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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론 광고 전화 많다했더니…” 금감원, 소비자경보 발령

 #A씨(52)는 최근 ‘햇살저축은행’이라는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햇살론 대출 자격 요건이 되기 때문에 연 7%대로 4000만원까지 대출해 주겠다고 했다. 마침 다른 저축은행에서 연 20%짜리 고금리 대출을 3000만원 빌려 쓰고 있던 터라 귀가 솔깃했다.  
 

금감원, 햇살저축은행 사칭 보이스피싱
3~6월 773건, 피해액만 11억원 달해
대환대출ㆍ자격요건 빙자해 돈 갈취
‘파인’서 제도권 금융회사 여부 확인

대신 대출을 받으려면 이전에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썼다는 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빌려 쓰고 있는 돈을 갚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알려주는 계좌로 대출금을 일부라도 상환하면 연 7%짜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급하게 여기저기 손을 벌려 총 900만원을 해당 계좌로 입금했다.
 
이제 대출을 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900만원을 입금한 뒤엔 연락이 끊겼다. 조금 전까지 되던 휴대전화 번호가 없는 번호라고 떴다. 이상하다 싶어 알아봤더니 그런 은행은 존재하지 않았다. A씨가 돈을 입금한 계좌는 대포통장이었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B씨(49)씨는 ‘햇살저축은행’이라는 곳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해 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여러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에서 두 자릿수 금리로 총 1억원 가까이 빌려쓰고 있던 B씨에게는 ‘웬 떡이냐’ 싶은 제안이었다. 나라에서 돈을 빌려준다니 의심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대출을 받겠다고 했더니 역시 나랏돈을 빌리는 거라 절차가 까다로웠다. ‘예치금이 필요하다’, ‘계좌 잔고가 있어야 한다’, ‘신용보증 등록을 해야한다’, ‘징계를 풀어야 한다’ 등의 명목으로 수수료도 내야 했다.  
 
총 12차례에 걸쳐 4720만원을 송금했다. 드디어 대출을 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안 됐다. 휴대전화는 꺼져 있고, 사무실 전화는 없는 번호란다. 속았구나 싶어 경찰에 연락하니 B씨가 보낸 계좌는 대포통장이었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C씨(29)씨는 캐피털사에서 연 21%로 2000만원을 빌려 썼다. 매달 나가는 이자가 너무 아까워서 좀 더 싼 금리로 대출 받을 수는 없을까 알아보던 중에 ‘햇살저축은행’의 대출모집인이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C씨의 경우엔 한 자릿수 금리로 1500만원까지 대출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대출 받으려니 C씨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보내라고 했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싶어 C씨는 “돈이 없다”며 거절했다. 그런데 대출모집인은 “그러면 본사에서 지원을 해 주겠다”며 C씨의 계좌로 7차례에 걸쳐 총 70만원을 보냈다.
 
사기범이라면 자기 계좌로 돈을 보내줄 리 없다고 생각한 C씨는 ‘정말 본사가 지원해 주는 거구나 하고 믿었다. 대출모집인은 C씨에게 보내준 70만원을 계좌에서 찾아 무통장 입금으로 다시 은행이 정해주는 계좌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시키는 대로 하고 나서 이제는 대출을 받겠구나 싶었는데 이후 연락이 끊겼다. 며칠 뒤 C씨는 경찰에서 연락을 받았다. C씨가 받은 돈은 또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피해금이었고, C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포통장을 빌려준 꼴이 된 셈이다.
 
최근 저소득ㆍ저신용 서민을 위해 햇살론 등 서민지원 대출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악용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따라 16일 “가짜 ‘햇살저축은행’을 주의하라”는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햇살저축은행을 빙자한 피해 건수는 773건, 피해액은 1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저축은행 사칭 피해 건수의 24%, 피해액의 18%를 차지한다. 이들은 전문적으로 햇살론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을 사칭하면서,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가짜 홈페이지까지 만들었다. 주로 대출 수요가 많은 40ㆍ50대를 대상으로 햇살론 대출에 필요하다며 수수료 등을 뜯어냈다. 전체 피해자 중 40ㆍ50대가 62%에 달한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을 적발하는 즉시 해당 홈페이지 폐쇄 및 전화번호 이용중지 등의 조치를 하고 있으나, 사기범들은 회사명과 홈페이지 주소를 계속 바꿔가며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 최근까지 금감원이 폐쇄 조치한 홈페이지는 SC스탠다드ㆍ보람저축은행(2016년 5월), 대림ㆍ제일저축은행(2016년 7월), 우리저축은행(2016년 10월), 하나금융그룹(2016년 11월), 한미저축은행(2016년 12월), 중앙저축은행(2017년 2월), 햇살저축은행(2017년 3월) 등이다.
 
사기범들은 주로 저리의 햇살론을 대출을 갈아타게 해 주겠다며 기존 대출금 상환을 위해 필요한 돈을 대포통장으로 입금하게 하거나, 햇살론 자격 요건 충족을 위해서는 각종 명목의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의 통장을 또 다른 범죄의 대포통장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대출권유 전화를 받으면 일단 전화를 끊고 반드시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 전화번호로 전화해 제도권 금융회사 및 직원(혹은 대출모집인)의 재직여부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을 검색하거나 금감원 ‘1332’에 전화해 제도권 금융회사 여부를 우선 알아본 후, 확인된 금융회사 대표번호로 직원 여부를 문의하면 된다.
 
김범수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미소저축은행ㆍ새희망저축은행 등 정책자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것처럼 사칭하는 가짜 금융회사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며 “햇살론 등 서민정책자금 대출신청은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해서 진행해야 하므로 방문을 거절하는 경우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지난 3월부터 구축ㆍ운영 중인 ‘보이스피싱 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해 신ㆍ변종 사례 등 특이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소비자 피해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신속히 소비자경보를 발령하는 등 피해를 조기에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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