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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 "中, 대북 역할 더하라" 요구에 시진핑 "소위 '선혈 관계'였음에도" 반박

 지난 6일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언급했다고 청와대가 밝힌 '북한과의 혈맹'이라는 표현은 당초 원고에 없었던 즉흥발언으로 드러났다. 중국 국가주석은 과거 정상회담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에 따라 발언하곤 했다는 점에서 시주석의 즉흥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16일 서울의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처음에는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당초 40분으로 예정됐던 회담은 75분간 진행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노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는 발언을 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시 주석은 얼굴이 다소 굳어지면서 "중국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북한은 ‘소위 선혈로 응고된 관계’였음에도”라는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선혈로 응고된(鲜血凝成的)’이라는 표현은 혈맹을 에둘러 표현할 때 중국이 쓰는 표현이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동맹 관계를 부정하기 때문에 혈맹이라는 단어도 쓰지 않고 대신 이렇게 표현해 왔다.   
 
관련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 A씨는 "회담 초반만 해도 문 대통령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시 주석의 표정이 밝았는데 문 대통령 발언 직후 표정이 바뀌었다고 한다. 억울해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인사들과 접촉한 또다른 소식통 B씨는 "정상회담 이후 중국에서 정상회담 관계자를 만났는데 이런 북중관계에 대한 언급은 당초 발언 자료에 없었는데 시 주석이 즉흥적으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이런 발언을 하게 된 맥락도 회담 직후 청와대의 설명과는 다소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북한과 혈맹의 관계를 맺어왔고 25년 전 한국과 수교를 맺은 뒤 많은 관계 변화가 있었지만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해 논란이 됐다. 회담 이틀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북한을 중국이 '혈맹'을 강조하면서 마치 두둔한 것처럼 비쳐졌다.
 
B씨는 "시 주석은 북중관계를 언급하며 실제로는 '소위'라는 단어를 앞에 붙였다고 한다"며 "이는 현재는 북한과 '정상국가 대 정상국가'의 관계이지만 과거에 북한과 소위 그러한 특수관계였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고, 그럼에도 이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미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리핑 과정에서 '소위'라는 표현이 빠지면서 내용이 와전됐다는 얘기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 10일 국회 외통위에서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질의에서 "9일 중국 공산당 핵심 관계자와 1시간30분정도 만났는데 '시주석이 지금의 북중관계를 혈맹관계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는 말을 여러차례 강조하면서 '허위 보도'란 표현까지 썼다"고 말했다. 
 
회담에 배석한 강경화 외교장관도 "전통적인 북중관계가 혈맹이었다는 의미로, 과거 관계를 규정하는 차원에서 쓴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중국 측이 청와대의 브리핑 의도를 분주히 파악하며 불만 섞인 시선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대표(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는 “'혈맹'이라는 민감한 단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 중국과 북한이 마치 과거의 혈맹 관계로 돌아간 것처럼 알리는 것은 한중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지혜ㆍ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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