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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폭우속 작업하다 숨진 무기계약직은 안돼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일원에서 중장비가 동원돼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일원에서 중장비가 동원돼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6일 폭우 속에서 침수된 도로에 물을 빼내던 무기계약직 박모(50)씨가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일반직 공무원이 아닌 박씨는 현행법상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초원(당시 26세)·이지혜(당시 31세)씨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순직으로 인정된 것과 대비된다.
 

16일 청주시 폭우속 도로 보수작업 하던 50대 무기계약직 숨져
공무원연금법 적용 못받아 산재처리 후 위로금만 받을 수 있어
동료들 "재해 복구작업 앞장섰던 직원인데 합당한 대우받기를"

충북도로관리사업소 소속의 박씨는 2001년 도로보수원으로 채용됐다. 박씨는 12명으로 구성된 기동반이다. 도로에 생긴 포트 홀(pot hole)을 메우거나 배수로 정리 등을 담당했다. 충북 청주에 290㎜의 장대비가 내린 16일 오전 6시 박씨는 비상소집령을 받고 출동했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과 내수면에서 “배수로를 뚫어달라, 차도에 물이 찼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아침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박씨는 동료 3명과 오전 7시10분부터 오창읍 공항대교 배수구를 정리했다. 오전 8시 다시 오창읍 지하차도로 향해 침수된 곳을 살펴본 뒤 30분 뒤 내수읍 묵방 지하차도로 출동했다. 양수 작업을 시작했지만 비가 계속 퍼부으면서 도로에 물이 넘쳐났다. 동료들은 “당시 박씨와 함께 비를 맞아가며 양수기 위치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배수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점심도 챙겨 먹지 못한 채 박씨는 오후 6시까지 쉴 새 없이 작업했다. 그는 이날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비상대기를 했다.
지난 18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리에 있는 하천이 범람해 피해를 입은 가운데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8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리에 있는 하천이 범람해 피해를 입은 가운데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박씨 등은 오후 8시30분 다시 오창읍으로 가서 도로 보수를 하고 오후 9시쯤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쉬던 박씨는 의식을 잃은 채 동료에 의해 발견됐다. 구급차로 이송된 박씨는 잠시 정신을 차린 뒤 숨졌다. 병원측은 박씨의 사인을 심근경색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다.
 
중학교 1학년 딸과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박씨는 세식구의 가장이었다. 충북 도로관리사업소 김성식 팀장은 “성실하고 묵묵히 일했던 박씨가 갑작스럽게 운명을 달리해 안타깝다”며 "평소 지병도 없고 씩씩했기 때문에 아픔이 더 크다"고 말했다. 
 
장대비를 무릅쓰고 도로 보수 작업을 하다 숨진 박씨는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무기계약직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지만 공무원연금법 등의 적용을 받는 완전한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법 등에 따르면 ‘공무원이 재난·재해현장에 투입돼 인명구조·진화·수방 또는 구난 행위 중에 사망하면 순직 공무원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순직 공무원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다.
 
육군 37사단 장병들이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상가에서 복구작업을 하고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육군 37사단 장병들이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상가에서 복구작업을 하고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하지만 수해 현장에 나가 변을 당한 박씨는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없다. 일반직 공무원이 아닌 이유로 그에게 지급되는 보상은 충북도청이 전 직원이 가입한 단체보험 사망 위로금 뿐이다. 고용기관인 충북도가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가입한 산재보험은 근로복지공단의 심사에서 산재로 인정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조기상 충북도로관리사업소 보수반장은 “박씨가 순직으로 인정되면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누구보다 앞장서 도로보수 작업에 매진했던 박씨에게 합당한 처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도에는 박씨와 같은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직원은 각각 215명, 424명이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전국의 자치단체에 근무하는 무기계약직은 5만2900여 명, 기간제는 4만400여명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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