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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9조원어치 사들인 외국인 26% 수익 실현

증시에 다시 부는 ‘바이 코리아’
외국인투자자가 ‘다시 한 번 바이 코리아(Again Buy Korea)’에 나서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피와 코스닥(코넥스 포함) 주식의 시가총액은 지난 11일 기준으로 602조5752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보유 국내 주식의 시총이 6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올 1월 25일 500조원에 달한 뒤 반 년도 안돼 100조원이 불어난 것이다. 외국인 보유 주식이 전체 시총(1770조3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4%를 넘어섰다. 2007년 6월 20일(34.08%) 이후 10년 만이다. 13일 기준으로는 34.3%까지 높아졌다.

외국인 보유주식 가치 600조원
한국 시가총액의 3분의 1 차지

주가수익률 미국 절반 수준 불과
대만 주식도 팔고 한국에 돈 몰려

대형주 쏠림 심해 악영향 우려도
하반기 기업 실적, 환율이 변수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시총 점유율은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에서 촉발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5%대까지 하락한 뒤 30% 안팎을 오르락내리락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한국 주식 쇼핑이 늘면서 단숨에 사상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은 9조389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와 개인은 각각 10조3467억원, 2조170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상당수 증권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코스피 사상최고치를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한국 주식시장에 가장 관심이 크다. 올 상반기 순매수 규모는 1조8000억원에 이른다. 다음으로 프랑스가 7000억원, 아일랜드가 3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평가된 한국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을 비롯해 독일 등 선진국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때 한국은 박스권(1900~2100대) 장세를 이어갔다. 더욱이 기업들의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8배(3월 기준)로 미국(18.6배)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PER가 12배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는 상장 기업의 이익에 비해 상당히 싼 편이다.
 
지난해 해외 자금이 몰렸던 러시아·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국은 올 들어 증시가 맥을 못추고 있다. 반면 한국·대만 같은 자본재 수출국은 연초 이후 10% 이상 주식시장이 뛰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처럼 기계·전기전자 등 자본재를 수출하는 국가의 증시 상승세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2분기 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은 자본재 수출국 중에서도 한국을 선호했다. 이 기간 외국인이 사들인 국내 주식 규모는 42억4520만 달러로 대만(34억4247만 달러), 필리핀(7억5696만 달러) 등을 크게 앞질렀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다시 한 번 시사하면서 14일 코스피는 2410선을 넘으며 이틀째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합뉴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다시 한 번 시사하면서 14일 코스피는 2410선을 넘으며 이틀째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합뉴스]

KB금융 등 은행업종 10분기 연속 순매수
올 상반기 외국인의 주식 쇼핑 바구니를 들여다보면 정보기술(IT)·금융·산업재·소비재 업종을 많이 담았다.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은 LG전자로 9687억원어치 샀다. 최근 LG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TV·냉장고와 같은 고가 가전 제품 판매가 늘었다. 그동안 적자를 키워온 스마트폰의 모델 수를 줄이며 비용을 줄인 게 전반적인 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연초 이후 LG전자 주가 상승률은 6월 말 기준 55.4%로 IT 대장주인 삼성전자(33%)보다 높다.
 
다음으로 외국인 러브콜을 많이 받은 종목은 7247억원 자금이 몰린 KB금융이다. KB금융은 순이자마진(NIM) 개선으로 상반기 이익이 늘면서 주가도 34.8% 뛰었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업종의 이익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외국인은 지난해부터 10개월 연속 순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현대차·삼성SDI·현대모비스도 50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이와 달리 가장 많이 판 종목은 1조6614억원(상반기 기준)을 순매도한 삼성전자, 삼성전자우선주(7940억원), SK하이닉스(3721억원)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이 반도체 활황으로 주가가 급격히 오르자 외국인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외국인투자자가 올해 한국에서 거둬들인 투자 수익률도 뛰어났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이 많이 투자한 상위 30개 종목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6.3%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8%)보다 높다. 특히 외국인이 2651억원어치 순매수한 LG생활건강은 연초 대비 100.8%올라 가장 높은 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쏠려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5개 종목이 전체 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1%로 8년 전보다 14.7%포인트 늘었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53.9%에 이르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50.2%), 네이버(60.9%)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주식팀장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보유액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투자금액이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다”며 “관련 기업에 악재가 발생할 경우 외국인 매도로 시장 전반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외국인 떠난 후 주가 40% 급락도
실제로 외국인투자자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매도 여파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4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에 외국인 투자자는 1929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2400 문턱까지 갔던 코스피는 2380선으로 내려앉았다. 가장 타격이 컸던 것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다. 당시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2008년 11월 20일 외국인 보유 주식 시총은 146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08년 1852로 시작했던 코스피 지수는 연말 무렵 40% 가까이 하락해 1100선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하반기에도 외국인의 러브콜은 이어질까. 증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와 비(非) IT기업에 대한 실적 우려가 맞물리면서 외국인 매도전환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특히 외국인이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대만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연구원은 “대만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이 이미 매도세로 전환했는데 이런 흐름이 아시아 전역으로 퍼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우 센터장 역시 국내 기업들의 실적 둔화를 우려했다. 그는 “시장 전체적으로는 2분기 실적 전망치가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오히려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3분기에도 IT기업을 제외한 기업들의 실적이 둔화되면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유입은 줄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외국인의 러브콜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팔자 흐름이 이어졌던 2008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한국 주식의 PER는 10배 이하로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보다 싼 데다 여전히 기업 이익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환율이 변수지만 재닛 옐런 미국 연준(Fed) 의장이 여러차례 통화 긴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있어 달러 가치는 연말까지 약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한국 주식을 앞다퉈 던지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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