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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죄 못한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 아버지 “법 살아있나”

19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사망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가 2015년 8월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K는 1,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19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사망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가 2015년 8월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K는 1,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19년 전 발생한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스리랑카인 K(51)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10년 넘게 미궁에 빠졌다가 검찰의 DNA 확인으로 해결될 듯했던 한 여대생의 억울한 죽음은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경찰, 처음엔 단순 교통사고로 다뤄
초동수사 때 용의자 체액 발견 못해
15년 만에 DNA로 범인 찾았지만
공소시효·증거능력 다투다 무죄 확정
50대 스리랑카인 곧 강제 출국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8일 2013년 9월 구속 기소된 K의 특수강도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K는 별건의 범죄인 무면허 운전과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확정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형만 받게 됐다. K는 강제 출국될 전망이다.
 
정모(당시 18세)양은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구 구마고속도로 위에서 25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속옷이 벗겨진 채로 발견돼 성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유족의 반발로 계속된 수사에서 정양의 속옷과 범인의 체액이 발견됐다. 이를 토대로 수사가 진행됐지만 범인은 찾지 못했다. 이때 채취한 DNA 샘플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됐다.
 
미제 사건이 될 뻔했던 사건은 2011년 11월 K의 DNA가 채취되면서 반전의 기회가 생겼다. 미성년자에게 성매매를 권유하다 입건된 K의 DNA가 국과수에 보관된 대구 사건 범인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2년 뒤에 확인됐다. 대구지검은 K를 아는 스리랑카 출신 산업연수생들을 3개월여 동안 조사한 끝에 2013년 9월 K를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정양이 성폭행을 피해 달아나려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14년이 지난 뒤여서 공소시효가 남은 특수강도강간(공소시효 15년) 혐의가 적용됐다. 문제는 입증 요건이었다. 특수강도강간은 2인 이상의 범인이 강도행위 도중 또는 끝난 직후에 강간을 저지른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이 같은 요건에 따라 K의 공소 사실을 정리했다. 요약하면 “K와 공범 2명이 정양이 몸을 가누지 못할 때까지 술을 권한 뒤 구마고속도로 아래로 끌고갔다. 반항을 제압하고 정양의 지갑에서 돈과 학생증, 책을 빼앗은 뒤 3명이 정양을 강간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강간 등의 혐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도 K가 정양 가방 속 돈과 학생증, 책 등을 훔쳤다는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양이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사고 현장에서는 책도, 책을 빌리는 데 필요한 학생증도 없었다. 공범들과 산업연수생들의 진술도 엇갈려 신빙성이 없었다. 결국 정양의 물건을 K가 빼앗았는지가 입증되지 않아 그의 특수강도강간 혐의가 무죄 판결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2심 법원의 판단도 1심과 같았고, 대법원도 2년여의 심리 끝에 이날 원심을 확정했다.
 
잘못된 초동수사와 형사법 체계의 한계가 결국 영구 미제 사건을 만들고 말았다. 선고 결과에 대해 정양의 아버지 정현조(69)씨는 “딸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없다. 대한민국에 법이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생업을 포기하고 사건을 추적해 온 그는 “검찰이 수사 발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해 온 결과다”고 비판했다.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 일지
 
1998년 10월 대구 구마고속도로에서 정모(당시18세)양 트럭에 치여 사망
1999년 3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양 속옷에서 체액 검출
2011년 11월 청소년 성매매 권유 혐의로 K 입건, DNA 샘플 채취
2013년 5월 유족들, 대구지검에 고소장 제출
2013년 6월 대구지검, 정씨 속옷 체액 DNA와 K의 DNA 일치 확인
2013년 9월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K 구속 기소. 공범 2명 기소 중지
2014년 5월 대구지법, 무죄 판결
2015년 8월 대구고법, 무죄 판결
2017년 7월 18일 대법, 원심 확정
 
임장혁 기자, 대구=김정석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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