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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작가가 누구야?” 드라마 보다 심장 멎게 하는 신인 작가들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검사 황시목 역과 경찰 한여진 역을 맡아 열연 중인 조승우와 배두나. [사진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검사 황시목 역과 경찰 한여진 역을 맡아 열연 중인 조승우와 배두나. [사진 tvN]

“도대체 작가가 누구야?” “외계인 아닌가요? 심장 멎는 줄.”
요즘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자주 이뤄지는 대화다. 지난겨울 ‘도깨비’ 신드롬을 일으키며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김은숙을 비롯 김수현ㆍ노희경 등 유명 드라마 작가들이 숨을 고르는 사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이름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름 외에 알려진 게 거의 없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과연 신인 드라마 작가들은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게 됐을까.

'비밀의 숲' 제작사 이수연 작가와 계약하자 주가 껑충
'써클' 등 추리물 등은 할리우드식 집단 작가 체제 도입
단막극 입지 줄어 미니 바로 투입 깜짝 성공으로 활력

 
이들의 연착륙은 제작사들의 안방극장 공략 전략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장르물의 도약이다. 지난해 과거와 현재 시점을 넘나들며 미제사건을 파헤치는 드라마 ‘시그널’이 성공을 거둔 이후 CJ E&M은 지상파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스릴러 및 추리물을 대거 편성했다. tvN은 월·화에는 ‘써클: 이어진 두 세계’를, 토·일에는 ‘비밀의 숲’을 연이어 방영했고, OCN은 아예 상반기 내내 주말 밤이면 ‘보이스’ ‘터널’ ‘듀얼’로 이어지는 장르물 라인업을 구축했다. 중장년 시청자를 폭넓게 잡지 못할 바에야 타깃 시청자라도 확실히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추리물은 그동안 ‘싸인’ ‘유령’ ‘시그널’로 연타석 홈런을 친 김은희 작가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인재가 없는 영역이었다. 그러다 보니 방송사와 제작사는 자연스럽게 신인 작가로 눈을 돌렸다.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가 대표적이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검사 스폰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는 ‘비밀의 숲’은 쫀쫀한 전개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작가는 단막극 한 편 한 적 없는 작가였다. 하지만 '비밀의 숲'의 성공으로 제작사인 씨그널엔터테인먼트와 추가 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7.95% 상승하는 등 업계의 비상한 관심도 쏠리는 상황이다.  
'비밀의 숲'에서는 검사 황시목을 비롯 모든 등장인물이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고 의심을 받으면서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사진 tvN]

'비밀의 숲'에서는 검사 황시목을 비롯 모든 등장인물이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고 의심을 받으면서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사진 tvN]

제작사 관계자는 “‘비밀의 숲’은 이수연 작가가 3년 전에 써놓은 작품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렸다”며 “대본에 살인사건 장소인 박무성 집의 신발장 높이까지 쓰여 있을 정도로 치밀하고 발로 뛰는 취재력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영화 시나리오 못지 않게 빼곡한 지문, 극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독백도 남다르다. 씨그널 측은 “작가가 검찰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는데 이전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며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그동안 써놓은 5~6개 작품을 연이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집단 작가 시스템도 신인 작가들의 등장을 돕는다. 추리물은 사건 전후를 오가는 대본 특성상 치밀한 전개가 필요한데 그래서 집단 작가 시스템이 도입되다 보니 신인작가가 파고들 여지가 생긴다. '써클’의 경우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등을 함께 만든 김영현ㆍ박상연 작가의 기획 하에 이들의 보조작가였던 김진희ㆍ류문상ㆍ박은미 작가, 예능 작가 출신인 유혜미가 합류했다. 기존 드라마 작가 시스템에서는 보기 힘든 조합이다. ‘청담동앨리스’를 공동집필한 김진희 작가를 제외하곤 단막극만 1~2편 집필해본 작가들이라 사실상 이들의 입봉작이다. 이들은 마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듯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거듭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이 아닌, 다르면서도 이어진 두 시대의 이야기가 한 회에 펼쳐지는 '더블트랙'을 완성시켰다. 
'써클'에서는 2017년 외계에서 온 인물이 등장하면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좇는 대학생과 2037년 감정이 통제된 미래도시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좇는 경찰의 이야기가 듀얼트랙으로 전개된다. [사진 tvN]

'써클'에서는 2017년 외계에서 온 인물이 등장하면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좇는 대학생과 2037년 감정이 통제된 미래도시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좇는 경찰의 이야기가 듀얼트랙으로 전개된다. [사진 tvN]

‘써클’은 민진기 PD부터 ‘SNL’ 등 예능 출신이다. 그러다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코미디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좋다. 장르물이 많은 할리우드가 집단 작가체제를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실제 작가 팀을 구성해 보니 신인 작가의 미숙함은 사라지고, 그들의 참신함과 신선함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시즌제로 갈 때 한두 명 작가가 빠지더라도 얼마든지 새 작가를 보충해 제작할 수 있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방송사들이 단막극의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는 사이 설 곳이 좁아진 신인 작가들이 곧바로 미니시리즈로 직행한 것도 이들의 빠른 데뷔를 부추긴다. KBS2 ‘쌈, 마이웨이’로 마이너리그 청춘들의 짠내 나는 성장담을 그려낸 임상춘 작가는 2014년 MBC 단막극 ‘내 인생의 혹’ 이후 웹드라마 ‘도도하라’ 등을 집필하며 기회를 노려온 경우다. 임 작가는 성별ㆍ나이 등의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로 중성적인 예명을 사용하고 있다. KBS 정성효 드라마센터장은 “요즘 젊은층은 드라마냐 예능이냐, 하는 장르 구분 없이 무조건 재미있는 콘텐트를 원한다. 신인 작가들은 드라마란 이래야 한다는 기승전결 문법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쓴다. 그래서 신인작가를 적극 기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를 통해 꿈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여준 배우 김지원과 박서준. [사진 KBS]

드라마 '쌈, 마이웨이'를 통해 꿈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여준 배우 김지원과 박서준. [사진 KBS]

신인작가들의 등장 흐름은 하반기에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JTBC는 31일부터 ‘알수도 있는 사람’ 등 10부작짜리 웹드라마 5편을 연속으로 선보인다. 오환민 CP는 “본격 덕질을 그린 ‘막판로맨스’나 코믹 스웨그가 담긴 ‘힙한 선생’ 등 기존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난 콘텐트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함과 동시에 신인 작가와 PD를 인큐베이팅하기에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오펜 센터를 설립해 신인 작가를 육성하는 CJ E&M 측은 “현재 단막극 기획 단계에 있다”며 “12월부터 tvN을 통해 10편 정도 방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두 신인작가들의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고선희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는 “단막극을 통해 드라마 집필을 연습하는 기회는 줄어든 반면 웹드라마 등 플랫폼이 다변화되면서 시청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폭은 넓어졌다”며 “인문학적 베이스가 탄탄해 보이는 이수연 작가처럼 신인 작가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 기존 한류와는 또다른 문화 토양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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