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장바구니 필수 식품의 등급 들여다보니] 달걀·소고기·우유 ‘최고 등급’ 잔치

유통되는 달걀 92% 1+등급 … 국내 생산 원유의 99% 1등급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영역 1등급을 받은 인원은 2만2126명이다. 100명 중 상위 17명 안에 들면 최고 등급을 받았다. 1등과 17등의 점수 차가 분명 존재하지만 성적표 안에선 구분할 수 없다. 소비자의 판단을 돕기 위해 각종 식음료품에 부여한 등급제도 마찬가지다. 기준이 낮거나 포괄적이라 변별력을 상실한 등급제가 적지 않다. 특히 최고등급이 난무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컨대 등급 판정 달걀 중 70.8%는 특란이고 91.7%가 1+등급을 받는다. 우유의 경우 원유의 91.4%가 ‘1A등급’이다. 호텔업계에서는 최고등급을 뛰어넘는 6성급 호텔도 있다. 등급이 품질을 보장하지 않는데도 등급 인플레이션이 판을 친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성진하(41)씨는 대형마트에서 달걀을 고를 때면 늘 같은 고민에 빠진다. 대란·특란·왕란 중에 어떤 달걀이 좋은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성씨는 “어떨 때는 왕특란이나 왕특대란과 같이 모호한 이름이 붙은 제품도 봤다”며 “전부 다 큰 달걀이라는 건 알겠는데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선뜻 고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른바 ‘금란’이 된 탓일까. 달걀 한 판 고르는 것도 더욱 신중해졌다. 그러나 서로 크다고 과시하는 듯한 중량 등급만으로는 품질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달걀은 우선 크기와 무게에 따라 5가지 중량규격으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왕란>특란>대란>중란>소란’ 순으로 크기가 크고, 개당 가격도 높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등급 판정 달걀 중 70.8%는 특란이다. 28.1%는 대란, 0.8%는 왕란이었다. 보통 소비자가 구매하는 달걀은 특란일 가능성이 크다. 왕란의 경우 외관 품질 수준이 등급판정 기준에 못 미쳐 판정을 신청하는 양이 적은 편이다. 자연스레 시장에 나오는 양도 적다. 이와 달리 중란과 소란이 적은 이유는 생산기간이 짧은 데다 생산량이 많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면 크기가 클수록 영양도 많을까. 전문가들은 “크기와 영양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늙고 몸집이 큰 닭이 알을 낳으면 달걀 역시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어린 닭일수록 작은 크기의 알을 낳는다.
 
달걀 품질에 따라 나뉘는 등급은 1+, 1, 2, 3등급으로 구분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달걀의 외관, 난황(노른자) 퍼짐 정도, 이물질 등을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등급판정 달걀의 91.7%가 1+등급을 받는다. 시중 유통되는 달걀 대부분이 최고 등급에 속하는 것이다. 1등급(8.2%)과 2등급(0.1%) 달걀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축산품질평가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굳이 1+등급을 찾지 않아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달걀이 1+등급에 속한다”며 “왕특란처럼 마케팅을 위해 기존 등급에 없는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과장된 사례로 신뢰할 수 없는 정보”라고 말했다. 크다고 무조건 좋은 제품이 아닌 만큼 외관을 보고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는 설명이다. 달걀 표면이 깨끗하고 매끈한 것이 일반적으로 건강한 닭이 낳은 알로 짐작할 수 있다. 또 반점이나 주름이 적을수록 좋다. 외형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등급판정 일자가 최근인 것을 고르면 신선한 달걀이다.
 
달걀 크기와 영양 비례하지 않아
달걀이 크기를 강조한다면 우유는 유난히 1등급임을 강조하는 식품이다. 1등급은 1A와 1B로 다시 나뉘는데, 알파벳 없이 1등급이라고 표기한 제품 대부분은 1B등급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A와 B를 가르는 기준은 원유(가공을 거치기 전 젖소에서 바로 얻은 젖) 1mL 당 들어있는 세균수다. 위생적인 시설에서 생산된 우유일수록 세균수가 적다는 사실에 근거해 1A등급과 1등급(1B), 2~4등급 순으로 구분한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세균 수 기준 국내에서 생산(낙농진흥회 소속 농가)된 원유의 91.4%는 ‘1A등급’이다. 같은 1등급인 ‘1B등급’의 비중은 7.5%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1등급 원유의 총량은 100%에 가깝다. 세균수를 기준으로 해도 국내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대부분의 우유가 1등급으로만 만들어져 실질적인 판단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한 우유업체 임원은 “실제로 1A등급과 1등급의 품질 차가 크지 않지만 한 등급 아래라는 사실 때문에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며 “대부분 똑같은 1A 등급이어도 최고 등급임을 강조해서 마케팅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지난해 3월 선보인 ‘나100%’ 우유가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억개(200mL 기준)를 돌파했다. 서울우유 판매량은 2012년부터 매년 감소세를 보이며 2016년에는 전년 대비 89.2%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나100%’ 도입 이후 전년 동기 대비 103.5% 늘었다. 서울우유는 ‘나100%’ 우유의 성공에 대해 “그동안 세균수를 기준으로 원유 품질을 가늠했던 국내 우유 시장에 체세포수 등급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신제품 출시 당시 세계 최초로 세균 체세포수 1등급 원유만으로 만든 우유라는 점을 강조했다. 새로운 마케팅으로 시장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체세포수 1등급 원유를 사용하는 업체는 서울우유만이 아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우유 가공업체들이 만들고 있는 제품 대다수는 세균·체세포수 1등급인 원유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체세포수 기준으로 보자면 1등급이 5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원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1등급인 것으로 확인됐다. 바로 밑 단계인 2등급 원유 역시 35.9%에 달해 1·2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92.6%이다.
 
체세포수 1등급 우유 아니어도 품질 떨어지지 않아

체세포수는 젖소의 건강을 나타내는 판단 기준 가운데 하나다. 세균·곰팡이로 인해 유방염에 걸리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젖소에서 나온 원유는 체세포 수가 많은 경향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원유의 체세포수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눈다. 1mL당 1등급은 20만개 미만, 2등급은 20만~35만개 수준이며 최하 등급인 5등급은 75만개 이상이다. 체세포수에 따른 원유 등급은 1995년 ‘고름우유’ 논란으로 생겼다. 한 우유제조업체 대표가 체세포수가 많은 원유로 만든 제품을 고름 우유라 지칭하면서 우유 판매량이 급감한 사건이다. 체세포수 3~5등급의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원유를 먹을 경우, 배탈이나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체세포수 1등급’ 표기가 되어 있지 않은 우유라 해서 품질이 낮은 우유로 판단하면 곤란하다. 유통되는 원유의 90% 이상이 체세포수 1, 2등급인데다 체세포수 30만개 미만까지는 정상 젖소에서 나오는 수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체세포수 1등급이라 광고하는 우유 외에도, 대부분의 우유가 정상적인 수치에 들어가는 1~2등급 우유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손상 없는 쌀’ 비율 높을수록 높은 등급
주식으로 삼는 쌀 역시 ‘등급=품질’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식품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1년 11월부터 시행하는 ‘쌀 등급 의무표시제’에 따르면 쌀 등급은 ‘특·상·보통’의 3단계로 나뉜다. 쌀알의 수분 함유량·싸라기(부스러진 쌀)·분상질립(흰 반점이 있는 쌀)·피해립(금이 간 쌀)·열손립(열에 의해 손상된 쌀) 등을 검사해 등급을 매긴다. 손상이 없는 쌀(완전립)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는다. 불완전립은 밥을 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과 고압을 견디지 못하고 퍼져 밥맛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완전립의 비율이 90% 이상을 유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60∼70%에 그치는 실정이다.
 
쌀은 유통 과정에서 날씨나 보관 조건에 따라 등급이 달라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산지에서 검사를 하지 않아 ‘미검사’ 표시도 적지 않다. 실제로 유통되는 전체 쌀 가운데 70% 이상이 등급이 없는 미검사 표시 제품일 정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0월 ‘양곡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쌀의 품질 검사를 의무화했다. 즉 특·상·보통·미검사로 표기된 품질 표시에서 미검사를 삭제하고 특·상·보통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으면 ‘등외’로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1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0월부터 품질검사가 의무화되면 통상적으로 완전립의 비율이 95% 이상이면 특, 90% 이상이면 상, 70% 이상이면 보통, 그 이하는 등외로 표시하게 된다.
 
일각에선 등급이 주로 쌀의 외관 상태를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쌀의 품질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낱알 모양은 다소 고르지 못해도 영양성분이 뛰어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고품질 쌀로 소비자에게 유명한 ‘오대’는 품종상 쌀알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있어 현행 등급표시제에서는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전체 백미를 대상으로 등급 표시제를 시행하는 롯데마트의 경우 상등급의 쌀값이 특 등급보다 비싼 제품도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무농약·친환경 재배 쌀의 경우 더 고가일 수밖에 없지만 농식품부 평가 기준에 따르면 쌀의 모양 등이 고르지 않아 특등급으로 판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단순히 등급만 표기하기 보단 재배지나 재배방법 등을 표시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