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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 없는 입양인' 문제에 한국 정부는 어떠한 노력을 해왔나

홀트아동복지회 직원이 해외로 입양될 아이들의 기록카드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홀트아동복지회 직원이 해외로 입양될 아이들의 기록카드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5월 21일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김상필(43ㆍ필립 클레이)씨가 투신자살했다. 김씨는 1983년 미국에 입양됐다가 2012년 강제 추방당해 한국에 돌아왔다. 양부모는 김씨의 시민권을 취득해주지 않았다. 친부모와 양부모, 조국과 살던 국가에서 모두 버림받은 그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복지부 직원이 미국 의회에 입법 호소
정부의 공식적인 해결 노력은 없어
트럼프 반 이민 정책으로 해결 난망

‘시민권 없는 입양인’들이 바라고 있는 것은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입양인시민권법(ACAㆍAdoptee Citizenship Act)’이 빨리 가결되는 것이다. 2000년 입양아들에게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입양아시민권법(CCAㆍChild Citizenship Act)’을 통과시켰지만, 입법 당시 성인이 돼있던 만18세 이상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ACA는 모든 입양인들에게도 입양아시민권법을 소급적용해 시민권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외교부에 확인한 결과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나 의회에 시민권 없는 입양인 문제 해결을 공식적으로 촉구한 적은 없었다. 한국 정부의 활동은 보건복지부 아동정책담당관이 지난 3월 미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ACA 처리를 부탁한 것이 전부였다.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 당국자는 “외교부 쪽에는 ACA 처리 문제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측이 한 활동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시민권 없는 입양인 문제의 실태 파악에 나선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외교부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추방되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입양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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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미국에 입양됐다가 2009년 추방된 한호규(46ㆍ몬테 하인즈)씨는 “최소한 정부 대 정부로 미국 정부에 이런 식의 강제 추방은 하지 말라고 제대로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 갓난 아이일 때 외국으로 입양을 보내놓고는 추방돼 돌아왔을 때 제대로 지원도 해주지 않으면서 추방을 막을 대책도 세우지 않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시민권 없는 입양인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미국 내 한인 입양아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엘리나김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UC어바인) 인류학과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ACA 의회 통과를 위해 여러 단체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트럼프 취임 후 분위기가 좋지 않다. 법안 통과와 시민권 문제를 두고 미국 내 시민권 없는 입양인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회 보좌관들도 문제의 심각성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이민정책 개선이 까다로워지는 흐름이라며 ‘노력해 보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2000년 CCA가 도입될 때 18세 이상에도 시민권을 주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당시에도 공화당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한다.
 
◇2011~2016년 연도별 입양통계
해외입양 아동의 숫자는 큰 폭으로 줄었지만 국내입양에 대비한 비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자료 보건복지부] 

해외입양 아동의 숫자는 큰 폭으로 줄었지만 국내입양에 대비한 비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자료 보건복지부] 

'선진국' 한국에서 해외입양 언제까지
 
HS애드 광고 전문가들이 만든 '헬프 허, 헬프 허 베이비'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수화물 벨트에 실린 아기 바구니가 해외로 입양되는 아기들의 불편한 현실을 전달한다. [사진 HS애드]

HS애드 광고 전문가들이 만든 '헬프 허, 헬프 허 베이비'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수화물 벨트에 실린 아기 바구니가 해외로 입양되는 아기들의 불편한 현실을 전달한다. [사진 HS애드]

정부가 아동 정책 목록에서 ‘해외입양’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 전쟁 직후에 시작된 해외입양 프로그램이 ‘선진국’ 문턱에 있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다. 
 
현행 입양특례법에는 ‘국내입양 우선 추진’과 ‘국외입양 감축’ 조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입양아 중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비율은 38%로 2015년(35.4%)보다 오히려 늘었다. 국외입양 감축 조항이 처음 생긴 지난 2012년(40.2%)과도 큰 차이가 없다.
 
해외 입양 비율이 줄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선 “해외입양이 일종의 산업화가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해외 입양인을 보살피는 시민단체 ‘뿌리의 집’ 원장 김도현 목사는 “입양기관들이 해외입양을 더 선호한다는 주장도 있다. 해외로 보냈을 때 수수료를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엘리나김 UC어바인 교수도 “물론 아이를 위해선 해외 입양이 더 좋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해외 입양은 아이보다 국가의 이익에 충실해 왔다는 게 많은 학자의 의견이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에는 국내외 입양단체에서 활동 중인 해외입양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화된 대한민국의 해외입양제도를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해외 입양 프로그램 전면 폐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논의는 아직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정부 차원의 의견을 낼 때는 아닌 것 같다. 국내입양을 희망하는 양부모의 수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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