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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버스가 기다려주는 세상

이후남 문화부 차장

이후남 문화부 차장

미국 LA가 배경인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명장면으로 시작한다. 꽉 막힌 도로에 멈춰선 자동차마다 사람들이 뛰쳐나와 다 함께 춤을 춘다. 교통정체로 유명한 LA에서 실제 도로를 빌려 촬영한 것이라 더욱 짜릿하다. 올해 초 교통정보회사 인릭스의 발표에 따르면 LA는 운전자가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교통체증이 가장 심한 도시 1위다.
 
이유는 단순해 보인다. LA는 유동인구가 많고 도로망도 발달했다. 반면 대중교통망은 전혀 그렇지 않다. 도시 면적은 넓은데 지하철 노선은 몇 안 된다. 그렇다고 버스 노선이 조밀한 것도 아니다. 배차 간격도 길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LA 안팎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는 항상 자가운전 차량으로 메워진다.
 
이에 비하면 국내 여러 도시의 대중교통망은 뛰어난 편이다. 버스전용차로 같은 제도에 정보기술(IT)이 편리함을 더한다. 낯선 곳에 갈 때도 스마트폰의 길찾기 등을 통해 무슨 버스를 어디서 타거나 갈아탈지, 기다리는 버스가 언제 올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정류장에 설치된 알림판에는 노선별 도착 시간과 요즘에는 버스가 붐비는 정도까지 나오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버스를 탈 때마다 비슷한 불편과 불안을 느낀다. 대표적인 게 너무 짧은 승하차 시간이다.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에도 새로 탄 승객이 자리를 잡기 전에 출발하기 일쑤다. 퇴근길 한창 붐비는 버스에선 아찔한 순간을 목격했다. 한쪽 팔다리가 불편한 승객이 천천히 내리는 도중에 문이 닫혀 손이 끼었다. 주변의 비명에 문이 다시 열리고 승객은 말없이 내렸다. 버스는 그의 안전을 물을 새도 없이 바삐 출발했다.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은 그래도 여러모로 낫다. 이번의 광역급행버스 추돌사고로 다시 확인된 바에 따르면 경기도는 버스마다 기사 수도, 기사마다 운행 시간도 안전에 문제가 많은 수준이다.
 
예전에 자가운전으로 출퇴근할 때면 가끔 위협을 느꼈다. 아슬아슬한 신호에 멈춘 직후 누가 경적을 울려 백미러를 보면 매번 장거리 노선의 광역버스였다. 이제 와 생각하면 혼잡구간을 거치며 늦어진 시간을 벌충해야만 하는 운행시간표 탓이 아니었나 싶다.
 
수도권에 살다 인구 적은 남쪽 도시로 이사 간 사람에게 그곳 생활을 물었을 때다. 대뜸 “버스가 기다려 준다”고 했다. 버스에 오른 승객이 앉든 서든 자리를 잡고 난 뒤에야 출발한다는 얘기였다. 이어진 설명이 그럼직했다. “노인이 많은 곳이라 더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수도권이라고 이런 버스가 불가능할 리 없다.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버스운행 개선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우선 과제가 되길 바란다.
 
이후남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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