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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10대 소녀들 엽기살인 … 재판할수록 미스터리

사진은 범행 당시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힌 K양(오른쪽)과 놀이터에서 K양에게 유괴된 뒤 살해된 초등생.

사진은 범행 당시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힌 K양(오른쪽)과 놀이터에서 K양에게 유괴된 뒤 살해된 초등생.

여고 중퇴생의 인천 모 초등학교 여학생 살해사건은 일반적인 범죄와 달리 경찰·검찰·법원 단계로 넘어갈수록 진실이 명백히 드러나기보다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문가들까지 진단이 엇갈리는 이 사건은 지난 3월 발생했다.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 전말은
범행 한 달 전 SNS서 만난 두 소녀
K양 “사냥간다”며 여아 유인해 살인
P양, 시신 일부 건네받은 뒤 버려

범행동기, 법정 증언 서로 달라
K양 “P가 내게 살인하도록 시켰다”
P양 측 “역할극인 줄 알았다” 주장

“사냥하러 간다.”
 
3월 29일 낮 12시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 단지 앞. 여고 중퇴생 K양(17)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만난 여고 졸업생 P양(18)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다. 엄마의 코트와 치마를 입고 선글라스까지 낀 모습의 사진도 함께 보냈다.
 
K양은 문자에 앞서 P양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 집 베란다에서 초등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인다”고 했다. 그러자 P양은 “그럼 거기 애 중의 한 명이 죽게 되겠네. 불쌍해라. 꺅”이라고 말했다. K양이 “정말 불쌍하냐”고 되묻자 P양은 “아니”라고 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K양은 인근 놀이터에서 놀던 C양(8)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C양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휴대전화 좀 빌려 달라”고 하자 “배터리가 없으니 집에 있는 전화를 쓰게 해줄게”라며 유인했다.
 
집에 도착한 K양은 P양에게 “잡아 왔어” “상황이 좋았어”라는 문자를 보냈다. P양은 “살아 있어?” “CCTV 확인했어” “손가락 예쁘냐”라고 답했다. 이후 K양은 C양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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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일부는 종이봉투에 담아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만난 P양에게 전달했다. P양은 이를 확인하고 집에 돌아와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한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은 재판이 열릴 때마다 새로운 주장과 논란이 제기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살인 공조 혐의를 받고 있는 P양이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은 재판이 열릴 때마다 새로운 주장과 논란이 제기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살인 공조 혐의를 받고 있는 P양이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경찰 수사로 사건의 전말이 모두 드러난 듯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엽기적인 사실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검찰은 물론 재판부까지 당황하고 있다.
 
지난 6월 23일 P양의 2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K양은 아주 특이한 주장을 했다. 그는 “나에게는 ‘소심한 A’와 ‘잔혹한 J’가 있는데 J를 부각시켜 살인하도록 P양이 시켰다”고 주장했다. P양이 살인교사를 했다는 의미다. 검찰은 “처음 나온 진술”이라며 당황했다.
 
K양의 정신감정 결과도 논란을 일으켰다. 국립정신보건센터에서 4월 중순부터 3주간 진행한 정신감정 결과 아스퍼거증후군(자폐증과 비슷한 발달장애)이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K양 변호인 측은 아스퍼거증후군이라고 강조하며 형량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지난 12일 K양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김태경 우석대 심리학과 교수는 “K양이 아스퍼거증후군이라기보다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에 가깝다”고 말했다.
 
 
10대 소녀들이 이처럼 엽기적인 범행을 한 이유는 뭘까. 재판 막바지임에도 범행 동기가 명확히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둘의 가정사는 일반 가정과 달랐다. 둘은 올 2월 초 SNS를 통해 만났다.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못받은 상황에서 둘은 급격하게 친해졌다.
 
실제 K양의 검찰 송치를 하루 앞둔 올 4월 중순 K양의 아버지가 K양에게 “OO아 사랑한다”고 말했다. K양은 “치”라며 코웃음을 쳤다.
 
P양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 시절 성폭행당할 뻔한 사건을 경험했지만 가족에게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P양은 경찰에서 “이번 사건을 수습하면서 엄마·아빠가 내 편인 줄 처음 알았다”고 토로했다.
 
K양과 P양은 자연스레 P양이 즐겨 하던 ‘캐릭터 커뮤니티’에 함께 빠져들기 시작했다. 가상의 세계에서 각자가 만든 역할로 대화를 하며 즐기는 공간에서 주로 생활했다. 이 때문에 P양의 변호인은 “(살인사건) 당시 P양이 역할극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 간의 특별한 관계도 드러났다. K양은 검찰에서 “P양이 기습 뽀뽀를 한 뒤 우리는 계약연인을 맺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P양은 부인하고 있다.
 
K양과 P양이 나눈 대화가 담긴 트위터 계정은 진실 규명의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모두 삭제된 상태다. 검찰은 미국 법무부에 트위터 계정 복원을 특별히 요청해 놓은 상태다.
 
검찰은 지난 17일 열린 재판에서 “트위터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P양의 공소장 변경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트 계정 복원 결과에 따라 ‘살인방조’와 ‘살인교사’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K양과 P양의 결심공판은 다음달 9일과 10일 각각 열린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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