요. 당시 교회는 제게 감옥이었고 지옥이었습니다.”
 

독일 1000년 전통의 가톨릭교회 성가대서
1945년~90년대 최소 547명 남학생 신체적ㆍ성적 학대
가해자는 사제ㆍ교사 등 49명…공소시효 지나 처벌 못할듯

최근 바티칸 교황청이 아동 성범죄에 연루돼 명성이 흠집 난 가운데 1000년 전통의 독일 가톨릭 교회 성가대에서도 60여년 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체적ㆍ성적 학대가 자행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울리히 베버 변호사가 18일 최종조사 보고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BBC 캡처]

울리히 베버 변호사가 18일 최종조사 보고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BBC 캡처]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독일 남부 레겐스부르크 돔슈파첸 성가대 학교 남학생 최소 547명이 1945년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 사제들로부터 구타 등 신체적 학대와 부적절한 성폭력을 겪었다. 이 성가대 학교는 975년 설립됐다.  
이런 내용의 최종조사 결과를 발표한 피해자 측 변호사 울리히 베버는 “피해자는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 다양했다”며 “500명이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했고, 67명은 성폭력까지 당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가톨릭 교회의 충격적인 성폭력 실태는 2010년 독일 전역의 가톨릭 학교 졸업생 170여 명이 “재학시절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즉시 독일 주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베버 변호사는 돔슈파첸 성가대 학교에 대해 독립적인 수사를 벌였다. 지난해 1월 중간조사 발표 땐 피해자 수가 231명이었는데 이번 최종조사에선 547명으로 크게 늘었다.
2009년 레겐스부르크 돔슈파첸 성가대 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는 학생들. 이번 성범죄 사건과는 무관한 이들이다.  

2009년 레겐스부르크 돔슈파첸 성가대 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는 학생들. 이번 성범죄 사건과는 무관한 이들이다.  

 
지금은 성인이 된 당시 피해자는 “성가대 학교 시절은 공포와 무력감으로 점철된 내 인생에서 최악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뉴욕타임스에 “진실이 드러났지만 도둑맞은 소년시절을 회복할 순 없다”고 말했다.
 
베버 변호사는 “직접 만나 확인하지 못한 학생들과 1990년대 이후 시기까지 더하면 피해자 수는 7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사제, 교사, 행정직원 등 총 49명의 학교 관계자가 지목됐다. 이중 성범죄 가해자는 모두 9명으로 확인됐으며, 1960~70년대 이 학교를 다닌 9~11세 소년들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1964년부터 94년까지 성가대를 이끈 게오르그 라칭거 신부.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형이기도 한 그는 이번 사태의 최고 책임자로 꼽힌다. [BBC 캡처]

1964년부터 94년까지 성가대를 이끈 게오르그 라칭거 신부.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형이기도 한 그는 이번 사태의 최고 책임자로 꼽힌다. [BBC 캡처]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로는 1964년부터 30년 간 성가대를 이끈 게오르그 라칭거(93) 신부가 꼽힌다. 그는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형이다. 라칭거는 이 학교의 성범죄 문제가 드러난 2010년 사임했지만, 재임시기 성가대에서 성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발을 뺐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성가대원들에게 체벌한 적은 더러 있었지만 멍이 들도록 때리진 않았다. 성폭력 문제가 논의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없이 피해자 1인당 5000유로(약 647만원)~2만유로(약 2591만원)의 보상금을 제안한 상태다. 베버 변호사는 “가해자 49명을 고발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가톨릭 교회의 성범죄 문제는 뒤늦게 폭로되는 일이 많다. 호주 가톨릭 교회에서 과거 4400명이 신체적ㆍ성적 학대를 당한 사실이 2013년 드러났고, 프랑스 가톨릭 교회에선 1980년대 사제의 성범죄 사건이 지난해 밝혀지기도 했다.  
 
BBC는 "사제들의 학대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하는 가톨릭 특유의 ‘침묵의 문화’가 사건을 은폐하는 데 한 몫하고 있고, 범죄가 드러나도 교회는 비협조로 일관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또 사제들이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가톨릭 시스템도 각종 범죄를 가능케하는 구조적인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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