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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투자 안 하면 10년 후 땅을 치고 후회한다”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구이저우(貴州) 성은 가난하고 척박하기로 유명하다. 산간벽지 그 자체다. 80% 정도가 산이어서 사람 살 곳이 못 됐다. 명과 청대에 유배지로 악명(?)을 떨친 이유다. 이런 구이저우성에 요즘 혁명적 변화가 일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곳에 빅데이터 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다. 빅데이터 관련 시설은 전력 소모가 많고 청정 환경을 필요로 해 산림이 울창하고 공기가 좋은 곳에 주로 둥지를 튼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라는 빅데이터 산업 현황을 보기 위해 구이저우성의 성도 구이양(貴陽)을 찾았다.  
 
지난달 6일 오후, 구이양시 구이안(貴安) 신구(新區)에 위치한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 모바일(중국 이통) 빅데이터 센터. 입구에 들어서자 사방 벽면엔 온통 푸른색 전광판이다. 차이나 모바일이 구이저우 성에서 시범 운용하고 있는 빅데이터 상황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빅데이터가 가져올 미래 중국 사회의 리허설 현장이라 보면 틀리지 않다. 동시에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의 외연을 모바일 로드(road)로 확장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전광판을 자세히 뜯어봤다.  
 
차이나 모바일이 시범 운용 중인 구이저우 빅데이터 센터 [사진 차이나랩]

차이나 모바일이 시범 운용 중인 구이저우 빅데이터 센터 [사진 차이나랩]

#디지털 자산 전광판
-구이저우 ‘차이나 모바일 빅데이터 1.0’, 그 밑엔 ‘디지털 자산관리시스템’이라 쓰여 있다. 원형 그래프 중심에 1146TB(테라바이트, 1 테라바이트는 1조 바이트). 현재 운용 중인 빅데이터양이다. 시범 단계라 아직은 많지 않다는 게 차이나 모바일 관계자 얘기다.
데이터를 자산으로 보는 차이나 모바일의 인식, 아니 중국의 인식일 것이다. 신선한 충격이다.    
 
빅데이터 자산 전광판 [사진 차이나랩]

빅데이터 자산 전광판 [사진 차이나랩]

#빅데이터+의료 전광판
-참여 인원: 2524만 명.  
-농촌 지역 의료 서비스를 위한 기금 등 총 자금 사용 액수:13억 7770억 위안(약 2329억원)  
-자금 사용률은 66.34%/(의료) 모금 총액 111억 위안/ 실제 보상률 63.28%
 
내용인즉 6월 6일 현재 성내 2524만 명의 농민과 주민들의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는 성 전체(3530만 명)의 71%.  그리고 의료 보험금과 각종 기부금 등 의료 서비스 재원의 66% 정도가 매월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성 위생 계획 생육 위원회(위생 및 인구 관리 위원회)와 차이나 모바일이 공동 운영하고 있다. 대 국민 의료 서비스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다.
 
의료 빅데이터 전광판 [사진 차이나랩]

의료 빅데이터 전광판 [사진 차이나랩]

#빅데이터+교육 전광판(성내 학생 안전 플랫폼)
-성 전체 학생 결석 인원수:  4901명. 지역별로 구이양 142명, 쭌이 321명...  
-청소년 출석 현황: 구이양 1만 5652명, 친난 12만 8800명, 비제시 11만 6752명, 친시난 18만 8133명, 친둥난 14만 8891명 등....
 
그 옆에는 성 내 총 학생 중 초등생 점유 비율도 실시간으로 올라와 있다. 물론 교육 당국은 이들 숫자를 근거로 학생들의 출결 현황을 파악하고 결석 학생에 대한 교육 대책을 마련하는데 활용한다.  
 
교육 빅데이터 전광판 [사진 차이나랩]

교육 빅데이터 전광판 [사진 차이나랩]

#빅데이터+신매체 전광판
-푸링(富鈴) 광고 시청자 : 3000만 명(푸링은 차이나 모바일의 모바일 플랫폼 광고)
-쭌이 지역 광고 시청자: 1만 2331명
-각 지역별 광고 시청자 목표: 구이양 5만 7349명, 쭌이 3만 7401명....
모바일 광고를 본 유저들의 숫자를 파악해 광고 효과를 분석하는 플랫폼이다. 언론 매체가 모바일 환경에서 어떻게 광고 수익을 창출해 내는지를 시험하고 있다.
 
뉴미디어 빅데이터 전광판 [사진 차이나랩]

뉴미디어 빅데이터 전광판 [사진 차이나랩]

여기에 데이터 관리 현황도 소개돼 있다. 이곳에서 관리하는 데이터는 고가(高價)·중가·저가로 분류된다.  
고가의 경우 응용을 거쳐 정책에 활용되고 중가는  분석→데이터 분류로 저장 여부가 결정되며 저가의 경우 정리→폐기의 과정을 거친다. 빅데이터 안전 지수도 관리한다. 6월 9일 오후 4시 41분 현재 위험지수는 31(최고수치는 100). 행여 해킹이라도 있으면 안전지수는 90까지 올라간다. 이 밖에도 부모가 도시로 떠난 농촌 아동 숫자도 전광판에 실시간 올라오고 데이터, IDC(Internet Data Center) 자원 관리 현황도 상황판에 번득인다.  
 
구이저우 기본 정보 전광판 [사진 차이나랩]

구이저우 기본 정보 전광판 [사진 차이나랩]

같은 날 오후, 구이양 시 신구 첨단장비제도산업원에 자리 잡은 롄잉(聯影·United Imaging) 최첨단 의료 생태원(醫療生態園). 중국 최고의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롄잉이 주도하는 의료 빅데이터 센터다. 첨단 의료기기 제조와 빅데이터, 첨단 양로 건강검진 센터가 융합된 미래형 의료 생태원이다. 이곳에선 현재 빅데이터를 활용한 원격진료 시스템에 대한 시험이 한창이다. 회사 전시장에 들어서니 이 회사가 독자 개발한 CT(컴퓨터 단층촬영)와 자기공명 영상(MRI) 장비가 즐비하다.
 
uMI780으로 이름의 PET- CT(양전자 컴퓨터 단층 촬영기). 현재까지 알려진 암의 영상 진단 방법 중 가장 초기에, 가장 정확하게 암을 찾아내는 최첨단 의료 기기라는 게  자오링(趙靈) 롄잉 운영 총감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이 가진 핵 공학 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기기로 성능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앞으로 미국과 독일의 의료 기기 업체들과 경쟁해 세계 시장을 석권할 자신이 있다. 동시에 4차 산업혁명 시대 원격 진료를 위한 핵심 의료 기기 개발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롄잉이 개발한 PET-CT [사진 차이나랩]

롄잉이 개발한 PET-CT [사진 차이나랩]

현재 이곳에서 시범 중인 원격 의료 지역은 2개 현이다. 시스템은 이런 식이다. 먼저 농촌에 환자가 발생하면 현지 진료소에 보급된 CT나 MRI 장비로 환자를 찍어 관련 데이터를 현의 의료 센터로 전송한다. 현의 의사는 현장에서 자료를 분석하고 처방전을 내려 동네병원으로 다시 보낸다. 현급 의료센터에서 치료할 수 없는 경우 환자 데이터는 곧바로 성급 병원으로 전송되고 동시에 환자도 후송 절차를 밟는다.
 
원격 의료 시스템을 설명하는 롄잉 직원 [사진 차이나랩]

원격 의료 시스템을 설명하는 롄잉 직원 [사진 차이나랩]

모든 환자의 데이터는 버려지지 않고 곧바로 ‘클라우드 센터’에 보관된다. 특히 촬영된 환자의 영상과 검사, 병리, 심전도, DNA 등 관련 데이터가 우선 보관 대상이다. 이들 데이터는 개인 병력과 질병 관리는 물론 전염병 등을 예방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또 지역의 풍토, 날씨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질병 발생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개개인에게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맞춤형 의료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 관련 데이터도 주민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빅데이터가 개인의 건강과 생활을 챙기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롄잉이 개발한 각종 첨단 의료 기기 [사진 차이나랩]

롄잉이 개발한 각종 첨단 의료 기기 [사진 차이나랩]

장훙(蔣紅) 구이저우성 외사 판공실 담당은 “구이저우는 빅데이터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이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거점이 된다는 의미다. 시범 서비스가 성공하면 곧바로 중국 전역으로 관련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다. 이는 인터넷과 모바일로 또 다른 차원의 대륙 내 일대 일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이저우의 이 같은 변신은 2015년 4월에는 세계 최초로 빅 데이터 거래소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매년 빅데이터 회의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고 중국의 빅데이터 대명사가 됐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 2015년 열린 제1회 빅데이터 박람회에서 “지금 구이저우에 투자하지 않으면 10년 후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선전과 저장성에서의 발전 기회를 놓쳤다면 구이저우성의 빅데이터 시장에 참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을 정도다.  
 
구이양에서 열린 빅데이터 회의 [사진 신화통신]

구이양에서 열린 빅데이터 회의 [사진 신화통신]

성도(省都)구이양의 빅데이터 산업 규모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구이양 빅데이터 산업 규모는 13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41.9%가 늘었다. 중국의 3대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은 이곳에 벌써 150억 위안(약 2조5000억원) 넘게 투자해 데이터 센터 3개를 지었다.  구글·인텔·마이크로소프트(MS)·휴렉팩커드·델·팍스콘·오라클 등 세계 500대 기업들까지 이곳에서 빅데이터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11월 구이양에 첫 해외 빅데이터 센터를 짓고 자율 주행과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연구에 나선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IT기업들이 몰리면서 구이저우성은 지난해 10.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전체 평균 6.7%도 훨씬 웃도는 성적이다. 구이양도 지난해 GDP가 전년 대비 11.7% 증가한 3157억 7000만 위안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3000억 위안을 돌파했다. 중국의 4차 산업 혁명은 척박했던 유배지의 땅, 구이저우에서 불붙고 있다. 그리고 그 불은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대륙과 유럽으로 번질 기세다.  
 
구이양=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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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