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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3) 꼰대, 익는 것과 곯는 것 사이

기자
김성희 사진 김성희

꼰대 소리에 꽤 당혹스런 베이비부머 세대의 한풀이 겸 삶의 지혜와 감상을 붓 가는 대로 쓰는 에세이 형식의 연재물이다. 배우자, 자식, 친우와의 관계에 관한 조언과 사회를 향한 고언을 꼰대답지 않게 스케이트보드 타듯 풀어간다. <편집자>

 
 
[중앙포토]

[중앙포토]

 

퇴직후 나이를 의식하는 일이 부쩍 많아져
꼰대를 나이 등 기계적으로 가르는 건 부당

‘꼰대’란 말을 들으면 거북살스럽다. 설사 내게 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나 역시 자칫 꼰대 소리를 들을까 걱정이 되어서다. 그러면서 궁금하다. ‘꼰대’의 필수 요건은 ‘나이’일 텐데 도대체 몇 살부터 꼰대의 세계로 접어드는지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이 듦을 처음 의식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다. 어느 여름날 커피숍에 앉아 창밖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문득 ‘비 맞기가 싫어지면 나이 드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빗속에서 맨발로 공을 차기도 했고,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만나도 책가방 젖는 것이 걱정됐을지언정 교복이 젖는 것쯤이야 문제도 되지 않았던 때가 지났으니 좋은 날은 지났나 하는 비감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다음 나이를 의식한 것은 40대 중반이던가 민방위 해제 통보서를 받았을 때다. 예비군 훈련에 나가는 직장 후배들에게 반쯤 자랑 섞인 허튼소리를 하면서도 “이제 나라에서도 필요로 하지 않는 나이가 됐구나’하는 생각에 썩 유쾌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정년을 몇 년 남을 무렵 막 입사한, 큰딸과 동갑인 후배 기자가 “김 선배” “김 선배”하고 부를 때도 속으로 ‘아, 정말 직장생활 오래 하긴 했네’하는 자탄을 삼키곤 했다. 그것 말고는 “부장님” “국장님”하는 존칭을 붙이면 어색해하는 신문사 분위기 덕에 나이를 의식할 기회가 좀체 없었다.  
 
 
드라마 '미생'의 마부장(손종학)이 꼰대의 대표적 캐릭터다. [중앙포토]

드라마 '미생'의 마부장(손종학)이 꼰대의 대표적 캐릭터다. [중앙포토]

 
이건 퇴직 후에도 마찬가지여서, 좋게는 ‘열린 마음’, 나쁘게는 ‘철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는데 요 몇 년 새 나이를 의식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하루는 지하철을 탔더니만 웬 젊은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는 게 아닌가. ‘설마 내게?’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봤는데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가 나밖에 없었다. ‘아뿔싸’하는 마음에 자리를 극구 사양하긴 했지만 당황스러웠다. “늙난 길 가시로 막고 오난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는 옛 시조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꼰대’와 나이는 무관하다고 믿고 싶다. 평균 수명이 82세라는 요즘엔 물리적 연령에 0.7을 곱해야 실제 나이라는 말도 있잖은가. 게다가 직장 선배랍시고 “내가 신입 시절엔” “요즘 젊은 애들은”하며 꼰대 아닌 꼰대 노릇을 하는 애늙은이들도 있잖은가. 요컨대 꼰대 여부는 저마다 하기 나름이니 기계적으로 꼰대를 가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대부분 ‘꼰대’들의 숨은 항변일 것이다.
 
가수 노사연의 ‘바램’이란 노래에는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거”란 구절이 나온다. 우리 모두 익는 것과 곯는 것 그 사이 어디쯤에서 나이 들어가고 있는 것 아닐까. 각기 시대의 흐름에 처지지 않으려, 거추장스러운 인물이 되지 않으려 발버둥치면서.
 
김성희 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jaejae99@hanmail.net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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