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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최다 응시' 아랍어 쏠림, 절대평가 도입시 사라질듯

아랍어는 전국에서 5개 고등학교만 가르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수험생 71%가 선택한 과목이다. 찍어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절대평가가 현실화되면 아랍어 열풍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아랍어는 전국에서 5개 고등학교만 가르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수험생 71%가 선택한 과목이다. 찍어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절대평가가 현실화되면 아랍어 열풍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대학생 신의승(20)씨는 지난해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아랍어 과목을 봤다. 고교 재학 중 아랍어를 배워서가 아니다. 그는 아랍어를 전혀 모른다. 아랍어 시험도 당시 수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는 수능 아랍어 문제(전체 30문항)를 모두 찍었다. 그랬는데 아랍어에서 전체 9등급 중 중간보다 높은 4등급을 받았다. 
신씨처럼 지난해 수능에서 아랍어를 본 수험생은 모두 5만2626명. 아랍어를 포함한 제2외국어 영역 전체 응시자(7만3968명)의 71%에 달했다. 일본어(5987명), 중국어(3982명), 프랑스어(1288명), 스페인어(1263명) 등 나머지 언어를 모두 합친 숫자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해 외국어 응시자 10명 중 7명 선택
고교서 배운 적 없는 5만명 아랍어 시험

상대평가라 잘 찍으면 '1등급 로또' 효과
중국어 전공 외고생, 수능선 아랍어 선택

점수 기준 절대평가시 1등급 2%대로 급감
전문가들 "평가방식 바뀌면 쏠림 사라져"

 
그런데 새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아랍어 쏠림'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랍어 쏠림은 '아랍어 로또' 효과 때문인데, 절대평가에선 '아랍어 로또'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아랍어 로또'는 상대평가에서 나온다. 응시자 대부분이 신씨처럼 아랍어를 공부한 적 없는 수험생이다. 국내에서 아랍어를 정규 교과로 가르치는 고교는 단 5곳. 아랍어 응시자 5만2626명 중 아랍어를 배운 적 없는 수험생이 5만명에 가깝다는 얘기다. 아랍어 응시자 대부분 답을 찍는다. 운 좋게도 잘 찍으면 높은 등급을 받는다. 신씨는 "내 친구도 아랍어를 다 찍었는데 2등급을 받았다. 아랍어는 일종의 보험이다. 잘 찍으면 입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수능은 상대평가 방식이다. 올 11월 수능부터 영어에서만 절대평가가 도입된다. 제2외국어를 포함해 나머지 영역은 상대평가다. 점수 자체가 아니라 비율을 따져 등급을 매긴다. 상위 4%까지 1등급, 11%까지 2등급을 받는 식이다. 
아랍어는 다른 외국어에 비해 낮은 점수로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본지가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지난 3년간 수능 제2외국어 과목의 등급컷 점수(원점수 50점 만점 기준)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일본어나 중국어·독일어·프랑스어 등은 45~48점을 넘어야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랍어는 23~31점만 넘으면 1등급이었다. 30문제 중 절반 정도만 맞춰도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8~10문제를 맞춰 15점에 불과해도 3등급을 받을 수 있다. 아랍어를 잘 하는 수험생이 다른 언어보다 드물어서다. 
 
아랍어는 2005학년도 수능에 처음 포함됐다. 국내에 생소한 언어라서 첫 해 응시자는 531명에 그쳤다. 문제도 매우 평이했다. 실제로 램프의 요정이 그려진 책 그림을 보고 보기 중에서 ‘아라비안나이트’를 고르는 문제가 출제된 적도 있다. ‘그림만 보고 풀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응시자가 꾸준히 늘었다. 
2006학년도 수능 제2외국어 영역 아랍어 과목에서 출제된 문제들. 이처럼 그림만 보고도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된다고 알려지면서 이후 아랍어 응시자가 늘어났다.

2006학년도 수능 제2외국어 영역 아랍어 과목에서 출제된 문제들. 이처럼 그림만 보고도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된다고 알려지면서 이후 아랍어 응시자가 늘어났다.

2009학년도에는 일본어를 제치고 제2외국어 최다 응시자가 몰린 과목이 됐다. 지나친 쏠림을 막으려고 수능 당국이 아랍어 난이도가 높였다. 하지만 오히려 어려울수록 잘만 찍으면 높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역설이 나타났다.  
외고에서 아랍어가 아닌 언어를 공부한 수험생도 수능에선 아랍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외고 학생이 수능에선 아랍어를 선택하고 한달짜리 단기 특강으로 준비하는게 현실이다.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외국어에서 아랍어 쏠림을 막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수능 응시자 55만2297명 중 제2외국어를 응시한 수험생은 7만3968명(13.4%). 대부분 중·상위권이다. 이들이 외국어를 응시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서울대 정시 모집에 지원하려면 수능 제2외국어 성적이 필수다. 둘째, 서울 중상위권 대학 지원자는 제2외국어 성적이 좋으면 탐구영역 과목 하나를 제2외국어로 대체할 수 있다. 셋째, 수험생이 5000원만 추가로 내면 외국어를 응시할 수 있다.  
 
외국어 영역에 절대평가를 적용하면 아랍어에서 '로또'가 사라지고 오히려 다른 언어보다 좋은 등급을 받기 더 어렵게 될 것이 확실하다. 지난해 수능 채점 결과에 절대평가를 적용하면 아랍어는 1등급 비율이 전체 외국어 중 제일 적어진다. 절대평가 기준 1등급(원점수 40점 이상) 수험생 비율이 독일어는 30.4%, 프랑스어는 25%, 중국어는 24.8%인데 반해 아랍어는 2.3%으로 확 떨어진다. 
 
교육계에선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찬반과 별개로 '아랍어 쏠림'을 부정적으로 본다. 고교에서 3년간 배운 외국어를 놓아두고 수능에서 아랍어를 선택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일 대신고 교사(일본어)는 “수험생이 공부하지도 않은 아랍어를 선택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절대평가가 되면 아랍어 선택 학생이 확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도 “절대평가에서는 자기가 잘 모르는 과목을 고르면 불이익을 받게 돼 아랍어 쏠림이 사라진다. 요행을 바라고 과목을 선택하는 거품을 걷어낼 수 있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중동문제 전문가도 이런 입장에 공감한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중동아프리카학)는 “국내에서 아랍어의 저변을 넓힐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입시 수단으로 왜곡된 지금 상황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남윤서·이태윤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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