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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끊이지 않는 소고기 등급] 한우 72%가 1·1+·1++ 등급

새 등급 매기면서 상위 등급 늘려 … 등급 따른 가격 차 크지만 ‘마블링≠맛’ 주장도

투플러스(1++등급)’ 소고기는 어떤 고기일까. 신선한 고기? 맛있는 고기? 영양가가 풍부해 건강에 좋은 고기? 소고기 육질 등급은 근내지방도(지방함량),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 등의 세부 기준에 따라 판정한다.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고기색이 선홍색일수록 좋은 등급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근내지방도, 즉 마블링이다. 대리석 무늬처럼 퍼져 있는 마블링이 촘촘히 박혀 있어야 1++ 등급을 받는 데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마블링을 육질 등급의 기준으로 삼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 한국뿐이다.
 
마블링 등급 향상 위해 사료비 부담 감수

이 때문에 등급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에게 풀이 아닌 곡물사료를 먹이면서 발생하는 비용이 축산농가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축산농가에서는 마블링이 많이 생기도록 하기 위해 풀이 아닌 곡물을 먹여 키운다. 사료의 주원료는 옥수수다. 옥수수를 대량 생산해 수출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옥수수 자급률은 1%도 안 된다. 국제 곡물가가 널을 뛰면 우리 농가들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축산농가에서는 마블링 등급 향상을 위해 월 8만~10만 원씩 추가로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 한 마리는 등급에 따라 가격이 300만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사육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현행 소고기 등급제가 ‘지방이 많은 고기가 좋은 고기’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포화지방이 몸에 많이 쌓이면 건강에 좋지 않은데 왜 마블링 위주의 등급을 매겨 비싼 값에 파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가 육즙이 많아 입에서 부드럽게 녹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고기 맛이 아닌 기름 맛 때문에 고소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2·3등급 소고기를 잘 숙성시킨 ‘숙성육’이 1++ 등급보다 맛과 영양이 더 좋다는 평가도 있다.
 
소고기 등급 논란이 다른 육류에 비해 더 큰 이유는 등급에 따른 가격 격차 때문이다. 축산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kg당 평균 한우 경매 낙찰 가격은 1++등급 2만600원, 3등급은 1만80원으로 2배 이상으로 차이가 난다. 1+등급은 1만8173원, 1등급 1만6386원, 2등급 1만3554원이다. 차이는 유통 단계를 거쳐 소매 단계까지 오면 더 커진다. 한국농수산 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등급 한우 등심의 kg당 최근 5년 평년 소매가격은 6만1922원, 3등급 가격은 3만5880원이다. 영양가나 신선도와는 무관한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지고 이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다.
 
이는 육류 가운데 일부 소고기 부위만 의무표시제를 시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고기의 경우 안심·등심·채끝·양지·갈비 등 5개 부위는 반드시 등급 표시를 해야 한다. 나머지 부위나 돼지고기·닭고기 등의 등급은 자율적으로 표시한다. 특정 소고기를 제외한 육류의 경우 등급 판정은 의무적으로 받지만, 받은 등급을 판매시에 표시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는 얘기다. 축산품질평가원 관계자는 “안심 등 5개 소고기 부위의 경우 등급별 가격 차가 크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등급 의무표시제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고기 등급제는 1992년 한우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등급판정은 축산품질평가원이 맡고 있다. 등외(D등급)를 제외하면 5개 등급(1++·1+·1·2·3)으로 나눈다. 처음에는 육질 등급이 3개 등급(1·2·3)이었으나 1997년 1+, 2004년 1++ 등급이 새로 생겼다. 축산품질평가원 관계자는 “등급제 시행으로 한우 품질이 상향되고 1등급 한우가 늘어남에 따라 상위 등급의 세분화 필요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1++등급은 전체의 9.7%, 1+등급은 34.1%, 1등급 28.5%, 2등급 20.4%, 3등급 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등급 신설해 가격 인상 유도” 비판도
그러나 새 등급 신설 당시 비중을 보면 왜 상위 등급만 새로 만들었는지 다소 의문이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1+등급 도입 직후인 1998년 전체 한우 가운데 1등급 이상(1+, 1등급)은 전체의 15.3%에 불과했다. 1++ 등급이 신설되기 직전인 2003년의 등급별 비중은 1+ 등급이 14.19%, 1등급 19.2%, 2등급 29.1%, 3등급 36.9%였다. 등급 세분화의 목적이나 비중만 따지면 2등급이나 3등급을 세분화하는 게 합리적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을 신설해 가격 인상을 유도했다”는 일부 소비자단체와 전문가들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논란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소고기 등급제 개편 얘기가 나온다. 2015년 국회 보건복지위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의원은 “정부가 국민의 영양 관리는 뒷전으로 미뤄둔 채 국민에게 성인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지방을 많이 먹도록 권장하고, 소비자는 1++과 같은 지방이 많은 소고기를 비싼 가격에 먹는 것은 모순”이라며 “식약처가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협의해 등급제 개선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이완영 의원이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면 축산농가 부담도 가중되는 만큼 국내산 조사료의 생산·공급체계를 정비하고 마블링 위주의 소고기 등급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내년까지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갈 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한우 사육농가의 강한 반발 탓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해 마블링 이외의 평가항목(육색·지방색·조직감·성숙도) 비중 강화, 마블링의 섬세함 추구, 등급 명칭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소고기 등급제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마블링이 우수하지 않아도 육색이나 지방색이 좋으면 등급을 높여주고, 지방이 굵직하게 박힌 ‘떡지방’ 대신 미세하고 촘촘하게 박힌 섬세한 지방을 높게 평가하는 것 등이 핵심이다.
 
그러나 축산업계는 ‘한우 고유의 맛을 내는 마블링의 평가 비중을 낮추면 한우산업이 무너진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섬세한 마블링은 지방 축소를 원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키지도 못하고 사료값만 더 들 수 있다”며 “이는 한우농가의 경영 악화로 이어질 것”고 주장했다. 곡물 사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농가가 반발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에 대한 확신은 부족한 반면, 현행 소고기 등급제에 맞춰 품질 개량을 시켜온 한우의 가격 경쟁력이 수입산 소고기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축산품질평가원 관계자는 “마블링에 대한 논란을 수용하는 한편, 국내 연구기관과 함께 축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분석해 적정 수준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예정대로 내년 안에는 개편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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