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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오끼]해수욕하러 속초? 난 온종일 먹느라 바쁘다

여행을 준비한다. 이름난 관광명소를 찾아갈 계획은 없다. 대신 꼭 들를 맛집 목록은 빼곡하다. 세 끼니 뿐 아니라 주전부리, 디저트 카페, 야식까지 하루에 먹는 일정만 다섯 개가 넘는다. ‘먹방(먹는 방송)’으로 유명한 개그맨 김준현이나 이국주가 아니라 요즘 보통 한국인이 여행하는 방식이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먹기 위해 여행한다고 할 만하다. 원래 하루 다섯 끼 먹는다는 스페인 사람도 두 손 두 발 다 들 법하다. 새 연재물 ‘일일오끼’를 준비한 이유다. 1박2일을 기준으로 간식을 포함해 다섯 끼 혹은 그 이상 먹는 코스를 소개한다. 처음 찾은 미식도시는 강원도 속초다. 해산물 풍부한 어항인 데다 함경도 피란민이 가져온 이북음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강원도에서도 독특한 음식문화가 꽃폈다. 7월13~14일 강원도 음식 전문가인 황영철씨와 함께 속초의 맛을 속속 해부했다. 유명 TV 프로그램과 블로그가 추천하는 식당보다 속초 현지인들이 찾는 비밀스런 맛집을 헤집고 다녔다.
강원도 속초는 한국인의 여름 휴가지로 인기다. 북쪽 고성이나 남쪽 양양에서처럼 해수욕을 즐기기보다 식도락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장사항 부근의 카페 바다정원.

강원도 속초는 한국인의 여름 휴가지로 인기다. 북쪽 고성이나 남쪽 양양에서처럼 해수욕을 즐기기보다 식도락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장사항 부근의 카페 바다정원.

12:00 무더위 날려주는 물회

오징어 '난전'에서 찜 먹고 회 먹고
어부들 먹던 별미 물회 후루룩
가리국밥·순댓국 등 이북음식도 빼놓을 수 없지

이모회집의 한천물회. 한천(우뭇가사리) 묵이 들어가 맛이 독특하다. 사진은 4인분 양이다. [사진 황영철]

이모회집의 한천물회. 한천(우뭇가사리) 묵이 들어가 맛이 독특하다. 사진은 4인분 양이다. [사진 황영철]

7월3일 한국관광공사와 SKT가 티맵 빅데이터를 기준으로 여름철(2014~2016년 7·8월 기준) 인기 관광지 순위를 발표했다. 강원도 상위 20위에 속초 식당이 세 곳 포함됐다. 모두 물회 전문식당인데 정작 속초사람들은 잘 찾지 않는 곳이란다. 서울 사람이 웬만해선 남산 케이블카를 안 타는 것과 마찬가지다. 
속초 사람들은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대형식당보다 장사항이나 동명항 주변의 허름한 횟집에서 물회를 먹는다. 장사항 해안길에 있는 이모회집(033-635-4255)이 대표적이다. 이 식당의 대표메뉴는 한천물회(1인분 1만5000원)다. 한천은 해초인 우뭇가사리를 일컫는다. 한천으로 묵을 만들어 물회 위에 얹어주는데 묵 안에 또 다른 해초 ‘지누아리’가 들어있다. 계절에 따라 성게알도 넣어준다. 13일 점심에 맛본 한천물회에는 숭어·광어·가자미와 해삼·성게알 등이 수북했다. 블로그에 도배된 물횟집보다 화려하진 않아도 맛은 인상적이었다. 생선은 신선했고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아 좋았다. 무엇보다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든 해초가 어우러진 맛이 독특했다. 황영철 대표는 “뱃사람들의 여름 별미였던 물회는 원래 지금처럼 화려하지 않았다”며 “미역·지누아리 등 해초와 오징어나 다른 한 가지 생선을 넣어 먹는 게 예부터 속초 사람들이 먹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모회집 물회는 화려하지 않다. 대신 횟감은 신선하고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아 내내 생각나는 맛이다. 물회를 시키면 소면과 반찬 여섯 가지를 내준다. 

이모회집 물회는 화려하지 않다. 대신 횟감은 신선하고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아 내내 생각나는 맛이다. 물회를 시키면 소면과 반찬 여섯 가지를 내준다. 

14:00 제철 오징어 쪄 먹고 회로 먹고 
속초항 난전 수조 안에는 그날 잡힌 싱싱한 오징어가 그득하다. 

속초항 난전 수조 안에는 그날 잡힌 싱싱한 오징어가 그득하다. 

점심을 일부러 가볍게 먹었다. 제철 맞은 오징어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오징어 '난전'이 열리는 속초항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난전(亂廛)은 무등록 점포를 뜻하는데 속초항에 수협 허락을 받은 11개 포장마차가 영업을 하고 있다. 모두 선주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그날 그날 잡아온 것들만 판다. 보통 5~11월 장사를 하는데 5~9월은 오징어, 10~11월은 양미리·도루묵을 판다. 이날 오후에는 11개 난전 중 두집만 문을 열었다. 어민들은 “어획량이 예전만 못하고 물이 멀어(잡히는 곳이 연안에서 떨어져 있다는 의미) 오징어 배가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7월17일까지 속초의 오징어 어획량은 125톤으로, 2016년 같은 기간(371톤)의 3분의 1이 채 안됐다. 
11호집에 자리를 잡았다. 커다란 수조에 새까만 오징어가 가득했다. 난전에서 오징어를 주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시세를 확인한 뒤 회·찜·물회 등으로 주문하면 된다. 이날 오징어 시세는 2만원에 다섯마리. 두마리는 찌고, 세마리는 회로 쳐달랬다. 배릿한 갯내 풍기는 항구에서 맛본 오징어는 더 달고 고소하게 느껴졌다. 생 오징어를 넣고 끓인 라면도 맛보고 싶었지만 오징어 썰던 아낙이 “날이 이래 더운데 어찌 라면을 끓이노”라며 툭 쏘는 통에 마음을 접었다. 보통 난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여는데 어획량에 따라 영업시간도 달라진다. 
2만원 어치 오징어 회와 오징어 찜. 오징어가 크지 않아 다섯 마리를 둘이서 금세 해치웠다. 오징어 찜은 고소한 내장 맛이 일품이었다.

2만원 어치 오징어 회와 오징어 찜. 오징어가 크지 않아 다섯 마리를 둘이서 금세 해치웠다. 오징어 찜은 고소한 내장 맛이 일품이었다.

15:30 맛보다 경치 좋은 장사항 카페
요즘 인스타그램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카페 바다정원.

요즘 인스타그램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카페 바다정원.

속초에는 근사한 카페도 많다. 커피 성지로 떠오른 강릉 안목해변처럼 카페가 줄지어 있진 않아도 도시 곳곳에 매력적인 카페가 숨어 있다. 커피 맛보다 근사한 경치를 중시한다면 주저말고 장사항으로 향해야 한다. 장사항 북쪽 해송 우거진 바닷가에 최근 인스타그램을 도배한 베이커리 카페가 있다. 바로 바다정원(033-636-1096)이다. 이날도 야외 테이블에 인증샷 찍는 청춘들로 북적였다. 2·3층에 자리를 잡으면 솔숲과 쪽빛 바다, 빨간 파라솔이 어우러진 절경을 볼 수 있다. 
사실 바다정원은 속초 경계 바로 너머 고성군 토성면에 속해 있다. 바다정원과 이웃한 카페 나폴리아(033-638-7007)’주소는 속초 장사동 477번지다. 나폴리아는 야외 테이블이 많고 건물 주변에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커피 맛에 깐깐한 여행자라면 속초시내 교동에 자리한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 커피벨트(033-637-1243)를 추천한다. 2008년 문을 연 속초 최초의 핸드드립 전문 카페다. 
최근 여행자 사이에서는 속초 서점 투어도 인기다. 동명동의 서점 겸 게스트하우스 완벽한 날들(033-947-2319)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속초 최초의 핸드드립 커피전문점 커피벨트. [중앙포토]

속초 최초의 핸드드립 커피전문점 커피벨트. [중앙포토]

18:00 북녘의 맛 순댓국과 가리국밥
속초관광수산시장 평양순대국에서 먹은 아바이순대와 순댓국밥, 그리고 오징어순대.

속초관광수산시장 평양순대국에서 먹은 아바이순대와 순댓국밥, 그리고 오징어순대.

1·4 후퇴 때 피란온 김연환씨는 부모의 대를 이어 30년 이상 순댓국을 끓이고 있다.

1·4 후퇴 때 피란온 김연환씨는 부모의 대를 이어 30년 이상 순댓국을 끓이고 있다.

속초에 왔다면 다채로운 이북음식을 놓칠 수 없다. 냉면·막국수·가자미식해 등 수많은 이북음식이 있지만 이번엔 ‘국밥’을 먹는 것으로 만족했다. 먼저 순댓국. 속초관광수산시장 옆골목과 아바이마을에 순댓집이 몰려 있다. 먼저 향한 곳은 속초관광수산시장. 커다란 솥단지에서 펄펄 육수를 끓이는 집이 예닐곱 쯤 돼보였다. 
1·4 후퇴 때 부모님과 피란온 김연환(74)씨가 운영하는 평양순대국(033-636-0907)으로 들어갔다. 아바이순대(1만원)와 오징어순대(1만원), 순댓국밥(7000원)을 주문했다. 선지를 넣지 않은 아바이순대는 깔끔했고, 오징어 몸통에 두부와 밥 각종 채소를 두툼히 넣은 오징어순대는 고소했다. 순댓국밥은 펄펄 끓는 뚝배기에 간 마늘이 두툼히 얹어져 나왔다. 그래서인지 국물에서 돼지 잡내가 전혀 안 났다. 깔끔한 국물의 비결은 또 있었다. 김씨는 “국물은 돼지가 아닌 소 사골로 30시간씩 끓인다”며 “지금 끓고 있는 건 내일 판매용”이라고 말했다. 
피난민 정착촌인 청호동 아바이마을에도 순댓집이 많은데 맛은 대동소이하다. 오히려 희귀한 맛집을 찾는다면 신다신(033-633-3871)을 추천한다. 함경도에서 잔칫날에만 먹는 가리국밥(8000원)을 이집에서만 판다. 소 사골 우린 국물에 소고기·콩나물·토란대·계란 지단을 듬뿍 넣은 국밥이다. 박경숙(70)씨가 함경남도 통천 출신인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맛을 재현하고 있다. 
함경도에서 잔칫날 먹는 가리국밥. 콩나물과 소고기, 토란 대가 듬뿍 들어있다.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있는 식당, 신다신에서만 판다. 

함경도에서 잔칫날 먹는 가리국밥. 콩나물과 소고기, 토란 대가 듬뿍 들어있다.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있는 식당, 신다신에서만 판다. 

20:00 시장서 닭강정, 영랑호 포차서 한 잔
속초관광수산시장의 대표 주전부리인 닭강정. 식어도 바삭바삭하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의 대표 주전부리인 닭강정. 식어도 바삭바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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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관광수산시장(033-633-3501)은 2014~2016년 7·8월, 강원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여행지(티맵 기준)다. 속초 여행의 필수 코스일 뿐 아니라 강원도를 대표하는 시장이란 뜻이다. 관광객들이 시장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 군것질을 즐기기 위해서다. 순댓국집도 있고 지하에 대포항보다 저렴한 생선회를 파는 횟집도 있지만 방문객 십중팔구는 주전부리를 찾는다. 시장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는 닭강정이다. 속초에만 세 곳, 경기도 부천에도 지점 한 곳을 운영하는 ‘만석닭강정’이 가장 유명하다. 시장에는 만석 말고도 닭강정집만 열 곳이 넘는다. 관광객 사이에서는 만석이 유명하지만 속초 사람들은 닭강정의 원조격인 ‘시장닭집’이나 ‘중앙닭강정’을 많이 찾는다. 사실 맵기와 달기, 토핑이 조금씩 다를 뿐 맛 차이는 크지 않다. 대부분 식어도 먹을 만해서 많이들 포장해서 사간다. 새우튀김, 오징어순대와 강원도 전통 간식인 메밀전병, 수수부꾸미도 인기다. 
속초 시민들이 늦은 밤 즐겨찾는 영랑해안길 포장마차 골목. 약 100m 거리에 실내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다.

속초 시민들이 늦은 밤 즐겨찾는 영랑해안길 포장마차 골목. 약 100m 거리에 실내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다.

속초 식당들은 가게 문을 일찍 닫는다. 오후 8시나 8시30분 쯤 장사를 끝낸다. 하지만 늦은 밤에도, 관광객 상대하는 값비싼 횟집이 아니라 부담없이 찾아갈 만한 선술집이 몰려 있는 동네가 있다. 속초 사람들이 즐겨찾는 영랑해안길 포장마차 거리다. 등대전망대 바로 위쪽, 장사항 가는 해변도로에 약 100m 이상 실내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다. 손님이 가장 많은 말자네(033-633-7030)는 생선구이가 1만~2만원, 생선찌개와 조림은 3만원 선이다. 
 
8:00 외옹치항 전망 감상하며 조식뷔페
7월20일 정식 개장하는 롯데리조트 속초 1층에 있는 카페 플레이트. 아메리칸 스타일을 표방하는 조식 뷔페인데 제법 메뉴가 다채롭다. 

7월20일 정식 개장하는 롯데리조트 속초 1층에 있는 카페 플레이트. 아메리칸 스타일을 표방하는 조식 뷔페인데 제법 메뉴가 다채롭다. 

전망 좋은 호텔·리조트 창가에 앉아 느긋하게 아침을 먹는 건 여행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낭만이다. ‘조식’을 숙소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여행자도 많다. 속초에는 콘도형 리조트는 많지만 근사한 레스토랑을 갖춘 호텔이나 리조트는 의외로 드물다. 7월20일 정식 개장하는 롯데리조트속초(lotteresortsokcho.com)가 주목받는 이유다. 조식 뷔페(1인 2만8000원)는 1층 ‘카페 플레이트’에서 맛볼 수 있다. 주방이 개방된 오픈 키친 컨셉트로, 아메리칸 스타일을 표방하지만 메뉴가 제법 많다. 서울·제주 등지에 있는 롯데시티호텔 조식과 비슷한 수준이다. 창가에 앉으면 우거진 해송과 그 너머의 푸른 바다가 아련히 보인다. 요즘 힙한 호텔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루프톱 바도 있다. 어스름한 밤바다를 보며 시그니처 칵테일과 이름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외옹치항 언덕에 자리잡은 롯데리조트는 크다. 호텔 173실, 콘도 219실을 갖췄는데 모든 객실에서 바다가 훤히 보인다. 워터파크, 인피니티 풀장도 갖춰 가족여행객에게 제격이다. 
롯데리조트 속초. 모든 객실에서 바다가 보인다. [사진 롯데호텔]

롯데리조트 속초. 모든 객실에서 바다가 보인다. [사진 롯데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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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취재협조=황영철 강원도외식저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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