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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신고리 5, 6호기 일시중단 법적 책임 치밀히 검토…최대주주 한전에도 의견 물어

한국수력원자력 이사들이 14일 오전 경북 경주 한 호텔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한 뒤 흩어졌다. 이사회를 마친 경주의 한 호텔 회의실에 깨진 컵이 놓여 있다. [경주=연합뉴스]<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한국수력원자력 이사들이 14일 오전 경북 경주 한 호텔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한 뒤 흩어졌다. 이사회를 마친 경주의 한 호텔 회의실에 깨진 컵이 놓여 있다. [경주=연합뉴스]<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하기 전에 주주인 한국전력에 의견을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전도 신고리 5, 6호기 일시중단에 동의하는 취지의 의견을 한수원에 보냈다. 한전은 한수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전, “일시중단 이사회 의결사항이지만 공기업 책무 해야”
산업부 공문이 법적 구속력 가지는 지 등 로펌에 자문 구해
사패산ㆍ천성산 터널 사례로 “공론화로 갈등ㆍ손실” 의견도
한수원 노조는 이사회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19일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일시중단 의결 이사회가 개최되기 사흘 전인 지난 11일 한전에 신고리 5, 6호기 공사 일시중단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한전은 “당사(한전)는 주주로서 주주총회를 통해 상법 또는 귀사(한수원)의 정관에서 정한 사항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금번 사안은 귀사 이사회 의결사항”이라며 “이사회 의결 시 관련 법령 등에 근거해 이사로서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와 충실 의무를 준수하고 공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정부 및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조치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한수원에 회신했다. 일시 중단이 한전이 아닌 한수원 이사회 의결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공기업으로서 신고리 5, 6호기 일시 중단이란 정부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한국전력이 한국수력원자력에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 관련 의견을 제시한 공문.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한국수력원자력에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 관련 의견을 제시한 공문. [연합뉴스]

한수원이 주주인 한전에 신고리 5, 6호기 관련 의견을 물은 것은 한수원 이사회가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하는 것에 ‘법적 문제 소지’가 없는지를 검토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일시중단을 결정한 지난 14일 한수원 이사회 회의록 첨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광장 등으로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신고리 5, 6호기 공사 일시중단 협조요청’ 공문의 법률적 효력 유무와 이사들의 법적 책임 등에 대해 자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은 “6월 29일 자 산업부 공문은 국무회의 결론에 근거한 것으로 정부 요청에 따라 공론화 동안 건설을 일시 중단하는 경우는 원자력안전법상 (공사중단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공사 일시중단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광장도 “산업부 공문은 국무회의 결론에 따른 것으로서 공기업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고려 시 행정감독을 통한 사실상의 구속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태평양은 또 이사들의 법적 책임 여부에 대해 “한수원은 행정관청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방침 및 산업부 장관의 행동지도에 따라 건설중단 결정을 한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한수원 이사들이 상법상 선관주의 의무 내지 충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한수원은 에너지법에 따라 정부 시책에 적극 참여하고 협력할 의무가 있고 한수원의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 결정은 이러한 법률상의 의무 이행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공론화에 따라 영구중단이 결정될 경우 국가는 그에 따른 한수원의 손실을 보상할 헌법상 의무가 있으므로 일시적으로 건설을 중단하는데 따른 한수원의 손해를 보전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수원은 이 같은 자문 결과와 최대주주인 한전의 의사를 미리 확인했다는 점을 들어 비상임이사들에게 이사회 의결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이사회 안건을 의결했다.
 
그러면서도 한수원 측은 과거 정부 정책 변화로 지연된 국책사업 사례를 분석하며 이런 과정에 벌인 공론화 작업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됐고 경제적 손실이 커졌다는 의견을 이사회에서 내기도 했다. 한수원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 구간 분쟁과 경부고속철도 금정산~천성산 관통사업 관련 소송분쟁 등 두 가지 사례를 분석했다. 한수원은 “사패산 터널은 공론조사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회적 갈등을 더 심화시켰고 국책사업 추진에 대한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며 “2년 이상 공사가 지연되면서 결과적으로 약 5000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노선 소송분쟁에 대해선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천성산 터널이 지연되면서 협력사 피해보상 약 51억원과 사회·경제적 손실 약 2조5000억원이 발생했다” 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의를 통한 논란 불식을 기대했던 정부의 바람과 다르게 합의를 보지 못했고 논란이 가중됐다”며 “찬반이 명백한 이슈의 경우 공론화 과정을 통한 합의 도출이 곤란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전국전력노조, 한전KPS노조 등 6개 원전 공기업 노조가 연 기자회견에서 한수원 노조 김병기 위원장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일시중단을 의결한 한수원 이사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전국전력노조, 한전KPS노조 등 6개 원전 공기업 노조가 연 기자회견에서 한수원 노조 김병기 위원장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일시중단을 의결한 한수원 이사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한수원 노조 “오후 2시 이사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한편 한수원 노동조합은 19일 오후 2시 신고리 원전 5, 6호기 일시중단을 선언한 한수원 이사회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대구지법 경주지원에 낸다. 남익현 노조 기획사무처장은 “한수원 날치기 이사회에 대한 첫 번째 법적 투쟁 단계로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기 노조 위원장은 “법정 투쟁과 함께 이사회의 배임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지역 주민과 협력업체와 같이 검토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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