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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골든타임 놓쳐선 안 돼” 다시 가속페달 밟는 靑

청문회·추경 마무리 국면, 이후 정국 향배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회 인사청문회와 추경안 처리를 둘러싸고 출구가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대치정국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 논란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리 사과를 하고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다. 이후 야 3당이 추경안 심사에 전격 참여하면서 국회는 다시 정상화됐다. 18일 본회의로 7월 임시국회가 종료된 뒤 19일엔 문재인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의 청와대 오찬회동도 예정돼 있다.
 

“더 늦기 전에 권력기관 적폐 청산”
검찰·군·국정원 개혁 속도전 돌입
“민정수석실 자료 공개가 신호탄”
野, 독주 경계 속 전열 정비 나서

두 달 가까이 지속된 청와대와 야당의 1라운드 공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향후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정국 구상이 최대 관심사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외교무대 데뷔전을 치르며 외교안보 현안의 급한 불을 끄는 데 주력해 왔다.
 
이제 다시 국내 정치와 마주하게 된 문 대통령은 정국의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전략적 행보에 나설 태세다. 이에 맞서 야 3당은 “청와대의 독주를 마냥 지켜만 보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2라운드 대결을 앞두고 내부 전열 정비작업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대선 패한 야당이 공세 주도, 판 바꿔야”
문 대통령의 7~8월 정국 구상은 그동안 잠시 미뤄졌던 개혁 드라이브를 재가동하는 데 최우선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검찰·군·국정원 등 주요 권력기관 개혁을 비롯해 이전 정부가 남긴 적폐 청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 후 벌써 두 달이 지났지만 국회 상황 등으로 인해 새 정부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더 이상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공감대와 절박감이 청와대 안팎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임명하면서 권력기관 개혁의지를 분명히 했다. 때마침 검찰 돈봉투 회식 파문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한 국방부 보고 누락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개혁의 명분도 확보하는 듯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며 속도전에 나설 태세를 갖춘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본지 5월 21일자 3면>
 
하지만 이후 장관급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다. 여기에 검찰 개혁의 선봉에 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제1호 낙마자로 기록되면서 적폐 청산 카드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게 됐다. 여권 관계자는 “국회 상황이 꼬이면서 개혁 프로그램이 올스톱됐다”며 “인사청문회가 만만찮을 것으로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길고 긴 터널을 통과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본인의 평소 생각을 접고 조 후보자를 낙마시키기로 결단을 내린 것도 개혁의 가속페달을 밟기 위해서는 더 이상 한시도 허비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전했다. 바둑으로 치면 아직 중원 쟁탈전은 시작도 안 했는데 한쪽 귀에서 두 집짜리 싸움만 피 터지게 해 봤자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봤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게다가 대선은 문 대통령이 이겼는데 정작 공격의 고삐는 야당이 쥐고 흔드는 형국”이라며 “이처럼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서 탈피해 여권이 선수를 쥐고 판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쪽으로 정국을 전환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청와대는 이제 할 만큼 했다”고 밝힌 것도 대야 협상에 대한 언급 차원을 넘어 ‘이젠 국회 상황과 관계없이 판 자체를 바꾸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략적 판단엔 시간적 제약도 한몫했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각종 개혁입법 처리를 둘러싸고 또다시 국회로 공이 넘어가게 되는 만큼 그전에 개혁과 적폐 청산의 밑그림을 확실히 그려 놔야 한다는 압박감이 적잖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당장 지난 한 주 사이에 권력기관발 개혁 드라이브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국정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는 국정원 댓글사건 등 13개 조사항목을 확정했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군 수뇌부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검찰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압수수색에 전격 나서면서 방산 비리 수사에 뛰어들었다. 4대 강과 자원외교 비리 등 ‘사자방’으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 비리 의혹 수사의 신호탄인 셈이다. 지난 14일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 자료 300여 건이 발견됐다고 발표한 데 대해 “청와대가 적폐 청산 국면의 시작을 공식 선언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복정치·밀어붙이기 논란 없어야” 우려도
이 같은 청와대의 행보에 야당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재선 의원은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적폐 청산 구호가 야당과 과거 정부 목 조르기로 이어질 경우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협치도 물 건너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속사정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당장 7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여의도 정치권은 하한기로 접어든다. 정치의 주 무대가 국회에서 청와대로 옮겨 가면서 공수도 뒤바뀌게 된다. 9월 정기국회가 열릴 때까진 여론전 외엔 방어수단도 마땅찮다. 문 대통령이 80%에 달하는 지지도를 등에 업고 적폐 청산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마냥 반대만 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바른정당의 한 최고위원은 “청문회 검증 국면과는 달리 자칫 발목 잡기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런 가운데 야 3당은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는 데 당력을 모을 방침이다. 국민의당은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준비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새 지도부의 개혁 노선 재정립을 통해 제보 조작 파문으로 실추된 당 이미지를 다시 세운다는 복안이다. 바른정당도 여름 하방정치를 통해 한국당과 본격적인 보수 적자 경쟁에 나설 예정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라는 성과와 별도로 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숙제를 떠안게 됐다는 평가다. 우원식 원내대표와 중진 의원들의 거듭된 요청과 중재에도 불구하고 추 대표가 ‘소신’ 발언을 멈추지 않으면서 결국 청와대가 사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는 점에서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에 잠시 가려져 있던 민주당의 빈약한 내공과 민낯이 이번 사태로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냉정한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까닭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청와대발 개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적폐 청산도 철저히 사실에 입각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복정치 논란과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쉽다”며 보다 세밀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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