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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퍼붓고, 그치면 폭염…한반도 장마, '아열대'형 됐다

장맛비가 거세게 쏟아진 지난 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비를 피하려 뛰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장맛비가 거세게 쏟아진 지난 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비를 피하려 뛰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각 장마, 야행성 장마…. 올 장마에 붙은 별명이 여러 가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만큼 올여름 장마가 과거와는 뚜렷이 구별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주말과 휴일 또 한 차례 전국적인 장맛비가 예고된 가운데 올 장마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올여름 장마의 특징을 5가지로 정리했다.
지난 10일 오후 이춘희 세종시장 등 세종시 관계자들이 세종시 부강면에서 폭우로 무너진 도로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이춘희 세종시장 등 세종시 관계자들이 세종시 부강면에서 폭우로 무너진 도로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⓵지각 장마
평년 같으면 6월 19일쯤 제주도부터 장마가 시작되지만, 올해는 이보다 5일 늦은 6월 24일에 시작됐다.
또 남부와 중부지방도 평년엔 6월 23~25일쯤 시작됐지만, 올해는 이보다 늦은 6월 29~7월 1일에 시작됐다. 올 장마가 평년보다 5일 정도 늦게 시작한 셈이다.
 
기상청 노유진 예보관은 "장마가 시작되려면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쪽으로 확장해야 하는데, 북태평양고기압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약했고, 북쪽에 고기압이 강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부산대 하경자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장마 초기 북태평양고기압이 서쪽으로 치우쳐 있어, 중국 쪽에서 먼저 폭우가 집중됐다"고 말했다.
⓶중부지방에 집중
[자료: 기상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지가 작성]

[자료: 기상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지가 작성]

강원도 홍천에서는 지난 1~11일 모두 422㎜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춘천에는 406㎜, 서울에는 393.5㎜가 왔다.
반면 같은 기간 대구는 13.1㎜, 경남 밀양은 13.9㎜에 그쳤다.
 
장마 기간 중부지방은 평균 265.8㎜가 내렸다. 반면 남부지방은 97.5㎜, 제주지방은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1일까지 70.2㎜에 그쳤다.
이 때문에 중부지방에서는 장마철 전체 강수량(366.3㎜)의 72.6%를 채웠지만, 남부는 30%, 제주는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노 예보관은 "장마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서쪽 건조한 공기 사이에서 세력 다툼을 벌이면서 중부와 남부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보통인데, 태풍이 와서 기압계를 북쪽으로 밀어올리는 바람에 장마전선이 중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서풍의 유입 통로가 좁아 중부지방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⓷야행성 장마
[자료: 기상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지가 분석, 그래픽 작성]

[자료: 기상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지가 분석, 그래픽 작성]

1~11일 서울에 내린 393.5㎜의 강수량을 낮(오전 6시~오후 6시)과 밤(오후 6시~다음날 오전 6시)으로 구분해 봤다. 그 결과, 밤 시간에 내린 비가 71%(280㎜)나 됐다. 낮 시간에 내린 비는 29%(113.5㎜)였다.
 
기상 전문가들은 "낮 동안에는 강한 일사로 인해 공기의 상하 이동이 활발했고, 이것이 '에어 커튼' 역할을 하는 바람에 남서풍이 유입되지 못했다"며 "밤이 되면 대기가 차가워지고 수평 이동이 활발해져 '에어 커튼'이 사라지면서 남서풍이 쑥 들어와 비구름이 형성되는 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허창회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밤에 비가 쏟아지고 아침에 맑아지는 것은 한반도가 점차 아열대로 바뀐다는 증거"라며 "기후변화가 벌써 우리 앞에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팔당댐에서 지난 폭우에 상류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정동 기자

13일 오전 팔당댐에서 지난 폭우에 상류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정동 기자

⓸폭우와 폭염이 혼재
이번 장마철에는 장맛비가 그치자마자 폭염이 곧바로 기승을 부렸다.
지난 2~4일 서울에는 160㎜의 많은 장맛비가 내렸다. 하지만 언제 장맛비를 뿌렸냐는 듯 5일 서울과 경기 동부, 강원 영서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채 장마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지난 12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방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3일 경북 경주는 낮 최고기온이 39.7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노 예보관은 “북태평양고기압 경계를 따라 남서쪽에서 고온 다습한 공기가 지속해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맛비가 내릴 때는 더위를 식혀주는데, 장맛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히면 강한 태양 빛까지 내리쬐면서 기온이 크게 오른다는 설명이다.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에서도 폭염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현재 한반도 상황은 전반적인 지구온난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국적으로 폭염 특보가 내려진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성내천 물놀이장에서 한 어린이가 수영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폭염 특보가 내려진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성내천 물놀이장에서 한 어린이가 수영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⓹굵고 짧게 내리는 비
올해는 지난 열흘 사이에 비가 집중됐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는 장맛비가 찔끔찔끔 내리는 상황도 예상된다.
이 바람에 올해도 장마철 강수량은 평년값(1981~2010년 평균, 356.1㎜)보다 적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92~2002년에는 장마철 강수량이 평균 281.2㎜였는데, 2003~2013년 422.9㎜로 크게 늘었다가 2014년부터는 145.7~331.2㎜로 다시 줄었다.
 
세종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10일 오후 게릴라성 폭우로 세종시 부강면의 한 교각이 붕괴직전에 놓여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10일 오후 게릴라성 폭우로 세종시 부강면의 한 교각이 붕괴직전에 놓여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하지만 최근에는 장마가 끝난 뒤에 내리는 비가 많아지고 있어 집중호우 가능성은 남아있다.
장마 종료 이후 여름철 강수량은 73~93년 249.5㎜에서 94~2015년 322.9㎜로 29.4%나 증가했다.
 
부경대 오재호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장마의 양상이 예측 불허인 만큼 물관리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예보 서비스를 민간업계에 이양하면서 예보의 질을 향상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데이터 분석 및 그래픽 제작: 신아영 (명지대·산업디자인·졸업)·김민희(연세대·언론홍보영상·4학년)·정보라 (고려대·경영·4학년)·김현민(미 워싱턴주립대·정보학·4학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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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