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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반복되는 ‘개문(開門) 냉방’ 영업…단속기간 중 걸리면 과태료 최대 300만원

“오, 시원하다.” “이거 다 낭비야.”
 

산업부, 17~21일 개문 냉방 실태점검 실시
상인들 "손님 유치 위해선 어쩔 수 없어"
전력수급 악화되면 단속으로 과태료 부과

 
지난 16일 오후 한 커플이 서울 명동의 화장품 매장을 지나며 나눈 대화다. 날씨는 푹푹 쪘지만 명동의 공기에는 찬 기운이 묻어있었다. 대부분의 가게가 출입구를 열어둔 채 에어컨을 틀고 있어서다. 이날 건물 1층에 입점한 매장 247곳을 둘러보니 8개 매장만 문을 닫고 영업 중이었다.
 
16일 서울 명동 상권의 모습. 화장품 매장들이 문을 열고 냉방을 켠 채 영업하고 있다. 하준호 기자

16일 서울 명동 상권의 모습. 화장품 매장들이 문을 열고 냉방을 켠 채 영업하고 있다. 하준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부터 한국에너지공단ㆍ지방자치단체ㆍ시민단체 등과 전국의 주요 18개 상권을 대상으로 ‘문 열고 냉방영업’ 일제 점검에 나섰다. 서울은 강남역ㆍ홍대입구역ㆍ명동역ㆍ가로수길 인근 상권이 대상이다. 최근 이어지는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최대 전력수요는 8321만㎾로 지난해 같은 날(7477만㎾)에 비해 11.3% 증가했다. 산업부는 올해 최대 전력수요가 8월 중에 8650만㎾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7일 오후 홍대 앞 상권 실태점검에 따라가 보니 ‘개문(開門) 냉방영업’을 하는 상가는 3곳 중 1곳 정도였다. 도로변보다 좁은 길을 따라 늘어선 상가의 개문 냉방 비율이 높았다. 노란 조끼를 입은 한국에너지공단 직원들을 보고 단속 나온 걸로 착각해 급히 문을 닫는 가게 직원도 있었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아마 관련 보도를 보고 많이들 협조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열고 냉방영업' 점검이 실시된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매장이 문을 활짝 연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열고 냉방영업' 점검이 실시된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매장이 문을 활짝 연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012년부터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실내 적정온도(26도) 유지와 개문 냉방영업에 대한 점검 및 단속을 벌여왔다. 2011년 전력수요를 잘못 예측해 사전예고 없이 순환 정전 조처를 해야 했던 ‘9ㆍ15 정전대란’ 이후 마련한 대책이다. 정부는 전력수요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전력공급 확충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가게 주인들은 개문 냉방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명동에서 여성구두를 판매하는 정모(34)씨는 “문을 닫아 놓으면 반드시 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손님만 들어온다.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문을 닫고 냉방을 하던 잡화점의 매니저 서모(38ㆍ여)씨도 “입구 쪽 에어컨이 고장 나 문을 닫아놨을 뿐”이라며 “외국인의 경우 문이 닫혀 있으면 안으로 들어오길 꺼리기 때문에 대부분 문을 열어 놓는다”고 말했다.
 
'문 열고 냉방영업' 점검이 실시된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매장이 문을 활짝 연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열고 냉방영업' 점검이 실시된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매장이 문을 활짝 연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문을 닫고 영업해달라”는 에너지공단 직원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이던 홍대 앞 주변 상인들의 얘기도 비슷했다.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장모(25ㆍ여)씨는 “문을 열고 있어야 손님이 더위를 피해서라도 매장에 들어올 것 아니냐”고 했고, 휴대폰 액세서리 매장의 한 직원은 “입점할 때부터 가게 셔터 외에 별도로 문을 달아 놓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대학생 황모(26)씨는 “요즘 사드 문제로 관광지 상권의 경기 침체가 심한데 무조건 개문 냉방영업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일방적이다”고 말했다. 허모(53ㆍ여)씨도 “홍콩에 가보니 상가들이 다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더라. 대표적인 관광지는 봐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모(47)씨는 “집에서는 문을 다 닫고 에어컨을 켜는데, 값싼 산업용 전기라고 막 쓰는 건 지나친 낭비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만난 독일인 관광객 안젤리카(31ㆍ여)는 “독일에서도 신발 매장 등에서 문 열고 냉방 하는 걸 봤지만, 한국처럼 전부 열고 영업하는 건 처음이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자치단체, 시민단체, 한국에너지공단 등으로 구성된 관계자들이 ’문 열고 냉방영업’ 실태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자치단체, 시민단체, 한국에너지공단 등으로 구성된 관계자들이 ’문 열고 냉방영업’ 실태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성문 한국에너지공단 홍보실 부장은 “폭염 이어지는 데다 지난해 누진제 개편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로 전력 수급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전력예비율이 한자리로 떨어지는 등 수급 상황이 악화하면 올해도 개문 냉방영업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속기간 중 걸리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산업부 관계자도 “이번 일제점검 결과를 토대로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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