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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삶 마감한, 두 나라에서 버림받은 40대 남성

지난 5월 21일 경기도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김상필(43ㆍ필립 클레이)씨가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는 1983년 미국에 입양됐다가 2012년 강제 추방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양부모가 김씨의 시민권을 취득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씨의 주변 사람들은 ‘예견된 비극’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입양된 미국에서 추방당한 김상필씨
알콜 중독과 우울증 등 시달려
아파트서 투신에 “예견된 비극”

김상필씨의 영정 사진. [사진 중앙입양원]

김상필씨의 영정 사진. [사진 중앙입양원]

 
미국에서의 김씨 삶은 순탄치 않았다. 입양된 가정에서 파양돼 다른 가정에 다시 입양됐다. 우울증을 앓았고, 경찰서를 여러 번 들락거렸다. 약물 중독 문제도 있었다. 절도와 폭행 등의 전과가 있던 김씨는 2012년 한국으로 추방됐다.
 
한국에 온 김씨는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입양원과 홀트아동복지회 등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말을 못하고 정서도 불안했던 김씨의 한국 적응은 쉽지 않았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거처를 옮겨다녔다. 김씨와 함께 지낸 적이 있는 이성수(36)씨는 “김씨가 거의 일을 하지 못했다. 항상 우울함을 호소했고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씨가 가끔 병원을 가긴 했지만, 증상에 비추어 보면 방치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김씨와 비슷한 처지로 미국으로 입양됐다 추방된 한호규(46)씨는 “김씨가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우리 외에는 친구도 없었고, 말할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홀트아동복지회 같은 대형 기관이 해외 입양을 한 뒤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계속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한국에서도 폭행 사건으로 교도소 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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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사연은 경찰이 홀트아동복지회에 그의 죽음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그가 투신 장소로 택한 아파트는 그가 지내던 원룸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에는 그가 혼자 14층까지 올라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기도 고양경찰서 관계자는 “유서는 없었지만 자신의 신분을 확인하라는 듯 신분증이 놓여있었다. 주소를 확인해보니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마련한 집이라 홀트아동복지회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김상필씨의 죽음을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

김상필씨의 죽음을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 “김씨 같은 미국 입양인들에게 추방은 사형 선고와 같다”고 보도했다. 한국에 적응하지 못한 김씨가 적절한 주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NYT는 “김씨 같은 사례가 수십 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3만5000명 정도의 미국 입양인들이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지난 13일 ‘해외입양인연대’의 입양인들이 인천국제공항에 모였다. 김씨를 보내는 마지막 추모 모임이었다. 이들은 김씨의 죽음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그의 양부모들에게 알렸다. 고국인 한국과 입양된 미국에서 연이어 버림받은 김씨의 유골은 그렇게 양부모들에게 보내졌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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