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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도구, 핵심은 아날로그 경험

“1984년 레고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연 프레스 컨퍼런스(기자 간담회)입니다.”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지난 6월 레고 코리아의 신임 대표로 선임된 마이클 에베센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이날 행사는 1932년 덴마크의 목재 장난감 회사로 시작해 세계적인 조립 완구 기업으로 성장한 레고가 어린이 소비자를 겨냥해 출시한 디지털 혁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자리.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조용히 구매층을 넓히는 데 주력해 왔던 레고가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였다.
 

어린이용 SNS 서비스
‘레고 라이프’ 출시한 레고

하지만 정작 실체를 드러낸 레고의 새 프로그램은 ‘세상이 깜짝 놀랄만한’ 혁신적인 무엇은 아니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접하게 되는 요즘 아이들을 위해 레고 블록쌓기의 경험을 온라인상에서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SNS ‘레고 라이프(LEGO LIFE)’의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게 핵심 내용. 레고 라이프에는 ‘레고 브릭 6개를 활용해 무엇이든 만들어보기’와 같은 챌린지 프로그램과 동영상·퀴즈·게임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트가 담겼고, 아이들은 아바타와 이모티콘을 이용해 서로 소통한다. 이한나 레고코리아 마케팅 차장은 “레고 라이프는 브릭 놀이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켜주는 훌륭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레고는 올해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공개했던 코딩 교육 키트인 ‘레고 부스트’도 공개했다. 11월 국내 출시 예정인 레고 부스트는 전자 기능이 포함된 브릭으로 일종의 ‘레고 로봇’이다. 브릭으로 로봇·고양이·자동차 등을 만든 후 태블릿 PC 전용 어플리케이션으로 기본적인 움직임과 소리 등을 코딩하면 움직이는 레고가 된다. 진권영 레고 코리아 마케팅 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장난감 회사가 어떻게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의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레고 부스트다. 아이들이 코딩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게 도울 것이다.” 그리고 추가된 설명. “레고 부스트는 기존 레고 브릭과도 100% 호환 가능하다.”
 
‘혁신’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다분히 조심스러워 보이는 레고의 디지털 전략은 그동안 레고가 걸어온 길과도 관계가 있다. 레고 그룹의 역사를 분석한 책 『레고 :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에 따르면 레고는 1990년대 후반 비디오 게임과 각종 전자 놀이 기기의 등장으로 아날로그 장난감 시장이 위협 받기 시작하자 과감한 디지털로의 전환을 꾀한 적이 있다. 기존 브릭 조립품과는 전혀 다른 전자 장난감 시리즈인 ‘레고 익스플로어’를 출시하고, 모든 레고 브릭을 3D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자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2004년 적자가 14억 덴마크 크로네(약 2446억원)에 이르면서 회사는 위기를 맞는다.
 
이후 레고가 찾은 탈출구는 ‘원래의 가치로 되돌아가자’였다. 손으로 브릭 두 개를 조립해 끼울 때의 쾌감, 이 아날로그적이며 근본적인 레고 놀이 경험에 집중한 것이다. 회사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던 라인을 정리하고 고전적인 조립 놀이 테마의 확장에 집중한 레고는 이후 안정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2016년에도 연간 수익 379억 덴마크 크로네(약 6조 6230억원)를 달성, 그룹 85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레고의 디지털 프로젝트는 오늘날 확장성을 잃어가는 아날로그 산업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을 보여준다. 디지털을 확장의 도구로 이용하되 ‘아날로그적 경험’이라는 본래의 가치를 쉽게 놓아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레고는 이미 85년의 역사를 통해 이를 체득한 듯 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책 『아날로그의 반격』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날로그 제품과 아이디어의 가치 상승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디지털에 둘러싸인 우리는 이제 좀 더 촉각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경험을 갈망한다.” 부모와 자녀가 마주 앉아 레고 브릭을 쌓아 올려 성을 만드는 ‘따뜻한 추억’도 물론 그 중 하나일 터다.
 
 
글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 레고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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