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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죽음의 한 연구』 쓴 소설가 박상륭씨 캐나다서 별세

장편 『죽음의 한 연구』로 유명한 소설가 박상륭(사진)씨가 지난 1일 캐나다에서 별세했다. 77세. 장례절차를 마친 부인이 국내 지인들에게 e메일을 보내면서 별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인은 대장암 투병 중이었다. 그 소식이 올초 전해졌다.
 
1940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라벌예대 문창과를 졸업한 63년에 단편 ‘아겔다마’로 잡지 ‘사상계’를 통해 등단했다. 69년 캐나다로 이민 가 병원 영안실 청소부로 일하기도 하고, ‘reader’s retreat(독자의 은신처)’라는 이름의 서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소설 집필을 계속했다.
 
고인의 문학은 ‘죽음과의 대결’이라는 화두로 요약된다. 생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나는 평생 한 권의 책을 써온 거나 마찬가지다. 죽음에 맞선 사람을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에 관해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죽음의…』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평론가 김현이 “이광수의 『무정』 이후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했던 『죽음의…』는 바닷가 창녀의 아들로 태어난 서른세 살 화자가 ‘유리’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살인도 불사하며 40일간 구도행을 펼치는 이야기다. 이런 소재를 고인은 심한 경우 한 문장이 한쪽을 넘어가는 독특한 만연체 글쓰기 안에 담았다. 불교·철학·심리학을 넘나드는 복잡한 사유체계를 녹여내 읽기 어려운 소설로 악명이 높다.
 
문학평론가 정과리씨는 “이념의 공백기였던 90년대, 욕망이 득세하는 세태를 쫓는 문학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고인의 소설 매니어층이 생겼다”고 평했다. 시인 김사인씨는 “글쓰기에 관한 한 너무나도 집요하고 투철해 행자나 구도자 같은 느낌을 주는 분이셨다. 한국어 산문이 도달한 성취를 얘기할 때 선생님 작품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회고했다.
 
문학독자는 고인의 작품을 어려워했지만 연극·영화·무용계에서는 적극 수용됐다. 『죽음의…』가 96년 박신양 주연의 영화 ‘유리’로 만들어졌다. 중단편집 『열명길』, 20년에 걸쳐 집필한 장편 『칠조어론』, 『죽음의…』의 속편 격인 『잡설품』 등이 있다. 90년대 말 한국에 돌아와 서울에 거처를 마련하고는 1년에 한두 차례 머물다 캐나다로 돌아가곤 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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