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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 ICBM에 대응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

장영근 한국항공대·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장영근 한국항공대·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북한은 지난 4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한반도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화성-14형 ICBM 개발은 조만간 안보 위협이 한반도에서 세계로 확장된다는 의미다.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에 의한 한반도 내 핵미사일 위협은 이미 우리 턱 밑에 와 있다.
 
우리 군은 북한 핵미사일의 대응체계로서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및 대량응집보복 등의 3축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새 정부에서는 국방공약에 킬 체인 및 KAMD를 조기 구축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통해 전시작전권 환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렇다면 과연 신정부에서 공언하는 킬 체인과 KAMD의 조기 구축이 기술적 측면에서 가능할까.
 
킬 체인의 성공적 운용을 위해서는 북한 내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가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지역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정찰이 요구된다. 북한 미사일부대 후방 지역인 종심(縱深)지역에 국한한 감시정찰을 실시간으로 수행해도 200여 기의 위성이 필요하다. 기술 및 비용 측면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 군에서는 5기의 군 정찰위성을 통해 킬 체인 작전을 수행할 계획이다. 킬 체인 운용을 위해서는 초기 탐지 후 TEL에 대한 추적이 필요한데 5기의 위성만으로 추적이 불가능하다. 초기 탐지 대신 신호정보·통신정보 또는 인간정보 등이 가용되더라도 5기의 정찰위성으로는 발사징후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킬 체인은 1990년대 초 중동 걸프전에서 미국이 이라크의 이동식 스커드미사일 공격을 피하기 위해 고안한 작전이었지만 역시 기술과 비용의 한계로 포기한 바 있다.
 
설사 감시정찰 체계를 구축한다 해도 핵미사일을 탑재한 길이 15m 안팎의 TEL을 성공적으로 파괴하기란 쉽지 않다. 탄도미사일의 타격 정밀도에 한계가 있다. 제트엔진을 사용하는 순항미사일의 경우 정밀도는 높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다. 이러한 킬 체인의 한계를 잘 아는 미국은 적 미사일 발사 전 무력화 개념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이라는 것이다.
 
우리 군은 종심이 짧은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 기술 수준, 재정적 부담 및 주변 국가와의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 KAMD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계획을 2006년 입안했다. KAMD는 조기경보체계, 지휘통제체계, 그리고 요격체계로 구성된다.
 
불행히도 KAMD가 요격통합체계로 작동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종심이 짧은 한반도의 지리적 환경 때문에 KAMD 체계의 대응시간을 벌기 위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초기에 반드시 탐지해야 한다. 지상 조기경보레이더는 특성상 미사일이 일정 고도에 올라야 식별 가능하며 이는 최소 90초 안팎의 지연시간을 요한다.
 
한편 국내에서 개발 중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철매 II 다기능레이더와 패트리엇용 지역방공레이더는 고장 확률이 높아 주기적으로 보수해 줘야 한다. 예열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데 따른 준비시간, 탄도미사일 교전에 필요한 비행시간 등을 고려하면 대응시간이 부족하다.
 
장거리 지대공미사일은 탐색개발 단계에 있다. KAMD를 구성하는 각 요격체계를 통합한 시스템 수준에서 통합시험과 성능 검증이 된 적도 없다. 결국 KAMD 독자 구축에는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독자적인 KAMD 구축을 위해서는 조기경보위성이 필요하고 북한의 여러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교전 시나리오도 정립해야 한다. 시나리오별로 정밀한 타임라인 분석과 이에 따른 명중 능력 분석도 필요하다.
 
킬 체인과 KAMD의 각종 체계를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 국방비가 소요되지만 이런 투자를 한다고 조기 구축이 꼭 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운용개념을 고려하더라도 킬 체인의 기술적 한계는 분명하다. 따라서 KAMD의 운용에는 하드웨어 구축뿐 아니라 운용개념을 소프트웨어적으로 통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체계에 대한 체계적인 기술검증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전시작전권이 미군에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작전 운용을 독자 수행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전작권의 환수를 위해 먼저 킬 체인과 KAMD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전작권을 먼저 환수해야만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독자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아이러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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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