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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김정은 정권 숨통 죌 원유공급 차단 이끌어낼까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 미·중 신경전
북한과 거래하는 미국 이외의 제3국 금융기관·기업·개인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이 구체화하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에 적용해 핵협상 타결의 결정적 추동력으로 작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자국 금융기관·기업과 이란의 거래를 차단하는 데서 더 나아가 유럽·아시아 등 제3국의 은행·보험사들도 이란과 거래를 끊도록 유도해 이란의 숨통을 죄었다.

북한과의 거래 위험성 극대화
세컨더리 보이콧 중국에 큰 부담

순망치한 북·중관계 균열 노려
미 “대북 압박 강도 높여라” 요구

중국, 북 정권 붕괴 우려 반대
10월 말 열릴 공산당대회 앞두고
시진핑, 美와 대립각 구도 부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6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에 대한 추가 대북제재를 논의한 뒤 북한 경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을 차단하는 방안을 본격 거론하고 있다. 군사 카드를 제외한 상태에서 북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최고 수위의 경제 압박으로 미국이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은 최고지도부를 포함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미·중 갈등과 대치의 한복판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이 1992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촉발된 북한 핵·미사일 사태의 중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은 대북 원유 차단이냐, 세컨더리 보이콧을 신호탄으로 한 미국의 경제통상 압박과 일전을 벌일 것이냐를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가을부터 최소 2차례 핵폐기물 재처리를 통해 핵탄두 제조를 위한 플루토늄 원료를 추가로 생산했다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가을부터 최소 2차례 핵폐기물 재처리를 통해 핵탄두 제조를 위한 플루토늄 원료를 추가로 생산했다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연합뉴스]

 
중국 제재, 미국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
미국의 경제안보 컨설팅 기업인 파이낸셜 인테그리티 네트워크(FIN)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의 목적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계산을 바꾸는 데 있다”고 못 박았다. 북한과의 거래를 예측 불허의 사회경제적 위험으로 인식시켜 중국의 대북 전략 기조를 근본적으로 흔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만이 구사할 수 있는 강력한 경제제재 카드다. 미국은 자국의 기업과 개인들이 북한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양자 제재다. 하지만 이런 직접 제재는 북·미 간에 무역·금융거래가 전무한 상태에서 실질적인 제재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자 세컨더리 보이콧의 제재 대상을 제3국의 기업과 개인으로 넓혀 나갔다. 제3국의 기업과 개인이 북한과 거래한 사실이 적발되면 미국의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적용되면 해당 기업과 개인은 달러가 결제 통화로 쓰이는 국제 교역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달러 송금이나 신용장 개설이 안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북한의 대외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은 중국인 또는 중국 기업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상대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이란에 적용했던 세컨더리 보이콧과 달리 제재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세계 2위 경제 규모의 중국은 미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에 등록한 중국 진출 미국 기업이 462개, 연간 양국의 교역 규모만 6500억 달러에 달한다.
 
FIN 보고서에선 거대 경제권이나 경제 소국을 상대로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비용 대비 효과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1300㎞에 걸친 중국과의 국경을 통해 밀무역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제재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구멍 또한 적잖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같은 거대 경제를 겨냥한 제재는 미국 경제에도 충격으로 돌아온다는 점도 정책 선택을 고심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 이후 북한이 중국인의 이름을 빌려 자산을 감추는 등 이중 삼중의 회피 수단을 마련해 대비하고 있는 상황도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그럼에도 세컨더리 보이콧이 북한과의 거래가 수반하는 잠재적 위험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중국 기업·금융기관을 옥죄는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FIN 보고서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피하기 위해 중국의 기업·금융기관은 내부 감찰기구와 고객에게 끊임없이 북한과 거래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스트레스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김병연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내수가 빈약한 북한 경제는 대외교역 비중이 50%를 넘기 때문에 무역을 조이면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골목시장까지 합해  700~800개 장마장이 북한 경제의 토대가 됐는데 교역품이 급감하고 무역으로 벌던 외화가 줄어들어 구매력이 유입되지 않으면 시장도 망가진다”며 “고난의 행군 때와 달리 시장 활동으로 세끼 밥을 먹게 된 민심이 출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다중적인 속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도 시행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유엔 안보리를 통한 다자 제재는 북한에 실질적인 압박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북한이 ICBM을 통한 핵무장 완성에 속도를 내고 있어 세컨더리 보이콧이 도입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중국엔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는 현실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리 가드너(공화당·콜로라도)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북한과 거래하거나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에 연루된 제3국 기관·개인을 미국 금융망에서 차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도 중국을 겨냥한 이 법안을 거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에 대한 제재 시기와 범위는 19일 열리는 미·중 고위급 포괄적 경제대화에서 중국이 미국의 대북 압박 요구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인내심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속내는 복잡하다. 취임 초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잘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도 돌아가며 군사 옵션 가능성을 열어 두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최후의 수단인 군사력 동원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시진핑 2기 앞두고 전략적 판단 기로
문제는 군사적 선택이 몰고 올 예측 불가능한 결과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고 그 경우 미·중은 원하지 않는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쉽지 않은 방정식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미묘한 현실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선택지는 거의 없다”고 평했다. 딜레마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중국 압박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말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작전을 재개하고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했다. 또 대만에 12억 달러어치의 무기 판매를 승인하고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이른바 대중 압박 4종 세트를 잇따라 내놨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을 북핵 문제의 일부로 본다는 점에서 관점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김정은 정권이 생사를 놓고 전략적 판단을 하도록 원유 공급을 끊을 것인지, 세컨더리 보이콧을 비롯한 경제통상 문제와 하나의 중국 이슈 등을 놓고 미국과 사생결단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미국 조야 일각에선 북핵이 중국에 전략적 위험이 되도록 향후 북핵과 함께 비핵화를 전제로 한·일·대만에 대해 핵전력 배치 또는 독자 핵무장 묵인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표면적인 중국의 입장은 완강하다. 원유 공급 차단 등 독자적인 대북제재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새 안보리 제재 결의안 협상에서도 순망치한 관계인 북한 정권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10월 말로 예상되는 제19차 공산당 대회를 의식해야 하는 중국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가 순조롭게 출범하기 위해선 한·미·일 3개국이 대북 공조를 강화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키워 가는 구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2기 체제엔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을 더욱 두텁게 하기 위해 상무위원 7인 중 교체가 예상되는 5명을 시진핑 라인으로 채우기 위해 치열한 물밑 권력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무성한 상황이다. 대외 갈등 변수가 돌출하면 시 주석의 구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중국 당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에 정면에서 반발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외교가에서는 세컨더리 보이콧과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대미 총력 외교전을 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 대북 압박 강화에 미리 대비해야”
우리 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대북정책이 북핵 국면을 흔들 수 있는 중대 변수라는 점에서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 가능성에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정부는 지난 7~8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천명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동참 요청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라며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에 대한 돌파구는 상당 기간 마련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은 유엔의 기존 제재가 중국의 적극적인 뒷받침을 받지 못했다는 불신이 크다”며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압박 카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화성-14형’ 시험 발사에 사용된 발사대가 고정형이라는 점에서 ICBM 연구개발의 초기 단계로 추정할 수 있다”며 “하지만 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추가 검증을 거쳐 시간이 많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이 더욱 긴박한 옵션을 내세울 수 있는 만큼 보다 다각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용환 기자, 김도연 인턴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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