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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등·하이브리드 기술의 발전 이끌어

[CAR] 24시간 동안 달리는 르망 내구레이스
2017 르망 레이스에서 우승한 포르셰.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로드테스트]

2017 르망 레이스에서 우승한 포르셰.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로드테스트]

지난달 17일 프랑스 르망에서 24시간 내구레이스가 막을 올렸다. 대회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경주는 자동차의 내구성을 겨룬다. 그래서 매년 한 차례씩 6월 세 번째 토요일 오후 3시부터 24시간 동안 밤을 꼬박 새워 달린다. 결코 설렁설렁 달리는 경주가 아니다. 상위 클래스의 평균 속도는 시속 250㎞에 가깝다. 역대 최고속도는 1989년 포르쉐 962C가 기록한 시속 405㎞다.  
 

양산차로 시속 250㎞ 밤새 질주
경주장 주변에서 캠핑하며 관람

전통의 강자 아우디 불참하면서
포르셰·도요타 2년 연속 각축전

르망에서 우열을 가리는 방식은 명료하다. 24시간 동안 가장 긴 거리를 달리는 차가 우승컵을 챙긴다. 빨라야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 그런데 차가 고장이라도 나면 말짱 헛일이다. 그래서 속도만큼 내구성과 전략이 중요하다. 역대 르망 24시간 경주 가운데 가장 많은 거리를 달린 기록은 아우디가 세웠다. 2010년 R15 TDI 경주차로 24시간 동안 5410㎞를 달렸다.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는 포뮬러원(F1), 인디 500과 더불어 세계 3대 모터스포츠로 손꼽힌다. 역사도 굉장히 길다. 일본에서 관동대지진이 났던 1923년 지구 반대편 르망에서 제1회 내구레이스를 치렀다.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를 주관하는 단체는 ‘프랑스 서부 자동차 클럽(ACO)’. 이처럼 가혹한 경주를 기획한 이유는 지나치게 전문화·상업화된 자동차 경주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킷 전용 ‘괴물’ 경주차 대신 양산차끼리의 승부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밤을 새우는 가혹한 조건을 통해 자동차의 전조등 기술 및 내구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었다. 요즘 자동차도 24시간 내리 달리면 어찌 될지 장담할 수 없는데 당시엔 오죽했을까. 그런데 첫 대회 땐 33대 가운데 세 대 빼고 전부 완주했다.  
 
인구 15만 도시에 25만 관람객 몰려  
도요타 소속 경주차가 르망 서킷을 돌고 있다.

도요타 소속 경주차가 르망 서킷을 돌고 있다.

정반대 경우도 있었다. 1979년엔 51대가 참가해 7대만 완주했다. 1931년엔 결선에 오른 경주차가 6대뿐이었다. 1~2위의 거리가 가장 많이 벌어진 경주는 1927년으로 349.8㎞에 달했다. 이렇게 이어진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가 올해로 84회째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취재를 위해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 현장을 세 차례 방문했다. 마지막이 지난해였다. 올해는 인터넷 실시간 현장 중계로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나 세 번 가봤다고 어느새 화면 속 풍경이 친근하다. 르망은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260㎞ 떨어진 도시다. 고속도로를 타면 자동차로 넉넉히 잡아 3시간 정도 걸린다. 르망의 인구는 15만 명인데, 경기 땐 세계 각지에서 25만 명이 몰려든다. 보통 경주가 열리는 주말 하루 전 르망을 찾는데 톨게이트부터 붐빈다.  
 
이 경주는 레이스 자체도 흥미진진하지만 관람 문화 또한 독특하다. 경주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1박은 기본이다. 그래서 서킷 주변은 거대한 캠핑장으로 변한다. 커다란 캠핑카에 온 가족을 태우고 오는 경우도 많다. 캠핑장 구성도 흥미로운데, 자동차 브랜드별로 옹기종기 모인다. 땅바닥에 납작 붙은 수퍼카들도 예외 없이 잔디밭에 진을 치고 그 옆에 텐트를 친다. 금요일 저녁부터 캠핑장 곳곳에선 고기 굽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맥주 파티가 벌어진다. 공공화장실 앞엔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선다. 비라도 내리면 캠핑장은 진흙 천지다. 말끔하게 차려 입고 1~2시간 바짝 경기를 본 뒤 떠나는 F1과 대조적이다. 르망은 한층 서민적이다.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축제의 흥겨움을 즐긴다. 그래서 더 정겹다.  
 
취재진과 VIP 고객은 자동차 제조사가 제공하는 호텔에 머문다. 그런데 말이 호텔이지 경기 기간에만 쓰는 가건물이다. 아우디의 경우 거대한 창고 같은 건물 안에 칸막이와 문으로 칸칸이 쪽방을 만든다. 침대와 책상 하나 빼면 트렁크 놓을 자리조차 빠듯한 공간이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동으로 쓴다. 밤엔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경주차 소리를 벗 삼아 잠을 청한다. 서킷에 들어서면 장터가 펼쳐진다. 비슷비슷한 모터스포츠 관련 의류와 액세서리 파는 가게가 불야성을 이룬다. 실제 레이싱팀 스태프가 입었던 옷을 빨아서 파는 구제 가게도 많고, 개인적으로 모은 스티커를 팔기도 한다. 대부분 가게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 또한, 같은 물건도 가게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입구에서 서킷 안쪽으로 갈수록 좀 더 저렴하다.  
 
21세기 들어 르망을 쥐고 흔든 제조사는 아우디다. 1999년 첫 참가 이후 2003년(벤틀리), 2009년(푸조)만 빼고 13번이나 우승컵을 가져갔다. 디젤 엔진에 전기 모터를 엮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전기 모터를 이용한 사륜구동 방식도 아우디가 앞장서서 도입했다. 그러나 2015년 한 지붕 식구나 다름없는 포르셰가 아우디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르망 내구레이스의 매력은 기나긴 경주 시간에서 비롯된다. 24시간 동안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결승선을 밟는 순간까지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현재 대세는 포르셰다. 르망 복귀 2년 만에 우승을 거둔 이후 지난해에도 연승행진을 이었다. 그런데 포르셰 역시 지난해 복병을 만났다.  
 
사실 지난해 우승 후보는 명백히 도요타였다. 우승이 거의 확실해지면서 도요타 피트(팀별로 경주차를 수리하고 경기를 감독하는 공간)는 축제분위기로 들떴다. 하지만 경기종료를 코앞에 남겨두고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주차에 힘이 없어!” 일본인 드라이버의 긴박한 무전이 생중계로 흘러 나왔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경주차의 엔진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뒤따르던 포르셰 경주차에게 우승을 빼앗겼다. 그 결과 포르셰는 2년 연속 우승컵을 안았다.  
 
초반 18바퀴 뒤졌던 포르셰 역전 우승  
서킷 피트존에서 타이어 교체, 휠 얼라인먼트, 차량 급유 등 각종 점검을 단시간 내 마친 뒤 출발하는 포르셰 경주차. [사진 로드테스트]

서킷 피트존에서 타이어 교체, 휠 얼라인먼트, 차량 급유 등 각종 점검을 단시간 내 마친 뒤 출발하는 포르셰 경주차. [사진 로드테스트]

그래서 올해 경기는 더욱 흥미진진했다.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린 도요타가 이를 갈고 설욕을 다짐했기 때문이다. 이번 예선에서 도요타는 르망 역사상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해 기대를 잔뜩 모았다. 지난달 17일 오후 3시, 르망 샤르트 서킷의 직선로에서 네 개 클래스, 50여 대의 경주차가 굉음을 울리며 출발했다.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의 경주차는 총 4가지 클래스로 나눈다. 꼭짓점은 LMP1이다. 르망 관련 기사에 나오는 납작한 경주차가 대개 이 클래스다. 지난해 그동안 르망을 주름잡던 아우디가 빠지면서, 올해 경주는 포르셰와 도요타의 2파전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예상대로 두 팀은 초반부터 맹렬히 쫓고 쫓기며 치열한 승부를 이어갔다.  
 
올해 역시 사고와 고장이 줄을 이었다. 포르셰의 경우 경기 초반 수리를 위해 선두와 18바퀴나 뒤쳐졌다. 그 결과 56위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경기에 다시 합류했다. 도요타는 경주차 세 대 중 두 대가 고장으로 완주하지 못했다. 포르셰도 두 대 중 한 대만 경기를 마쳤다. LMP1 경주차들이 고전을 치르면서, 아래급인 LMP2 경주차와 경쟁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튿날 오후 3시, 포르셰 919 하이브리드 경주차가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써 포르셰는 3년 연속 1위를 거머쥐었다. 통산 19번째 우승이다. 르망 역사상 가장 많이 우승컵을 거머쥔 브랜드로 다시 한 번 스스로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설욕전을 꿈꿨던 도요타는 종합 9위로 무릎을 꿇었다. 두 브랜드의 피트 풍경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포르셰는 극적인 역전승을 자축했다. 각종 점검 때문에 피트에 무려 한 시간이나 발이 묶였던 경주차로 일궈 낸 우승인 까닭이다. 도요타 피트는 무거운 분위기로 얼룩졌다. TV 화면에 비친, 눈물 글썽한 노장이 시선을 끌었다.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개발한 우치야마다 다케시였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팀을 다독였다. 
 
해마다 느끼지만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는 하룻밤 사이에 희노애락이 교차하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이즈음 오락가락하는 르망의 날씨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종잡을 수 없는 사건과 사고가 줄을 잇는다. 어쩌면 이게 바로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의 매력일는지 모른다. 내년엔 도요타와 포르셰가 어떻게 불꽃 튀는 승부를 벌일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이번 경기 이후 도요타는 아키오 사장의 발표문을 공개했다. “자동차를 믿고 달려준 드라이버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우리를 믿고 응원해준 팬들에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포르셰가 우리를 라이벌로 인정해 줘서 정말 기뻤습니다. 우승을 축하합니다. 다시 여러분과 함께 웃을 날을 목표로 삼겠습니다.” 행간에 스민 절절함에 코끝이 찡해졌다.  
 
 

김기범 객원기자
로드테스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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